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길은 온전히 나의 시간이다.
직장에서 있었던 좋고 나쁜 일의 기억 보따리를 안고 가긴 하지만 걸음의 속도를 줄이니 그것도 온전히 내 것이 되었다. 왜 진작 이러지 못했을까. 하루 중 혼자 있을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없다. 직장과 가정은 모두 공동체 생활이다. 퇴근길만큼 혼자임을 만끽할 시간이 있을까. 이렇게 생각하니 조급함도 사라졌다.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은 일상처럼 하라고 했던가. 버스를 기다리는 시간, 그 사이사이 잠시 눈을 감아보았다. 여행지의 어딘가에서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눈을 감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주변이 어떠하든 결국 잠시 눈을 감는 것은 나다. 애써 푸른 바다를 연상하지 않는다. 그냥 나 자신을 느끼고, 심호흡을 크게 해본다.
오늘이라는 여행을 잘 마쳤다.
잘 해냈다.
그것으로 족하다고, 스스로를 자랑스럽게 여기며 천천히 걸어간다. - P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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