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인칭 하나만 해도 그래. 영어는 ‘나‘도 ‘저‘도 전부 ‘I‘지. 그래서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어. 평소 흔히 하는 말도 편지에서는 왜 좀더 격식을 차릴까? 평소에는 ‘그대‘라고 부른 적도 없고 ‘당신‘이라고 불린 적도 없어. 이모와 이모부 편지를 따라서 시작한 거지만 편지 속에서 ‘당신‘이라고 불리는 게 이루 말할 수 없이 행복해.
솔직히 당신이 편지를 써달라고 했을 때는 메일이 어때서 싶었어. 무엇보다 나는 달필이 아니야. 직업상 남들 앞에서 글씨를 쓰기는 하지만 칭찬받은 적이 한 번도 없거든. 기본적으로 메일로 보내고 편지는 반년에 한 번만 보내야지 하는 생각도 했어. 하지만 부임하자마자 정전이야. 당신하고 연락하려면 편지를 쓰는 수 밖에 없어.
그게 지금은 전화선이 복구돼도 메일은 최대한 피하고 당신하고 주고받는 편지를 즐기려 해.
메일로는 ‘당신‘이라고 불러주지 않겠지? 편지이기 때문에 가능한 표현이 있다는 걸 비로소 깨달았어. - P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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