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규림일기
김규림 지음 / 비컷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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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언뜻 보면 일기장인지 책인지 헷갈릴 만큼 한 권의 공책처럼 보이는 책이 있다지난 도쿄규림일기도 그랬지만이번 책 뉴욕규림일기는 미국의 대표적인 노트라는 컴포지션 노트를 표지로 한 덕분에 더욱 공책 같은 느낌이 든다.

작년 이맘 즈음에 이 책을 샀는데사은품으로 컴포지션 노트를 받았다책과 나란히 두면 커다랗고 두꺼운 노트 한 권과 미니어처 노트 한 권을 가진 기분이 들었다문구인다운 발상에 즐거워하며 책을 읽었던 기억이 난다.

 

이 책에서 내가 제일 마음에 들었던 부분은 프린티드 매터스(Printed Matters)’에 방문한 이야기였다만여 권이 넘는 아티스트들의 독립출판물을 파는 독립출판 전문서점어쩜 이렇게 다를까 싶을 만큼 다양한 형태와 주제의 책들은 다양성이 공존하는 뉴욕과 꼭 닮았다고 한다기성 출판사에서는 볼 수 없는 골 때리는 책도 많다는 서점.

내가 김규림 작가님의 책을 처음 만난 것 역시 독립출판물을 판매하는 동네 서점이었기 때문에프린티드 매터스에 관심이 갔던게 아닐까기성 출판에서 조금 벗어나면 이렇게 매력 있는 책들이 넘쳐나는구나하는 깨달음 속에 김규림 작가님의 책 로그아웃 좀 하겠습니다가 있었다.



프린티드 매터스 서점에 있는 책의 판형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 깊었다보통은 네모난 형태로 생긴 걸 책이라고 하는데사실 아무도 그러라고 강요하진 않는다그런데도 우리는 늘상 하던 것과 고정관념에 스스로를 가둬버린다그 생각들은 거의 비슷비슷한 결과물로 이어진다다양한 문화권에서 온 사람들이 섞여 사는 도시라 그런지눈치 보지 않고 각자의 개성을 당당하게 표현하는 뉴요커들의 모습이 참 멋졌다고프린티드 매터스 서점의 책도 딱 그랬다는 표현에 이 서점이 궁금해졌다세상은 넓고많은 사람만큼이나 다양한 책이 있다고 생각해왔지만 나 역시 네모난 책의 판형에 갇혀있었던 것이 아닐까다양한 사람다양한 책을 눈으로 보고 싶어졌다.

 

하나만 더 이야기하자면브루클린 예술 도서관을 말하고 싶다이 도서관에서는 스케치북을 파는데그걸 채워 다시 갖고 와서 등록하면 예술 도서관에 자신의 책이 보관되는 시스템이란다무려 40,000권의 책이 꽂혀있다고사람 수만큼이나 다양한 이야기가 담긴 서가라니뉴욕에 가게 되면뉴욕 공립도서관과 더불어 프린티드 매터스 서점과 브루클린 예술 도서관에 가보고 싶다고 메모해두었다.



작가님만의 뉴욕 여행기만큼이나 매력적이었던 건 여행에 대한 생각이었다나도 여행에서 꼭 가봐야 하는 곳이나 먹어야 할 것에 연연하지 않는 편이다당시의 관심사에 맞춰 그 나라의 보고 싶은 걸 보고 그것으로 만족스러워한 여행기를 읽고 있으니 사무치게 부러웠다철저한 계획보단 허술하게 발길 닿는 대로 뉴욕을 여행하고나아가 쓰고 그린 이야기라니나의 지난 대만 여행이 떠올랐다철저히 계획하고 갔지만현지도 명절 연휴였던 탓에 허술하게 발길 닿는 대로 여행하게 되었는데 그게 퍽 즐거웠다나의 여행도 여행자가 행복한 여행이었구나누군가가 아닌 스스로를 위한 여행이었구나이 책을 읽으며 다시금 느꼈다.



다음 여행에선 나도 규림일기처럼 아날로그한 기록으로 미래의 나에게 선물을 주는 사람이 되어야지소소하게 다짐하며 책장을 덮었다.



2019. 8. 30 기록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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