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번 들을 때마다 어디서 저렇듯 절묘한 아이디어들을 잔뜩 모아다가 저렇듯 매끈하게 붙여놓았을까 감탄을 하게 하는 작품이다. 특히 1악장의 시작하는 부분은 압도적이다. 모든 비밀을 잔뜩 안은 채 마치 새벽 안개 사이로 햇살이 슬며시 비쳐들기 시작하는 듯한 절대적으로 섬세한 분위기, 투명하고 고요한 공기 중에 보일 듯 말듯 담배 연기가 흐르는 것 같은 이런 미묘함을 베토벤은 도대체 어떻게 잡아낼 수 있었을까? 장면을 얻기 위해 몇 날 몇 칠을 한 곳에 포커스를 맞추어 두고 있는 사진가와 같았을까? 고도로 집중된 상태가 아니면 저런 미묘한 순간들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눈 앞에서 사라져 버리리라. 소리를 들을 수 없는 베토벤의 신체적 장애가 그에게 무한한 집중의 세계를 열어준 것일까? 집중은 이렇듯 세계의 질에 대한 것인 것 같다. 세계의 섬세함에 대한 것인 것 같다. 말하자면 쉬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것. 그런데 쉬 보이지 않고 만져지지 않는 까닭에 수 많은 가짜가 나타나기도 한다. 진짜만이 가짜들에게 각자의 자리를 정해줄 수 있다. 베토벤은 우리에게 절대적인 것에 대한 감각을 준다. 이게 진짜구나. 그리고 진짜라는 것이 있구나. 그것이 때로는 사람에게 강박을 줄 것이고 좌절을 줄 것이다. 나로서는 강박과 좌절 역시 집중의 양상들이라고 여길 뿐이다. 방법론적으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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