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젯밤에 유성우가 쏟아진다는 뉴스를 듣고 잔뜩 껴입고, 모포와 자리를 준비해서(요즘 여기 저녁은 쌀쌀하다), 주말마다 크리켓 경기가 벌어지는 축구장만한 마을 공원에 갔다. 오레오 쿠키도 사려고 했는데 안팔아서 다이제스트만 하나 샀다. 공원에 사람들이 가득하리라 생각했는데 (나무 그늘이 짙어 잘 보이지 않아서인지) 사람 기색이 별로 없었다.
자리에 누워 하늘을 주시했다. 많이는 아니지만 간간이 별똥이 떨어졌다. 꽤 큰 섬광을 일으키며 별똥 하나가 떨어질 때 아내와 나는 저도 모르게 아! 하며 소리를 질렀다. 그 소리로 말미암아 공원에 누워 밤하늘을 주시하고 있는 건 우리 뿐이라는 걸 깨달을 수 있었다. 생각보다 별똥이 많이 떨어지지 않았고, 아내가 무서워 했기 때문에 얼마 있다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잔디는 아직 온기를 머금고 있어 따뜻했다.)
(한국에서 친구가 놀러와서 한 열흘 머물다 갔다. 한국에서 손님이 오면 나도 덩달아 관광객이 된다. 세븐 시스터스라는, 백악의 해안 절벽에도 갔었는데 이 친구가 계속 "와, 저기 예쁘다, 저기도 예쁘다"를 연발하는 것이었다. 순간 나는 내가 퍽 늙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파란 하늘, 파란 바다, 초록의 들판이 한 시야에 어우러져 있는 곳에서는 말이 필요하지 않다. 나는 조용히, 홀로 그것들 안에 있고 싶어졌다. 그러다 그러다 서정주의 싯귀 하나가 떠올랐다. "초록에 지쳐..." 그랬다. 황폐함의 유혹은 치명적이다. -쇼펜하우어가 잘 설명한 것처럼. 나는 마음 속으로 아프리카라는 단어를 발음해 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