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주로 주말 이용해서 틈틈이 마당의 흙을 파날랐었다. 땅 속에 콘크리트 구조물도 있고 나무 뿌리도 잔뜩 엉겨 있고 해서 단순히 흙만 파내는 수준의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제 잔디만 깔면 된다. 어제 잔디를 주문했고 오늘 물건이 온다. 조금 긴장된다. 여름 내내 작업한 것이라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선 여름이 완전히 갔다. 아침 5시에 뜨고 밤 10시 가까이 되서 지던 해가 이제 확연히 짧아졌다. 본격적으로 겨울에 들어서면 오후 3 시가 넘으면 어둑어둑해 질 거다. 요즘은 날도 쌀쌀하고 계속 먹장 구름에 비가 내린다.


하기, 동기가 이처럼 분명하다 보니 여름과 태양을 보내는 것에 다들 아쉬워 한다. 나도 해가 나는 날이 있으면 한번이라도 더 바베큐를 하고 싶다. (지난 주 토요일날 모처럼 해가 나서 친구네서 바베큐를 했는데 추워서 덜덜 떨어야 했다.) 


한국에 있을 때를 떠올려 보면, 한국에선 여름도 고통스러웠고 겨울도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여름엔 폭염과 장마와 열대야가 기억나고, 겨울은 머리가 깨지도록 추운 날씨가 머리에 떠오른다. 여름을 보내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영국에서 가장 부러운 게 날씨다. 여름도 겨울도 나기에 고통스럽지 않다. 여름엔 날이 길어서 좋고 겨울엔 밤이 길어서 좋다. (영국의 이번 여름은 유난히 해가 많이 난 여름이라고 하더라.) 해가 지면 철학자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하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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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북인가 싶기도 한데 이 문제에 관심을 두고 있었고 관련 포스팅도 했고 해서...)

개성공단 정상화 협상이 타결되었다는 소식에 나는 솔직히 놀랐다. 안될 거라고 봤기 때문이었다. 이유는 이렇다. 한국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이 폐쇄된다고 해서 별로 손해를 볼 것이 없다. 북한 입장에서는, 개성공단의 직접적인 경제 효과가 생각보다 크지 않다고는 하지만 추가적으로 (한국을 포함한) 해외투자를 유치하려면 개성공단을 잘 운영하고 있다는 것을, 특히 중국과 일본에 보여주어야 한다. 즉, 아쉬운 건 북한이다. 한국 입장에서는 이번이 북한의 버롯을 단단이 고칠 기회이기도 했다. 그런데 결과를 보면 재발방지 주체에 있어 한국이 기존 주장을 꺽고 분명한 양보를 했다. 한국이 왜 갑자기 강경한 입장을 철회했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잘했다고 격려해 주고 싶다.

북한은 아주 신난 것 같다. 한국에서 예의상 던지는 사업도 덥썩 덥썩 물 것 같다. 그만큼 북한이 궁하다는 얘기가 될 것 이다. 김정은이 정권을 유지할 방법은 이것 밖에 없으리라. 

그런데 이것은 어떤 면에서는 딜레마고, 어떤 면에서는 파라독스다. 박근혜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과 날선 관계를 유지할 수록 인기가 올라간다. 더우기 북한과 협력 관계를 강화할 수록 북한에 더 많은 달러가 흘러갈 것인데, 그 의미는 전가의 보도인 종북이념 놀이의 파괴력이 심각하게 약해진다는 것이다. 즉, 대북 관계에서 성공적일 수록 박근혜 정부의 기반 이념이 약화된다. 이것이 박근혜 정부의 딜레마다. 

반면, 진보 정당이 대북 사업을 추진할 때 받곤 하는 엄청난 저항을, 보수 정당은 상당히 덜 받는다. 그래서 대북 협력 사업은 차라리 보수 정당에서 추진하는 것이 여러모로 덜 피곤하다. 이것이 파라독스다. 새나라당이 잘 해주었으면 좋겠다.

개성공단이 완전 정상화될 때까지는 시간이 좀 더 걸리겠지만, 첫 궤도엔 잘 올라탄 것 같다. 박근혜 정부가 흔들리지 말고 뚜렷한 성과를 많이 많이 내어주었으면 좋겠다. 금강산 관광도 재개하고, 디엠젯에 평화공원도 만들고, 제2, 제3의 개성공단도 만들고, 서해 평화수역도 조성하고 했으면 좋겠다. -내가 박근혜 정부에 가장 기대하는 부분이다. 박근혜 자신이 이에 대한 의지가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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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문에서 비비씨 뉴스와 채널4 뉴스(영국 민영 방송) 사이에 경쟁이 붙었다는 기사를 봤다. 나는 진작에 채널4 뉴스로 갈아탔던 차였다. 단순히 채널4 뉴스가 더 재밌기 때문이다. 엊그제 방송을 예로 들어보자.

이집트 사태가 있은 다음날 채널4 뉴스의 메인 앵커는 카이로로 날아가 라이브로 뉴스를 진행한다. 시신이 가득한 병원에서 앵커가 직접 취재한 영상을 보여준다. 이어서 이집트, 미국, 유엔 당국자를 인터뷰한 내용을 각각 방송한다. 뉴스 시간의 반 정도를 이집트에 몰빵한다. 영국 지역 뉴스는 스튜디오의 또다른 메인 앵커가 진행한다. 노동당 총수가 런던 빈민 지역의 시장을 찾았는데 이 앵커가 직접 따라갔더라. 운좋게도 시민 하나가 노동당 총수에게 달걀을 던지는 장면을 포착하였고, 총수와 그 달걀 던진 사람 모두를 인터뷰해 방송으로 보여준다. 현장에서 직접 뛰는 저널리스트들이군... 하며 고개를 끄덕끄덕하게 된다. 

비비씨는 어떻게 보도하나 싶어 뉴스 시간에 맞춰 채널을 돌린다. 첫 꼭지는 이집트 특파원의 현장 보도다. 두 번째 꼭지는 미국의 대응에 관한 것이다. 인터뷰는 주로 기자나 교수들과 하고 있었다. 스튜디오에서 차분하게.

어느 쪽의 보도 방식이 옳은 것인지, 현장에 앵커가 직접 뛰어 들어가 흥분한 목소리로 방방 뜨는 것이 참된 저널리즘인지 어떤지 나는 모른다. 그러나 그것이 더 재밌다는 사실을 부정할 순 없다. 채널4 뉴스의 앵커는 인터뷰 상대자가 말을 빙빙 돌리거나 대답을 회피하거나 거짓말을 하도록 놔두지 않고, 정말 무례할 정도로 다그치곤 한다. 이게 옳은 건지 어떤 것인지는 모르겠는데 확실히 흥미롭다.

덕분에 채널4 뉴스를 기다리면서 앞 시간에 하는 홀리옥스라는 드라마도 보게 된다. 채널4 뉴스 다음 것도 볼 만 하면 보겠는데 별로 볼 만 한게 없어서 거기서 테레비는 꺼진다. 
 
물론, 심층적으로 파고드는 뉴스보다는 평면적으로 나열하는 뉴스를 더 놓아하는 사람도 많을 것이다. 정말? 그렇다면 왜 영국에서 채널4 뉴스가 방송 뉴스의 최강자로 떠오를까? 그렇다면 왜 한국에서 (듣자하니) 엠비씨 뉴스의 시청률이 그토록 떨어졌을까? -사람들은 지루한 것을 싫어하고 생생한 것을 좋아한다. 

보아하니 한국은 물반 고기반인데다가 완전히 무주공산이다. 몰빵하면서 뛰어들 데가 너무 너무 많다. 원전, 사대강, 국정원... 그런데 왜 아무도 안나서지? 뉴스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단번에 두 배 이상 확보할 수 있는 기회가 뻔히 보이는데도 모두들 주저하는 것 같다. 아마도 저널리스트로서의  책임감때문에 상업성(시청률)의 유혹에 굴하지 않고 있는 것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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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젯밤에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듣고 잔뜩 껴입고, 모포와 자리를 준비해서(요즘 여기 저녁은 쌀쌀하다), 주말마다 크리켓 경기가 벌어지는 축구장만한 마을 공원에 갔다. 오레오 쿠키도 사려고 했는데 안팔아서 다이제스트만 하나 샀다.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하리라 생각했는데 (나무 그늘이 짙어 잘 보이지 않아서인지) 사람 기색이 별로 없었다. 

자리에 누워 하늘을 주시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이 별똥이 떨어졌다. 꽤 큰 섬광을 일으키며 별똥 하나가 떨어질 때 아내와 나는 저도 모르게 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로 말미암아 공원에 누워 밤하늘을 주시하고 있는 건 우리 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별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고, 아내가 무서워 했기 때문에 얼마 있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잔디는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어 따뜻했다.)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와서 한 열흘 머물다 갔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나도 덩달아 관광객이 된다. 세븐 시스터스라는, 백악의 해안 절벽에도 갔었는데 이 친구가 계속 "와, 저기 예쁘다, 저기도 예쁘다"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퍽 늙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초록의 들판이 한 시야에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조용히, 홀로 그것들 안에 있고 싶어졌다. 그러다 그러다 서정주의 싯귀 하나가 떠올랐다. "초록에 지쳐..." 그랬다. 황폐함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쇼펜하우어가 잘 설명한 것처럼. 나는 마음 속으로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발음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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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rgettable. 2013-08-13 21: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 언젠가 친구가 사는 동네에 놀러간 적이 있었는데, 바랜 벽화를 보고 감탄을 서슴치 않는 절 보며 친구는 익숙한 동네가 낯설게 보인다고 하더라구요. 이방인인 친구와 동네를 걷는 건 참 즐거운 일입니다. 유성우는, 경기도에서는 잘 보이지 않았어요. 구름이 많더라구요.

weekly 2013-08-14 01:48   좋아요 0 | URL
익숙함에서 새로움을 발견하는 능력이 우리를 젊게 하는 힘(감수성)이겠죠. 반면, 그 표면 아래로 내려가야 한다는, 어떤 중량감을 획득해야 한다는 생각도 떨칠 수가 없어요. 그건 감수성만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이 아닐 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녁에 데이빗이 와서 조금 전에 끝마치고 돌아갔다. 만족스럽다. 이전에 접촉했던 사람들은 땅 위에다 그냥 데크를 놓겠다고 했는데, 데이빗은 땅을 더 파고 기초를 세운 후에 데크를 놓았다. 덕분에 데크 높이가 높아져서 훨씬 보기 좋게 되었다. 


(데이빗이 데킹 일을 하는 동안 나는 저 오른쪽 옆에서 펜스 기울어진 것을 철심을 박아 고정시켰다. 물론 임시방편이다.)


데이빗이 정원을 어떡할 거냐 묻기에 잔디를 깔 거라고 했더니 갑자기 줄자를 들고 측정을 하기 시적했다. 견적을 알려주는 데 재료비에 자기 노동력 약간을 붙인 가격이었다. 재료비를 대충 알고 있는 터였기 때문에 마음이 동해 버리고 말았다. 이번 주에라도 당장 할 수 있단다. 이 친구 빚진 거 있나, 아니면 돈독에 올랐나? 데이빗은 주중에 일이 있어서 우리집 일도 주말(토,일)에 와서 한 것이었다. 게다가 오늘(화)은 다른 데 일 끝나고 저녁에 우리집에 와서 일한 거고. 그런데 이번 주에 또 일할 수 있다고? 이런 영국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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