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운동을 하면서 체중계에 올라가지 않는다. 그 숫자는 내가 운동으로 얻고자 하는 것과 무관하다. 그 숫자는 나를 정의할 수 없고, 나의 아름다움에도 영향을 주지 않는다. 조금만 살이 쪄도 잘 맞는 여성복을 찾기 힘든 한국의 성차별적 의류 시장에도 불구하고, 나는 무거워지는 것이 두렵지않다. 당장은 쉽지 않더라도, 점점 더 많은 여성이 ‘미용 체중‘ 같은 헛소리를 시원하게 무시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들이 정한 ‘정상‘ 구간에 맞지 않는 나를 자랑스러워하자. 개인의 ‘정신 승리‘를 위해서가 아니라, 여성의 몸이 위축되지 않는 더 나은 세상을 위해서. "한 여성이 자기 자신을 옹호할 때, 그는 사실 자신도 모르게, 어떤 주장도 펼치지 않으면서 모든 여성을 옹호하고 있는 것이다"* 라는 마야 엔젤루의 말처럼.

* 《여자다운 게 어딨어》(에머 오툴 지음, 박다솜 옮김, 창비, 2016)에서 재인용. - P70

친구들이 운동하는 얘기를 들어보면, 하나하나가 모두 여성의 성장 서사다. 꼭 성실하고 꾸준하게 운동하는 얘기에만 해당되지 않는다. 근근이 운동을 하는 얘기도, 이런저런 운동을 찾아 떠돌아다니는 얘기도, 심지어 운동을 얼마 안 돼 그만둔 얘기조차도 훌륭한 서사다. 실패를 인정하고, 실패를 딛고, 자기 자신을 위해 다시 도전하는 여성들의 얘기.
더 많은 여성이 스스로가 가장 즐거워하는 운동을 했으면 좋겠다. 주변 사람에게 ‘요즘, 나 이런 운동 한다!‘고 자랑하고 떠들었으면 좋겠다. 운동을 주제로 수다만 떨어도 이렇게 재밌는데, 같이 운동하면 얼마나 더 재미있을까? 여성들이 더 많은 운동장을 점령했으면 좋겠다. 세상은 넓고 운동은 많다. 그리고 모든 운동은 여성들의 운동이다. - P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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