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입장에서는 책에는 두 종류가 있다. 잘 시간 등의 방해만 없다면 한없이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책과 몇 십분 지나지 않아 엉덩이가 들썩들썩해지는 책. 첫 번째 종류의 책은 약간의 가책을 느끼게 하고 두 번째 종류의 책은 어렵게 해독된 단 몇 문장에도 감사함을 느끼게 한다. 인간지사가 이런 식으로 돌아가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가치란, 전통에 따르면, 얼마나 얻기 힘드냐에 따라 측정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구니스 시절의 스필버그는, 사람들이 자기 영화를 보러와서 실컷 즐긴 후 극장을 나가서는 우디 앨런에 대해서만 얘기한다고 불평을 털어놓는다. 우디 앨런의 영화가 더 만들기 어렵고, 어떤 의미에서건 더 가치가 있는 영화인가? 나는 잘 모르겠다. 그러므로 옛날의 스필버그에 동정이 간다. 여튼 이 또한 세상이 돌아가는 이치다. (마치 도통한 사람인냥... 정작은 프레드릭 제임슨의 책을 읽으면서 한 숨 돌리고자 딴 짓을 하는 것이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