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수는 사람과 거리를 두는 것처럼 보였지만 적극적으로 물어보면 의외로 선선히 대답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은수가 연신내에 산다는 것, 연신내의 그 집은 겨울이면 비탈길이 꽝꽝 얼어서 차는 물론이고 사람도 올라가기 힘든 곳에 있는데 해마다 누군가가 가로등과 가로등 사이에 밧줄을 백 미터도 넘게 묶어놓아서 그것을 잡고 사람들이 오간다는 사실을 알았다. 은수는 그 광경이 좋아서 어쩐지 겨울을 기다리게 되지만 아직 눈이 내리지 않았으므로 지금은 매어놓지 않았다는 것도. 그런 게 왜 좋아, 그게 왜, 하고 물으니까 은수는 재밌잖아요, 했다. 붙들 것이 있다는 게 누나는 재미있지 않아요? - P4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