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들을 때마다 어디서 저렇듯 절묘한 아이디어들을 잔뜩 모아다가 저렇듯 매끈하게 붙여놓았을까 감탄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1악장의 시작하는 부분은 압도적이다. 모든 비밀을 잔뜩 안은 채 마치 새벽 안개 사이로 햇살이 슬며시 비쳐들기 시작하는 듯한 절대적으로 섬세한 분위기, 투명하고 고요한 공기 중에 보일 듯 말듯 담배 연기가 흐르는 것 같은 이런 미묘함을 베토벤은 도대체 어떻게 잡아낼 수 있었을까? 장면을 얻기 위해 몇 날 몇 칠을 한 곳에 포커스를 맞추어 두고 있는 사진가와 같았을까? 고도로 집중된 상태가 아니면 저런 미묘한 순간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리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의 신체적 장애가 그에게 무한한 집중의 세계를 열어준 것일까? 집중은 이렇듯 세계의 질에 대한 것인 것 같다. 세계의 섬세함에 대한 것인 것 같다. 말하자면 쉬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 그런데 쉬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까닭에 수 많은 가짜가 나타나기도 한다. 진짜만이 가짜들에게 각자의 자리를 정해줄 수 있다. 베토벤은 우리에게 절대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준다. 이게 진짜구나. 그리고 진짜라는 것이 있구나. 그것이 때로는 사람에게 강박을 줄 것이고 좌절을 줄 것이다. 나로서는 강박과 좌절 역시 집중의 양상들이라고 여길 뿐이다. 방법론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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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이 노동 시간을 연장하려 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신문 기사를 찾아 제대로 읽어 보지는 않았지만, 먼저 한 마디 하고 싶다.

내가 보기에 이런 움직임은 한국 사회 앞에 놓여 있는 두 가지 패러다임에 대해 정권이 어떤 선택을 하려 하는가를 보여 주는 것 같다. 단적으로 말하자. 한국은 일본이나 독일 같은 선진국을 지향하면서 이들 나라와 경쟁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아니면 중국과 경쟁하는 길을 선택할 것인가? 

우리 모두는 전자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그러나 새누리당 정권은, 현실적으로 전자는 어렵고, 그러므로 후자를 택할 수 밖에 없다고 판단한 것 같다. 그러므로 임금을 실질적으로 삭감하는 노동시간 연장안을 들고 나선 것이리라.

중국과 저가 경쟁하는 것이 현실적인 길인가? 어쩌면 그럴지도 모른다. 한국엔 어짜피 젊은 노동 인구가 얼마 없다. 이 부족분을 메워줄 사람은 젊은 해외 이주민들일 것이다. 극단적으로 말해 이들 해외 노동 인구를 유치할 수 있는 정도로 만 임금을 맞추는 것이 새누리당 정권의 야심일지도 모르겠다. 

엊그제 삼성의 실적 악화 이야기를 들었다. 핸드폰 실적이 이전보다 상당히 떨어졌다는 것이었다. 이런 이야기는 이미 오래 전부터 누구나 예상하고 있었을 것이다. 삼성 핸드폰은 무지개와 같은 포지션닝을 하고 있고 이것이 성장의 굳건한 기반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구조에서 삼성은 중국 기업들에 대한 방어막을 가질 수 없었다. 반면 애플은 프리미엄 시장 안에서 자신을 보호하고 있다. 결론은 삼성은 중국 기업과 경쟁하게 되리라는 것. 똑같은 이야기다.

나도 지방 공장에서 일해 봤지만, 지방 중소 기업의 상당 부분은 재벌 대기업의 하청 기업이다. 이렇게 잘 나가는 몇몇 대기업 위주로 산업이 편재된 결과로 한국은 경쟁력 있는 중소 기업을 제대로 육성해 내지 못했다. 예를 들면 한국의 칼, 연필 공장은 중국 제품과 같은 카테고리의 시장에서 놀아야 한다. 반면, 독일은 같은 제품군을 가지고 프리미엄 시장에서 따로 논다. 그래서 또 똑같은 이야기가 된다.

아마 새누리당의 노동 시간 연장안에 대해 일부 사람들은, "그래 요즘 사람들 일 열심히 안해. 다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해."라고 동의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에 동의하느냐가 문제다. 내가 보기에 한국 유권자의 적어도 30%는 이에 동의하는 것 같다. 새누리당이 이처럼 분명하게 한국이 앞으로 가야 할 길을 보여주고 있는데, 다음 총선과 대선에서 새누리당이 또 다시 이긴다면, 한국 사람들 일반은 중국과 경쟁하는 노선을 기꺼이 선택한 것이 되리라. 그러할 때 한국의 분명한 문제는 경쟁국 중국에 비해 너무 많은 임금을 받고 너무 적은 시간을 일하고 너무 많은 복지를 받는 것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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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 독립 투표가 부결되었다. 제삼자 입장에서는 다행이다 싶기도 하고(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너무 크므로), 아쉽기도 하다(뭔가 커다란 변화가 있을 뻔 했는데). 하나 강렬한 인상으로 남는 것은 투표 운동 기간 동안 영국 사람들이 보여 준 성숙한 모습이다. 이 문제에 관한 한 영국 사람들은 분명히 성숙한 모습을 보여 주었고 나는 그에 존경을 표하고 싶다.

투표 운동 기간 동안 영국 공영 방송 비비씨가 보여 준 모습은 어떠했을까? 독립했을 경우의 난감한 상황과 스코틀랜드 국민당의 국수주의적인 태도를 비판해 댔을까? 아니더라. 철저하게 중립적인 태도를 견지했다. 그러면 중립인 척 하면서 실은 외면을 하고 말았을까? 아니더라. 스코틀랜드가 독립하여 노르딕 국가들을 모델로 할 경우의 긍정적인 모습과, 또 그 실천의 어려움도 같이 보여주더라. 스코틀랜드의 유명한 작가들이 겪은 정체성의 혼란에 대해서도 이야기해 주더라. 제삼자 입장에서 비비씨의 이러한 다큐먼터리를 보고 나는 "아,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나름 비젼이 있는 거구나!" 하고 느낄 정도였다. 

아마 비비씨를 비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비비씨에 고무되어 독립파로 많은 사람들이 몰린 것은 아닌가? 나는 그런지 어떤지 잘 모르겠다. 다만 내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독립 투표 전후로 비비씨의 위상은 손상을 입지 않았다는 것이다. 여전히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비비씨를 공정한 보도자로, 믿을 수 있는 매체로 여기고 있을 것이다. 꺼꾸로 비비씨가 중립을 지키지 못했을 경우를 상상해 보자. 어쩌면 그것은 비비씨 종사자들의 악몽이 될지도 모르겠다.

그렇더라도 정말로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게 되어 버렸다면 비비씨는 국가 반역죄를 저지른 셈이 되지 않는가? 라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여전히 비비씨 사람들에 동의한다. 공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국민들(스코틀랜드 사람을 포함하여)에게 제공하여 더 나은 선택을 하게 하는 것이 공영 방송의 존재 이유라면, 비비씨는 자신의 역할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기 때문이다. 

영국 사회가 존경스러운 것은 이처럼 절대적으로 어려운 상황에서도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언제나처럼 꿋꿋하게 해내는 기관들, 사람들이 사회 곳곳에 있다는 점일 것이다. 아마 어떤 정치인도 비비씨에 압력을 넣을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고 국민들 또한 그랬을 것이다(물론, 비비씨를 비난하는 댓글 하나를 비비씨 사이트에서 본 기억이 나긴 한다). 

이에 비한다면 한국의 문제는 매우 분명하다. 한국의 장점은 더 실용적이고 덜 이념지향적인 것이지만, 이것이 때로는 지나치게 상황 논리적으로 흘러가 버릴 위험이 항상 존재한다. 기준이 없다는 것이다. 법원도 검찰도 상황 논리(정치 논리)가 최우선적인 고려 사항이 된다. 어제 한국 식당에서 읽은 신문 기사에 따르면 아파트 관리실도 전체 주민에 대한 공정한 서비스보다는 부녀회를 더 잘 모시는 것이 우선적 고려 사항인 것 같다. 한국의 대통령이나 아파트 단지의 부녀회장이란 완장은 무엇을 뜻할까? 원칙 적용의 예외가 되는 것! 대통령이니까 국회의원이니까 남자니까 여자니까, 혹은 늙었으니까... 이런 식으로 허다한 사람들이 예외로 빠져 나가버리면 원칙의 적용을 받아들이는 사람들만 바보가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내가 어제 읽은 신문에 따르면 김부선씨처럼 싸워야 할 것 같다. 그런 뜻에서 멀리에서나마 김부선씨께 존경을 표하고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 (뭔가 앞뒤가 안맞는 글이 되어 버린 듯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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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2014-10-09 18:08   좋아요 0 | 댓글달기 | 수정 | 삭제 | URL
비비씨에 대해 너무 일방적인 예찬을 한 것 같다. 더 알아보니 비비씨가 꼭 칭찬받을 만한 일만 한 것은 아닌 것 같다. 스코틀랜드 독립과 관련해서도 공정성을 유지했는가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또, 예를 들면 정권에 반대하는 시위에 대해 공정한 보도를 했는가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이 많았다. 비판적 시각이 엷어진다면 비비씨도 강자(정권) 쪽으로 편향될 가능성이 얼마든지 있을 것이다. 비판적으로 감시하는 시선들이 있고, 그것이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사회 구조가 비비씨의 공정성을 만들게 된 것이리라.
 

내일 스코틀랜드가 독립 투표를 한다. 반대가 대체로 앞서는 분위기이지만 대단히 박빙이기 때문에 내일 어떤 일이 벌어질지 아무도 확신할 수 없는 것 같다. 만약 찬성이 우세하여 스코틀랜드의 독립이 확정된다면 참으로 역사적인 일일 것 같다. 영국에 살면서 눈 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이런 대단한 사건을 놓치면 안되겠다 싶어 내 생각을 적어놓는다.

사실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에 별 관심이 없었다. 그런데 한 일 주일 전쯤에 여론조사에서 독립 찬성파가 처음으로 우세를 보인 적이 있었다. 일시적이긴 했지만 갑자기 분위기가 확 달아오르는 느낌을 받았다. 영국의 총리를 비롯한 주요 정치인들이 다 스코틀랜드로 날아갔다. 어제 영국 총리는 "당신들이 보수당을 싫어하는 것을 잘 안다. 그러나 보수당이 영원히 집권하는 것은 아니지 않는가? 제발 부탁이다. 떠나지 말아달라."고 스코틀랜드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이야기 했다. 여왕도 나섰다. 여왕은 이번 일에 절대 개입하려 하지 않았었다. 독립과 관련된 일은 스코틀랜드 사람들이 결정해야 할 문제라고 대변인을 통해 미리 선을 그어놓았었다. 그러나 사태가 심각해지자 여왕이 나서야 한다는 압박이 심해졌는가 보다. 여왕은 "잘 생각해서 선택하라" 정도의 교과서적이고 애매한 말을 내놓았다. 여왕의 충고가 독립 투표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는 모르겠다. 어쨌거나 심각한 상황인 것은 분명하다는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작은 나라다. 그래서 독립하여 자립할 수 있겠는가 하는 의문이 많을 수 밖에 없다. 통화 문제라든지, 독립 찬성 결과가 나오는 순간 스코틀랜드 금융 기관들의 뱅크 런 가능성이라든지 하는 수 많은 예측 가능한 난제와 또, 경제계에서 주로 나오는 협박도 있다(스코틀랜드에 있는 기업 본사를 다른 데로 옮긴다든지 하는). 

그러나 나는 이 모든 부정적 전망이 현실화될 가능성은 별로 없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스코틀랜드는 독립해서도 파운드화를 계속 쓰려 하는데 잉글랜드 중앙 은행에서는 이에 반대한다고 분명하게 말한 바가 있다. 그러나 잉글랜드 중앙 은행이 이 입장을 관철시킬 수 있을까? 나는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파운드화 경제 권역의 몰락을 피하려면 스코틀랜드 독립파가 기대하는 대로 잉글랜드는 스코틀랜드와 파운드 통화 동맹을 맺을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실제로 독립이 확정될 경우 스코틀랜드 은행들의 뱅크 런을 방지하기 위해서 잉글랜드 측은 이미 많은 대비를 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하건 말건 두 나라는 적어도 한 세대 동안은 공동 운명체일 수 밖에 없다. 잉글랜드에서 일하고 있는 스코틀랜드 사람들의 비자 문제를 거론하는 사람도 있던데, 당연히 비자 협정을 맺어 현상을 유지하게 할 것이다. 

스코틀랜드는 작은 나라에 작은 인구를 가진 소국이다. 당장 기대하고 있는 것은 북해 유전이다. 그래서 석유만 믿고 독립하려 한다는 비판이 많다. 스코틀랜드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모델은 스칸디나비아 국가들인 것 같다. 특히 노르웨이와 같은 소국이면서 잘 사는 나라. 솔직히 내 생각에는 이게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 같다. 한동안은 물론 석유 자원에 기대야 겠지만 스코틀랜드 국민들은 잘 교육되고 합리적이고 투명한 사람들이기 때문에 한정된 석유 자원을 갖고 흥청대고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한다. 얼마든지 고부가가치의 생존 전략을 만들어 낼 수 있을  것 같다. 영국 정부와 다른 노선을 취하면서 말이다. (독립 투표의 찬반이 50 대 50으로 갈리는 와중에서도 선거 운동 양상은 차분해 보인다. 비비씨에서 찬반 대표를 스튜디오에 불러 토론을 하는데 의자 하나씩 갖다놓고 나란히 무릅을 맞대고 차분히 이야기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다. 이런 합리적인 국민들이니 독립해서도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믿게 된다.)

내 생각에 스코틀랜드의 독립으로 진정한 타격을 받는 쪽은 잉글랜드일 것 같다. 무엇보다도 영국(유나이티드 킹덤)이라는 정체성이 사라진다. 스코틀랜드가 독립할 경우 유니언잭은 사라진다. 유니언잭 깃발에 스코틀랜드 기가 들어가 있기 때문이다. 유나이트드 킹덤이라는 정식 국호도 사라진다. 이제는 갈라선 킹덤이 되어 버리기 때문이다. 브리튼이라는 말도 영국을 호칭하기 위해 쓸 수 없다. 브리튼섬의 북부 3/1이 스코틀랜드이기 때문이다. 국토의 3/1, 인구의 10% 정도, 그리고 정체성도 잃고 나면 영국의 위상은 추락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영국은 이미 자신들이 세계를 이끌고 가는 강국 중 하나라는 생각을 버리기 시작했다. 이런 현실 인식이 더 가속화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럼 영국은 어디로 갈까? 영국 테레비젼의 한 방송에서 기자가 터키 사람에게 이렇게 물은 적이 있었다. "터키는 유럽인가 이슬람인가?' 이 우문에 터키 사람들은 이렇게 현답을 말했다. "터키는 유럽과 이슬람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다. 마치 영국이 미국과 유럽 중 하나를 선택할 필요가 없듯이." 

어떤 의미에서 스코틀랜드의 독립 투표는 바로 이 방향성에 대한 고민을 함축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스코틀랜드는 역사적으로 잉글랜드를 싫어한다. 그런 국민 감정이 이번 투표의 주된 동기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그러나 불확실한 미래를 감수하고서라도 독립을 선택하려는 사람들이 이번에 50%에 육박하게 된 것은 현 집권 세력 즉, 보수당에 대한 혐오가 중요하게 작용하고 있다는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대처 수상 이래로 스코틀랜드 내의 보수당은 거의 씨가 말랐고 현재도 보수당 의석은 한 석이든가 전무이든가 한 상태다. 스코틀랜드 사람들로서는 자신들이 거의 선택하지 않은 정권이 자신들을 통치한다는 현실에 대한 반발감이 클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선거가 독립 반대로 끝났으면 좋겠다. 별 이유는 없고 그냥 영국이 단일한 정체성으로 남아 있는 것이 좋을 것 같기 때문이다. 이번 선거는 아마, 특히 잉글랜드 사람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꽤 많으리라 생각한다. 보수당 정권이 이끄는 대로 자유주의적 전략을 계속 가져가도 좋을 것인가 등등의 고민 말이다(작년엔가는 우체국을 민영화시켰다). 다른 대안은 없는가? 한쪽에서는 대안은 없다고 잘라 말한다. 런던은 거대한 국제 도시가 되어 해외로부터 엄청난 투자를 유치해 온다. 그리고 그 수익을 영국 전체가 나눈다. 그러니 자유주의적 전략을 쓰지 않고는 영국 전체가 살 수 없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이유로 런던과 런던 나머지 지역의 격차는 어마어마하게 벌어지고 있다. 잉글랜드 북부 어떤 마을에 대한 보고서를 본 적이 있다. 대처 정권때 산업 기반이 싹 사라진 후 마을 전체가 거의 복지 수당에 의존해 사는 현실. 테스코(한국으로 말하면 이마트) 카운터 말고는 딱히 일자리도 없는 현실... (영국은 산업 선진국이지만 놀랍게도 자국 기업이 보유한 자동차 회사가 없다. 다 팔아버렸으니까. 또, 놀랍게도 독일은 선진국이지만 아직도 연필을 만드는 공장이 활발하게 돌아간다. 영국과 독일의 차이는 독일이 훨씬 많은 옵션을 갖고 있다는 것이리라.) 이런 고민들은 영국 사람들이 알아서 잘들 하겠지...

[딴 나라이야기였다. 한국은... 뉴스를 거의 보지는 않지만, 네이버에 프리미어 리그 뉴스를 보러 들어갈 때면 제목은 그래도 스쳐 보게 된다. 야권에서 난리가 있는 모양이다. 자세한 내용을 보지 않아도 뻔한 이야기인 것 같다. 무슨 일이 생겨도 국민들이 여권을 옹호해 주고 야권에는 표를 주지 않는다. 그러면 야권은 무기력에 빠지고 위축되고 분열이 일어날 수 밖에 없다. 나는 그렇게 난리가 났다고 야권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지난 밤에 잠을 자지 않았으니 지금 졸린 것과 똑같은 생리적 현상이니까. 현재 한국 정치는 시스템의 실패를 겪고 있는 것 같다. 반전의 계기는 무엇일까? 글쎄... 반전의 계기는 무엇일까? 아마 반전의 계기보다는 일말의 반전의 계기라도 없애버리려는 정권의 활약이 더 돋보이는 것 같다. 쳇... 뭔가 희망적인 이야기로 이야기를 맺고 싶었는데 찾기가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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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4-09-17 22: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한때 영국에 거주했던 사람으로서 스코들랜드 독립 여부가 투표에 부쳐진다는, 그야말로 꿈같은 얘기를 듣고 놀라웠는데 weekly님의 이 글을 읽으니 마치 정리 잘 된 신문 기사를 읽는 듯 하네요.
여왕이 최소한의 관여만 하는 모습, 총리가 스코들랜드 사람들에게 간곡하게 부탁하는 모습과 대조를 이루어 참 영국스럽다는 생각입니다.
영국 우체국이 민영화 되었다는 것도 지금 처음 알았어요. 그럼 더 이상 Royal Mail이 아닌거네요?

weekly 2014-09-19 23:11   좋아요 0 | URL
예, 저 엄청난 일을 참 영국스럽게 잘 치뤄낸 것 같습니다. 오늘 J K 롤링이 민주적인 절차로 일을 처리해 낸 것이 자랑스럽다고 했고(트윗), 어제자 가디언 사설은 민주적 절차로 분리 독립 문제를 처리해 내는 영국의 모습을 세계는 부러워 할 것이라고 썼습니다. 아닌 게 아니라 엄청 부러운 일입니다.

로열 메일 이름은 그대로예요. 여기서도 팔릴 당시 헐값 매각 논란이 있었구요...

마태우스 2014-09-18 23: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많은 것을 알게해주는 글이네요 감사드립니다

weekly 2014-09-19 23:11   좋아요 0 | URL
말씀 감사합니다.
 

1. 

8월10일부터 14일까지 웨일스에 다녀왔다. 그동안 유럽 국가들을 여행 할 때 목표지는 주로 도시, 갤러리, 박물관 등이었는데 이번 웨일스 여행은 거의 바다와 산으로만 다녔다. 첫 숙박을 한 스완지가 마침 딜런 토마스의 고향이라 딜런 토마스 센터와 스완지 박물관의 딜런 토마스 섹션을 잠시 둘러 본 것을 제외하면.


해안가 트래킹 코스나 800미터 높이의 어떤 산에 오른 것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아마 내년에도, 아마 매년, 다시 찾게 될 것 같다. 웨일스에 대한 기억은 나의 모든 디지털 기기의 월 페이퍼를 장식하고 있다.


2. 웨일스의 800미터 정도 높이의 산을 오를 때의 일이다. 길이 완만하고 잘 관리되어 있어 오르는데 어려움이 없었다. 그런데 정상 부분만 15미터 높이로 약간 가파른 성 모양이었다. 약간 험해 보였지만 높이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꼭대기에 올라가기로 했다. 그런데 그 성 모양의 중간 부터가 구름 속이었다. 비바람이 매섭고 차갑게 불어대었다. 정상에 올라가자 비바람에, 짙은 구름에 몇 미터 앞도 보이지 않았다. 내려가는 길을 찾으며 무심코 걷는데 바로 앞이 벼랑인 경우도 있었다.


그런데, 그 미친 듯 불어대는 차가운 비바람 속에서 어느 젊은 부부가 4살, 6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들을 데리고 묵묵히 걷고 있는 것을 보게 되었다. 그 비바람 속에서 어른들에게도 위험해 보이는 가파르고 커다란 돌무더기로 된 정상까지의 코스를 그 부부는 그 자그마한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온 것이었다. 그저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젊은 부부도, 그리고 아무 투정 없이 묵묵히 걷고 있던 아이들도.


사실 영국의 부모들은 아이들에 무척 대범하다는 느낌을 많이 받는다. 예를 들면, 차가운 가을날에 아이 둘이 연못에 들어가 있는데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부모, 개가 아이를 향해서 뛰어들고 아이는 놀라서 울며 아빠 뒤춤으로 숨는데, 그걸 그저 바라보고만 있는 아빠, 산을 달리는 증기 기관차를 탔을 때 차량 난간 위로 서너 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를 들어 올려서 아이가 풍경을 더 잘 볼 수 있게 도와주던 할머니... 


이런 생각을 했다. 한국의 부모들은 아이가 더 행복한 환경 속에서 살 수 있도록 그 환경을 가꾸어주는데 가장 큰 관심을 갖지만 영국의 부모들은 아이가 자율적인 사람이 되도록 하는데 가장 큰 관심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어느 것이 더 낫다고 평가하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겠지만, 적어도 나는 후자가 더 성숙한 부모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든다.


3. 윤일병 구타 사망 사고. 여자는 회계사, 남자는 IT 종사자인 한국 부부가 있는데 영국으로 이주오고 싶다고 한다. 아이가 이제 겨우 4살인데 한국 군대에 보내고 싶지 않다는 것. 현재 영국 영주권을 따고 브라질에서 프리랜서로 일하고 있는 IT 종사자가 있는데, 아들을 한국 군대에 보낼 거냐는 질문에 답하기를 "안 보내려고 지금 이 고생하고 있는 건데?" 영국에서 영주권을 따고 한국에 돌아가 1년 정도 생활하다 1주일 전에 돌아온 친구 왈, "아이가 초등학교 4학년인데 (한국의) 학교에서 아이들끼리 군대 가고 싶지 않다는 이야기를 한다네! 우리 애는 자기는 군대 안가는 줄로 믿고 있고..."


세월호 사태에 이어 이런 끔찍한 구타 사망 사고를 접하고 나면 진정 국가라는 것이 나에게 무엇인가라는 생각을 아니 할 수 없게 된다. 이런 사고는 어느 때고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에 대해 국가가 대처하는 모습이다. 그걸 보면 금방 견적이 나온다. 국가를 믿어도 될런지, 아니면 절대로 믿지 말아야 할지. 아마 대부분의 사람들은 국가를 믿을 수 없다는 쪽으로 생각이 기우는 것 같다. 현실이 이렇다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나는 한국에서 전쟁이 나면 바로 귀국 비행기에 오늘 것이고, 아이를 낳게 되면 한국에 돌아가서 100% 한국 사람으로 키울 것이다. 어쩌면 나는 여전히 국가주의나 민족주의의 환영에 사로잡혀 있는지도 모르겠다...)


(혹 댓글이 있어도 대댓글은 달지 않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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