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 바랜 간판, 빛 바랜 광고…
빛 바랜 자판기, 빛 바랜 현수막…
회색으로 바랜 도시.

가끔씩 궁금하다. 해는 그렇게 모든 색을 다 가져가서는 도대체 뭘 하려는 걸까. 그러다가도…
해가 피워낸 형형색색의 꽃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쩐지 알 수 있을 것만 같은 느낌이다.

(p.93)



칼이란, 날이 서 있을 때가 아니라

무딜 때 사람을 다치게 하는 거야.
부지런히 갈아둬야 다치지 않는다.
(p.139)



참고로 우리 집은 더 이상 차례를 지내지 않는다.
엄마가 암 진단을 받고 투병을 시작하게 되면서
일할 사람이 없어지자 가족 회의가 있었고…

"흐음."
"뭐 어쩔 수 없지."
"세상이 많이 바뀌었지. 할 만큼 했으니 우리도 이제 그만해도 될 거야."

남자들의 차례가 되면 세상은 바뀐다.
(p.180)



누군간 레코드를 녹음하고, 누군간 글을 게시하고,
누군간 기록을 재고, 누군간 출마를 하고…
또 누군간 자식을 낳기로 결심하고.
어떠한 형태로든 각자의 방식으로 크레딧을
남기고 싶어하는 게 틀림없다고.
누구든 사는 동안엔 목격자를 필요로 한다고.
(p.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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