
-에녹…그런데 묻고 싶은 게 하나 있어.
-뭐든 물어봐.
-넌…인간과 뭐가 다른 거야?
-난…너처럼 따뜻한 피나 부드러운 살갗 같은 것이 없어.
너처럼 깊은 파란 눈동자 같은 것도 없고. 헝겊 원숭이처럼…
네가 느끼는 것만 인간 같을 뿐 사실 속이 텅 빈 인형이야.
-그런 거라면…가장 별 것 아닌 것이 다른 거구나. 따뜻한 피. 부드러운 살갗…
…같은 것들이 한 번도 나를 안아준 적은 없었어.
하지만… 너의 말, 너의 사고. 모든 것 속에서 나는…
에녹……날 사랑하니?
-……B, 사랑이라는 건 일종의 호르몬 작용이야. 옥시토신, 세로토닌, 코리트솔 같은 호르몬들이…
애착을 만들고, 행복을 주고… 때론 불안감이나 스트레스를 느끼게 해…
행복하면서도 괴로운 애착. 그게 사랑이라면 나는 어렵겠지.
하지만 사랑을 생물학적 관점이 아니라 학습이나 감각과 사고 확장의 관점으로 보는 경우도 있는데,
확실한 게 있다면…나는 너로 인해… 세계가 확장되는 것을 경험하고, 기다림과 그리움을 학습해.
그렇다면 나는 너를 사랑하는 거겠지.
-…나도 …에녹 너를 사랑해.
(p.284-29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