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는, 언어의 한 현상 형태로, 그 본질상 대화적이기 때문에 일종의 「유리병 편지」 같습니다, -분명 희망이 늘 크지 않은-믿음, 그 유리병이 언젠가, 그 언젠가에, 어쩌면 마음의 땅에 가 닿으리라는 희망을 품고 유리병에 담아 띄우는 편지요, 한 편 한 편의 시들도 이런 식으로 도중에 있습니다. 무언가를 마주해 있는 겁니다. 무얼 마주해 있느냐고요? 열려 있는 것, 점령할 수 있는 것을 향해서, 어쩌면 말을 건넬 수 있는 「당신」을 향해서, 말을 건넬 수 있는 현실 하나를 향해서요.

-223쪽, 파울 첼란 「죽음의 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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