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이 분의 이름을 개성공단 철수 사태를 통해 기억한다. 이 분은 개성공단에 별 상황 변화가 없는데도 한국 인력의 억류 상황을 가정하고 인질 구출 작전 운운함으로써 북한이 개성공단을 잠정 폐쇄하는 데 빌미를 제공했다.

인질구출 작전이든 선제타격이든, 혹은 보복타격이든 그것이 다 말뿐이라는 걸 대한민국 국민들도 알고 있고 북한도 알고 있다. 작전통제권 관할 문제때문에 한국의 대통령이나 국방부 장관이 북한에 대한 군사행동을 독자적으로 결정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분은 이번에 전작권 전환 연기를 주도하고 있다고 한다. 북핵문제 때문에 안보위기가 심화되었다는 것이 이유란다. 이 또한 말 뿐이라는 걸 우리는 잘 안다. 북핵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면서도 국방부는 노무현 정권 때보다 예산을 더 못 따내고 있으니 말이다. 한 국가가 입으로는 안보 위기가 심화되고 있다고 하면서 몸으로는 국방 예산을 깍고, 그러다보니 급하게 되었다고 미국에 달려가서 계속 한국군을 지휘해 달라고 부탁하는 건 보기에 정말 좋지 않다. 

오늘 이 분은 한국의 MD 가입은 없다고 기자회견을 통해 못박았다고 한다. 관련 기사를 검색해 보니 최근 며칠 동안의 국방부 대변인이나 그 자신의 발언과도 배치되는 말이었다. 이 분의 말을 믿을 수 있을까? 

난 국방부 장관의 말을 믿는 쪽에 걸겠다. 믿을 수 있는 것은 말이 아니라 현실적인 어떤 것, 즉 돈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국방부에 그만한 돈이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난 이게 정권이 대한민국을 통치하는 방식이라고 본다. 경제 사정을 들어 국민들의 복지 요구를 억제한다. 안보 사정을 들어 미국에게 한국의 국방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운다. 핵심은 복지나 안보에 자기 자원을 쓰지 않고 현상을 유지하는 것이다. 즉, 사회 통합이나 국가 안보에 대한 책임을, 국민 개개인에 돌려서든 미국이라는 강대국에 돌려서든 회피하려 하는 것이다. 나머지는 전부 말잔치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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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aint236 2013-10-17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문제는 돈이 없으면 하지 말아야 하는데 돈이 없으면서도 자꾸 한다는 것입니다. 아파치 헬기가 그렇죠. 헬기는 들여오는데 무장은 돈이 없어서 못들여 온다네요. 무기는 다른 프로젝트로 또 진행하겠죠.. 그럼 아파치 헬기를 왜 들여올까요? 그걸가지고 산불을 끄려나 모르겠습니다.

weekly 2013-10-18 18:03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지네들도 뭔가 속사정이 있겠지만 주먹구구식으로 보이는 건 어쩔 수 없겠네요.
 

어젯밤인가 BBC 뉴스를 봤다. 영국의 유력 정치인 둘이 중국에 넘어가서 상호협력 증진을 위해 이런 저런 활동을 하고 있다는 보도였다.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시장 중의 하나인데 영국은 독일이나 프랑스에 비해 중국 진출에 좀 게을렀다는 반성도 곁들여 졌다. 이제 10년, 20년 후면 중국은 세계 최대의 규모의 경제력을 갖게 된다.

그리고 오늘 한국 뉴스를 봤다. 한국이 슬슬 미국의 미사일 방어체제에 편입하려는 기미가 보인다는 기사였다. 한국이 전작권을 안받으려고 하면 반대급부로 한국은 MD에 편입해야 할 거라는 예상은 꾸준히 있어 왔다. 한국이 전작권을 안받으려는 이유가 북한에 대한 전쟁억지력을 높이려는 것인데, 그 결과로 한국은, 정말 엉뚱하게도 중국을 가상의 적으로 해서 중국에 대한 미사일 방어 체제의 최첨단에 서게 될 지도 모른다. 이 방어 체제가 북한의 미사일을 막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가? 전혀 그렇지 않다는게 상식적인 의견이다. 즉, 북한은 너무 가까이에 있다. 그럼에도 한국 정부는 이 방어 체제를 구축하는데 돈을 엄청나게 쏟아부어야 한다. 누구를 위해서? 글쎄 이 질문은 한국 정부에 정말이지 어려운 질문이지 싶다...

국방부 사람들은 전작권 반환 연기와 MD 가입에 별 주저함이 없을 것 같다. 이 사람들은 미국의 지휘 통제를 받지 않고 북한과 싸워야 하는 상황을 무엇보다도 두려워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외교나 경제 통상 관련 부처 사람들의 생각은 다를 것이다. 한국 정부가 MD 편입과 관련하여 모호한 행보를 보여온 것은 그래도 이 사람들이 국익에 대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증거이리라. 

최종 결정은 물론 박근혜의 몫일 거다. 그러므로 사실 아무 기대도 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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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을 보면서 감독 리처드 린클레이터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비포 선셋은 쥴리 델피의 미묘한 감정의 흐름을 따라 영화가 전개되기 때문에 영화 전체를 통제하는 감독의 역량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생각되었기 때문이다.


웨이킹 라이프는 그렇게 보게 된 영화고 내게 흥분을 불러 일으켰다. 형식적인 면을 보자면 영화는 실사에 애니매이션을 덧입힌 작품이다. 내용적인 면을 보자면 영화는 객쩍은 철학적 잡담의 범벅이다. 나의 주목을 끈 부분은 실사에 애니매이션을 덧입힘으로써, 그렇게 피사체를 추상화함으로써 철학적 잡담의 위화감을 상당히 떨쳐 낼 수 있더라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사르뜨르의 구토, 혹은 박상륭의 죽음의 한 연구와 같이 객쩍은 소설들을 영화화한다고 해보자. 아니, 더 쉽게 비틀즈의 일대기를 영화화한다고 가정해 보자. 이걸 실사로 했을 경우 배우들이 얼마나 비틀즈 멤버들과 닮았는가가 영화의 성공의 관건 중 하나가 된다. 동시에, 얼마나 현실을 비슷하게 모방했는가가 영화의 한계가 된다. 영화는 결코 위화감을 극복하지 못할 것이므로 많은 사람들의 비웃음을 사게 될 꺼리를 태생적으로 안게 될 것이다. 반면, 500년 전의 실존 인물을 영화화한다고 해보자. 비틀즈에 대한 영화를 만들 때 각오해야 할 위화감의 위협은 상당 부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 그 인물은, 역사적 행적이나 저서의 문장 등등으로 추상화된 채 우리에게 건네져 있기 때문이다.


프루스트의 말.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안다면 표현하지 못할 것은 없다.


(요즘 영국 영화들. 킹스 스피치, 퀸, 철의 여인, 그리고 다이애너까지... 후~ 말만 들어도 위화감의 닭살이 돋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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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다음 주에 로마로 짧은 여행을 다녀오기로 되어 있다. 그래서 괴테의 이탈리아 여행기를 읽고 있고, 그러다보니 괴테와의 대화도 들쳐 보게 된다. 

예전에 여러 번 읽었던 책들이긴 하지만 읽을 때마다 새로운 감동을 받게 된다. 무인도로 가져갈 한 권의 책을 선택하라면 난 주저 않고 괴테와의 대화를 들겠다. 여전히 젊은 감수성을 지니고 있는 노년의 대가의 육성을 들을 수 있는 기회는 결코 흔하지 않다. 이 책은 보물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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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선셋을 보았다. 아내가 추천해 준 영화다. 좋은 영화라고 할 수 있을 것이고, 내 기준에서는 아주 좋은 영화다. 

내 기준에서 좋은 영화는 배우가 좋아할 만한 영화다. 시나리오가 몸에 딱 맞아서 집중력 있게 연기할 수 있는 영화, 편집과 삽입음악 등으로 장난을 치지 않아서 최종 편집본이 어떻게 나올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영화가, 내 기준에는 좋은 영화다.

이 영화의 시나리오는 남녀 주인공과 감독의 공동 창작이라고 한다. 게다가 롱 테이크(나는 롱 테이크를 미치게 사랑한다. 내가 홍상수 감독을 좋아하는 이유 중 하나다)가 엄청 많다. 그러니 좋은 영화일 수 밖에...

영화는 일상의 언어(나이 듦, 시간)를 통해서 삶의 의미에 대해 묻는다. 그리고 그 물음은, 영화를 찍기 위해 만들어낸 위조품이 아니라 영화로 담아낼 가치가 충분한 진짜 질문들이다. 

영화는 구석 구석이 다 좋다. 일일이 들어 말하면 이야기가 너무 길어질 것 같으므로 감상만 짧게 말하자. 

난 이 영화를 보고 어느 명절날 동생과 어머니가 나눈 대화가 떠올랐다. 동생은 아이가 하나 있는 남자 가장이다.

동생: 엄마, 난 나이 먹으면 뭔가 다른 사람이 될 줄 알았는데 똑같아. 옛날 어릴 때랑 지금 나랑 다른 게 없는 거 같아. 어떻게 된거지?
어머니: 원래 그런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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