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여름 벼룩 시장에서 산 비틀즈의 리벌버 앨범에 촉발되어 한 동안 비틀즈에 빠져 살았었다. 아, 이래서 사람들이 비틀즈 비틀즈 하는구나, 를 깨달았다고나 할까? 비틀즈가 음악적으로 굉장하다는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비틀즈의 음악이 단순해서다. 나는 비틀즈의 앨범들을 들으며 요즘 사람들이 아이돌 그룹에 빠지는 이유를 깨닫게 되었다. 세상이 복잡하니까!


비틀즈는 고전의 완벽한 정의다. 많은 곡을 썼다. 곡들의 질이 대체로 우수하다. 게다가 굉장히 뛰어난 곡도 있다. 다양한 쟝르를 섭렵했다. 당대의 사회성과 연관을 갖고 있다. 대중적으로, 음악적으로 엄청난 영향을 끼쳤다. 다양한 이야기 꺼리가 있다...


다양한 이야기 꺼리가 있다의 항목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 중에 하나가 존 레넌과 폴 메카트니의 라이벌 관계이다. 


존 레넌은 내게 항상 "그럼에도"이다. 니체가 말했듯이 진정한 일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음에 올지도 모른다.


폴 메카트니는 비틀즈에서 제일 잘 생겼다. 노래도 제일 잘 한다. 악기 연주도 제일 잘 한다. 곡도 제일 잘 쓴다 등등... "그럼에도" 존 레넌이 비틀즈의 리더이자 상징적인 멤버이다.


비틀즈의 최고 명반은 "써전 페퍼"다. 폴 메카트니가 기획했고 제일 많은 곡을 썼다. 자켓 디자인도 폴 메카트니의 아이디어다. "그럼에도" "써전 페퍼"를 대표하는 곡은 존 레넌의 "루시"와 "어 데이"이다.


폴 메카트니는 비틀즈 히트곡의 대부분을 썼다. 예스터데이, 헤이 주드, 렛잇비 등이 전부 폴 메카트니의 작품이다. "그럼에도" 비틀즈 최고의 역작은, 듣는 사람의 취향과 상관없이 "어 데이"라는 데 이견이 거의 없다. 그 밖에도 비틀즈의 가장 우수한 작품들로 "스트로베리필드"를 비롯한 존 레넌의 작품이 폴 메카트니의 것보다 더 많이 열거되기도 한다.


폴 메카트니는 실험적이다. 비틀즈 최고의 실험곡 "투모로우", "스트로베리", "어 데이" 등에 폴 메카트니는 주도적인 역할을 담당했다. "그럼에도" 폴 메카트니 자신의 곡으로 실험적인 것은 별로 없다. 앞 서 열거한 곡들은 전부 존 레넌이 작곡한 것이다. 


존 레넌 사후에 폴 메카트니는 존 레넌의 음악적 평가가 높아지는 예상치 못한 상황에 당황하게 된다. 그래서 자신도 충분히 혁신적이고 실험적인 음악을 했다는 주장을 꾸준히 펼친다. 예를 들면 자신이 존 레넌의 "리볼루션 넘버 나인"보다 더 먼저 추상 음악을 실험했고 그 녹음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럼에도" 존 레넌의 "리볼루션 넘버 나인"의 발매를 막으려 한 것은 폴 메카트니였다(당연한 반대였다고 생각하지만). 또, "어 데이"의 다른 테이크 녹음을 들어 보면 폴 메카트니가 "근데 말이지 사람들이 이 음악을 이해 못할 거 같은데..." 하고 우려하는 내용이 나온다. 폴 메카트니는 비틀즈가 너무 실험적이고 진보적으로 보일까 걱정했던 것이다.


폴 메카트니는 존 레넌보다 기술적으로 훨씬 노래를 잘 한다. 존 레넌은 자기가 만든 노래인데도 고음 파트를 감당하지 못해서 폴 메카트니에게 일부를 불러 달라고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존 레넌의 목소리가 더 강한 임팩트를 갖는다는 데 대체로 동의하는 것 같다. 


비틀즈에 관한 또 다른 이야기 꺼리는 밴드 해체에 대한 것일 것이다. 오노 요코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나는 비틀즈 해체의 직접적 원인은 폴 메카트니라고 생각한다.


링고 스타는 드럼 실력에 열등감이 있었다. 그런데 폴 메카트니가 드럼 못 친다고 계속 잔소리를 해대는 통에 밴드 나가겠다고 선언하기도 했었다.


조지 해리슨은 폴 메카트니와 존 레넌 때문에 자신의 음악적 역량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있다고 생각했다. 특히 폴 메카트니는 조지 해리슨의 작곡과 기타 연주에 이러쿵 저러쿵 간섭을 해댔다. 조지 해리슨은 폴 메카트니의 곡이 음악적으로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오브라디"같은 히트만을 위한 노래나 "맥스웰"같은 이상한 노래에 심열을 기울이는 폴 메카트니를 어이없게 생각했다.


존 레논은 폴 메카트니가 리더처럼 행동하는 것이 싫었다. 오노 요코를 만나면서 새로운 음악 세계를 발견했다고 믿었고 그런 음악을 표출하기에는 비틀즈가 너무 제한적이라고 생각했다.


폴 메카트니는 자신이 히트 곡을 제일 많이 썼고 노래도 연주도 잘 하고 음악적 아이디어도 뛰어나므로 리더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자신이 멤버들을 억지로 모이게 해서 작업을 하지 않았으면 비틀즈는 생산적이지 못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이에 대한 조지 해리슨의 반박은, "니가 모이자고 부르지 않았으면 우린 그냥 놀고만 있었을까?"였다.)


결론적으로 보면 비틀즈 해체의 궁극적 원인은 비틀즈가 돈을 너무 많이 벌었고 멤버들의 머리가 너무 굵어졌다는 것일 것이다. 그러나 직접적으로는 폴 메카트니가 음악 감독처럼 행동하면서 각 멤버들을 세션맨처럼 부렸기 때문일 것이다. 


(이 밖에 많은 이야기가 있다... 오늘 사람들이 와서 지붕을 고치고 있다. 지붕 고치는 것 감독(이랄 것까지는 없지만)하랴 하니 뭐 할 일도 없고 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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