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정치는 잘 모르는데요 - 나를 위해 알아야 할 가장 쉬운 정치 매뉴얼
임진희 외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6월
평점 :
목요일의 소확행, 썰전을 챙겨본지도 어언 5년이 넘었다. 그간 내게는 단골 멘트 2개가 생겼는데, “어제 썰전에서 봤는데~”와 “썰전에서 설명해주겠지~?”다. 전자는 썰전을 챙겨 본 다음 날의 멘트고, 후자는 정치와 관련해서 궁금한 게 생겼을 때의 멘트다. 뉴스를 보고 2%... 아니 22% 모르는 게 생기면 절로 썰전을 떠올리는 습관이 생겼다. 물음표를 해결해주는 느낌표가 되기도 하고, 새로운 시각을 열어주기도 하는 고마운 프로그램.
이 프로그램을 챙겨보기 이전의 나는 정치를 조금은 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었다. 썰전을 통해서 나는 정치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었을 뿐 정치를 모르는 사람이었음을 깨달았다. 매주 다루는 이야기도 그렇고, 각종 자료화면과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표와 자막을 통해 정치에 대한 지식을 많이 깨우쳤다. 이쯤 되면 믿고 보는 썰전이랄까.
내가 썰전으로 정치를 배울 때, 브라운관이 아닌 현장에서 정치를 배운 친구들이 있다. 배운 것에 그치지 않고, 대학생으로서 중학생, 고등학생 혹은 후배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정치’에 대한 이야기를 쉽게 만들어서 책을 펴냈다. 당시 정치학특강 수업을 담당했던 교수님의 권유로 2년간 학과 수업을 병행하면서 만든 『정치는 잘 모르는데요』가 그 책이다.
정치가 왜 필요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1장 ‘정치의 시작’부터 어떻게 주인이 될 것인가에 대해 이야기하는 4장 ‘정치의 미래’까지 어렵지 않고 재밌게 쓰여서 가독성이 높다. 4장 ‘정치의 미래’ 부분을 예로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다.
‘지방자치단체’에 대해 다루는데 소제목이 ‘누구 카드를 긁을 것인가?’다. 중앙이 하는 일에 지방 보고 돈을 내라고 하거나 지방이 자체 사업을 하는 데 중앙 돈을 마치 엄마 카드 쓰듯 낭비하는 경우들이 있다고 설명하는데, 무릎을 쳤다. 정치 책에서 ‘엄마 카드’가 등판할 줄이야. (정치 책이라면 마냥 딱딱할 거라고 생각한 내 편견도 한 몫 했다) 이어서 ‘중앙이 시킨 짜장면 값은 짜장면 배달하는 지방이 내라’는 소제목으로 박근혜 정부가 대통령 선거 공약을 낼 때부터 야심차게 추진한 무상 복지 정책 ‘누리과정’을 설명하기도 한다. 비유가 어쩜 이리 찰떡인지. 엄마 카드는 일단 긁고 보는 지방자치단체도 문제, 라는 표현은 그런 지방자치단체의 시정을 지켜보게 되었을 때 내가 빌려서 말하고 싶은 표현이 되었을 정도다.
세금, 정당, 선거, 법, 예산, 지방자치단체 등 단순한 정보 전달이 아니라 ‘심화’ 과정을 통해 챕터를 마무리 짓는 것 또한 마음에 들었다. 세금의 심화과정에서는 ‘창조주 위에 건물주 vs 민달팽이 신세 월세 난민’에 대해 다뤘고, 지방자치단체의 심화과정에서는 ‘중앙과 지방의 줄다리기, 청년수당 논란’에 대해 다뤘다. 정치를 알고 싶어 하는, 뜻이 맞는 친구가 있다면 이 부분에 관해 기사를 찾아 읽고 토론하기 좋은 주제가 되지 않을까 싶다.
썰전에서 바로 지난주에 한 얘기가 일주일만에 상황이 뒤집혀서 (최근에는 북미정상회담이 그랬다) 그 문제에 대해 다른 관점으로 이야기 할 때가 종종 있는데, 책은 오죽할까. 이 한국 정당 당명 표를 만들 때만해도 ‘바른미래당’과 ‘민주평화당’은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하루아침에 휙휙 변하는 것이 정치고, 세월이 흘러도 결코 변하지 않을 것 같았으나 점차 변화하는 것 또한 정치다. 후자는 이번 6.13 지방선거를 통해 배웠다. 그간 정치란 물 없이 고구마 백 개를 먹은 것처럼 답답하기만 한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변하고 있다. 계속해서 지켜보지 못했으면 이 결과가 결코 와닿지 않았을 것이다.
‘민주주의 최후의 보루는 깨어있는 시민의 조직된 힘입니다.’
저마다 정치에 관심을 가지게 되는 때가 있을 것이다. 나는 그해 5월을 눈물로 보내다가 추모 영상 속 노무현 전 대통령님의 이 말을 통해, 비로소 정치에 눈을 떴다. 매일 뉴스를 챙겨 보고, 썰전을 목요일의 소확행으로 삼고, 촛불시위에 참여하고, 투표는 빠짐없이 하는 유권자로 살고, 정치에 대해 보다 능동적으로 생각하려고 노력하는 사람이 되었다. 겨우 그 뿐이지만, 이 노력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지금의 중 · 고등학생들은 이런 나보다는 좀 더 밝게, 정치에 관심을 가지기를 바라는 마음에 이 책을 읽고 다소 부족한 이 글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