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동안, 주로 주말 이용해서 틈틈이 마당의 흙을 파날랐었다. 땅 속에 콘크리트 구조물도 있고 나무 뿌리도 잔뜩 엉겨 있고 해서 단순히 흙만 파내는 수준의 일은 아니었다. 어쨌든 이제 잔디만 깔면 된다. 어제 잔디를 주문했고 오늘 물건이 온다. 조금 긴장된다. 여름 내내 작업한 것이라 마무리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
이곳에선 여름이 완전히 갔다. 아침 5시에 뜨고 밤 10시 가까이 되서 지던 해가 이제 확연히 짧아졌다. 본격적으로 겨울에 들어서면 오후 3 시가 넘으면 어둑어둑해 질 거다. 요즘은 날도 쌀쌀하고 계속 먹장 구름에 비가 내린다.
하기, 동기가 이처럼 분명하다 보니 여름과 태양을 보내는 것에 다들 아쉬워 한다. 나도 해가 나는 날이 있으면 한번이라도 더 바베큐를 하고 싶다. (지난 주 토요일날 모처럼 해가 나서 친구네서 바베큐를 했는데 추워서 덜덜 떨어야 했다.)
한국에 있을 때를 떠올려 보면, 한국에선 여름도 고통스러웠고 겨울도 고통스러웠던 것 같다. 여름엔 폭염과 장마와 열대야가 기억나고, 겨울은 머리가 깨지도록 추운 날씨가 머리에 떠오른다. 여름을 보내면서 아쉽다는 생각이 들었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나는 영국에서 가장 부러운 게 날씨다. 여름도 겨울도 나기에 고통스럽지 않다. 여름엔 날이 길어서 좋고 겨울엔 밤이 길어서 좋다. (영국의 이번 여름은 유난히 해가 많이 난 여름이라고 하더라.) 해가 지면 철학자의 시간이 시작된다고 하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