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패드 산 지 20일 가까이 된다. 나의 넷북은 인터넷 뱅킹할 때 빼고는 별로 꺼낼 일이 없다. 나는 아이패드를 집과 카페에서만 이용하고 이동 중에는 예전과 같이 종이 책이나 종이 신문을 읽는다. 그래서 역으로 넷북만으로 충분했지 않느냐는 지적을 도저히 부정할 수 없다. 카페 가서 안경집에 아이패드를 받쳐 놓고 블루투스 키보드로 글을 작성하다가 문득 문득 내가 왜 이러고 있는 걸까? 하며 스스로를 비웃기도 한다. 작으마한 넷북이면 휴대나 이용이 더 자연스러울 터인데 말이다.  

그럼에도... 나의 아이패드를 정의하는 아주 사소한 몇 가지가 있다.

1. 모모노트: 아주 좋은 메모용 앱이다. 아이패드에서는 주로 일지를 쓰는 데 사용하고 아이폰으로는 이동 중 떠오른 아이디어를 적는데 사용한다. 매일 하루를 정리할 밤시간에 간단하게 몇 자라도 적어놓는다. 다음날 이동 중에 확인하며 전날 내가 무슨 생각을 했는지를 되새긴다.  

(모모노트는 아주 훌륭한 앱이다. 개인용 블로그를 앱으로 구현해 놓은 것이라 할 수 있다.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태그 시스템을 갖고 있는데, 일반적인 폴더 시스템보다 훨씬 편리하다. 검색 기능도 막강하다. 일지용 앱으로 이 이상의 것을 나는 상상할 수 없다.)

2. Priorities: 일종의 GTD 앱이다. 대단히 훌륭한 컨셉을 갖고 있어 쉽고 강력하다. 매주 할 일을 아이패드로 작성해 놓고 아이폰에서는 매일 매일 할 일 목록을 지우는 재미로 산다. 

3. PlainText: 지금 이 앱에서 이 글을 작성하고 있다. 모모노트에서 일지를 쓸 때 빼고는 모든 글을 이 앱 상에서 작성한다. 이 앱은 환상적인 전체 화면 모드를 갖고 있다. 사실은 그저 하얀색(미색?) 전체 화면을 제공할 뿐이다. 그러나 아이패드의 선명한 디스플레이와 결합하면 환상적인 글쓰기 환경으로 변한다. 넷북으로 도저히 돌아갈 수 없는 이유가 된다.

*얼마 전에 무려 10 달러 가까운 돈을 주고 한컴오피스, 그러니까 아래아 한글을 샀다. 나는 한국어 철자 체크 기능 등을 원했던 것인데 그런 기능은 들어가 있지 않았다. 내장 폰트는 깔끔하고 예뻤다. 그러나 앱으로서의 컨셉이 훌륭한 것 같지는 않았다. 게다가 txt 확장자로 작성한 파일은 전부 깨져 버리더라. 버그도 많고 여러 가지로 미완성 작품이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차분히 업데이트를 기다릴 생각이다. 

*아이패드는 대단히 훌륭한 읽기 도구이지만 나는 아직 아이패드에서 단 한편의 논문이나 단 한권의 책도 읽지 못했다. 이유 중 하나는 아이패드 밖에 읽을 것들이 넘쳐 난다는 것.

아무튼 이러하므로 아이패드가 늘상 안경집에 받쳐진 채 집이나 카페의 탁자 위에 블루투스 키보드와 함께 꼴사납게 놓여 있어도 나는 그것을 넷북으로 되돌릴 생각을 도저히 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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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 2012-05-15 2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모모노트와 플레인텍스트는 정말 침이 꼴깍 넘어가게 탐나는 어플들이군요.
일단은 아이패드부터...

Weekly 2012-05-15 22:54   좋아요 0 | 수정 | 삭제 | URL
^^ 둘 다 아주 단순하고 한가지 개념에 충실한 어플들이지요. 특히 플레인텍스트는 너무하다 싶을 정도로 단순하고요. 그래도 값비싼 만년필과 질좋은 종이가 책상 위에 놓여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문제는 그걸로 뭘 하느냐이겠지만요~
 

친구 부부네 집에 몰려가서 홈 시어터로 요즘 400만 흥행돌풍을 일으키고 있다는 "건축학개론"을 보았다. 간단한 코멘트들.

남1: (첫눈 오는 날 결국 만나지 못한 남녀 주인공들에 여1이 안타까와 하자) 현실에서 어긋남이란 없는 거야.
여1: 요즘 나온 영화지만 90년대 학번의 순수한 감성을 잘 표현한 거 같아.
여2: 남자 주인공이 나쁜 놈이네. 시디 플레이어 봤으면 여자 주인공 마음도 알았을 텐데...
나: (배경음악으로 쓰인 김동률 노래의 강력한 중저음에 감탄하여) 음향 시스템 끝내 준다!
남2: (가슴 저려 했으리라. 영화 내내 거의 조용했음)
남3: (남자 주인공과 같은 직업. 그 직업에 대한 코멘트들)

이 영화는 적당히 솔직한 영화인 것 같다. 그리하여 여자 관객과 남자 관객이 서로 다른 감상을 갖게 되는 것 같다. 여자들은 지난 시절의 애틋함, 순수함, 서투름 등에 대해 아련함을 느끼는 것 같다. 그러나 남자들은 이 영화에서 전혀 다른 면을 본다. 나는 이 영화가 요즘 세대들의 감성을 잘 담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 남1의 말처럼 현실에서 어긋남이란 없다. 첫눈 오는 날 둘이 만났다 하더라도 둘의 만남이 지속되었을 것 같지는 않다. 여주인공은 남주인공의 순수함과 그의 화려하지 않은 스펙을 동시에 바라보고 있었으니까. 
-. 누구나 진심의 작은 조각은 갖고 있다. 여주인공도 남주인공에 대한 진심의 작은 조각은 갖고 있다. 그러나 그걸 미화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여주인공은 자신이 남주인공의 애간장을 태우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것을 전문용어로는 어장관리라고 한다더라. 
-. 남주인공의 스펙이 확연하게 떨어지는 것은 아니다. 고만고만할 뿐이다. 영화의 이런 정직한 설정이 많은 한국의 젊은 남자의 가슴을 아프게 했으리라. 대부분의 경우 그것은 그대로 나 자신의 처지가 되어 버릴 것이기 때문이다.
-. 여주인공은 자신이 바랬던 대로 예쁜 집 하나를 얻을 수 있었다. 가끔 술을 잔뜩 먹고 욕지기를 쏟아 놓기는 하지만, 그에 후회할 것도 없고 흐뭇해 할 것도 없으리라. 여주인공은 딱 자신이 선택한 것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여주인공도 그 점을 잘 알고 있다. 그가 남주인공을 선택했다면 지금 어떤 삶을 살고 있었을까? 얼마나 다른 삶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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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비비씨에서 방영하는, 최고 시청률의 장수 드라마다. 한국 드라마로 치면 도시를 배경으로 하는 전원일기. 그러나 분위기는 많이 다르다. 이스트엔더스는 도시 서민들의 각박한 삶을 여과없이 보여주는 것 같다. 보고 나면 그저 답답하다. 등장 인물들은 하나같이 인간적인 문제를 갖고 있다. 저 사람들이 저기서 아무리 발버둥친다 해도 삶이 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우울한 전망은 시청자들에게 더 명백한 것 같다. 고생해서 번 귀중한 돈을 사기당하는 사람이나 그걸 사기 치는 사람이나 다 절실해 보인다. 사기당하는 사람의 무지와 사기치는 사람의 야비함에 화가 나면서도 그걸 이해하게 된다. 이스트엔더스의 사람들은 항상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나도 이게 잘못인 거 알아. 그런데 나도 어쩔 수 없는 걸 어떻게 해!" 여기다가 한국식으로 대꾸하면, 즉 "그런게 어딨어? 다 마음 먹기에 달렸지!" 라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 같은 소리를 하게 되면 그대는 이미 꼰대다. 그리고 꼰대가 될 수 없는 사람들, 혹은 찌질이라 불릴 사람들은 날마다 이 드라마를 기다리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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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12-05-11 18: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여전히 하고 있군요. Coronation street, 그리고 Eastenders...
말씀하신 것 처럼 보는 사람을 우울하게도 하고, 그래서 위로도 받는.
우리 나라 8시 몇분대의 드라마와 공통점이 있어요 ^^

weekly 2012-05-13 22:31   좋아요 0 | URL
예... 저도 보기 시작한지는 얼마 안되었습니다. 일주일 정도... 그런데 계속 보게 되더라구요. 중독성있는 일일 드라마^^
 

지난 주말에 (지금은 나의 아내가 된) 친구와 페트워쓰 하우스에 다녀왔다. 아무 길이나 잡아 탄 것이었는데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너무도 아름다웠다. "참 복 받은 나라야." "정말로~ 헌데 복 받은 걸로 치면 프랑스가 최고라지? 신이 아낌없이 베푼 나라라고 하더라." "딱 하나만 빼고?" "프랑스 사람들!" 우리는 깔깔 웃었다. 어찌 그 좋은 자연 환경에서 그런 삐딱한 사람들이 생겨 났을까. 농담을 즐기기엔 이 나라 저 나라 사람들의 스테레오 타입만한 것이 없다. 만약 이 땅에 한국 사람들을 들여 놓는다면? 저 너른 땅이 그대로 남아 있을 리가 없다. 다 밭이나 논으로 변해 있겠지. 영국 사람들은 저 땅들을 다 놀리고 식량은 수입해 먹는다. 뭔가 이유가 있겠지. 그림같은 들판, 수목, 집들을 지나면서 우리는 이런 시시껄렁한 농담을 했고 그러다 보니 목적지에 도착했다.

페트워쓰 하우스는 멋없게 지어진 커다란 저택이다. 집 주위의 공원은 너무 너무 넓어서 축구장 수십 개가 족히 들어가고도 남을 정도다. 푸른 들판 위로 사슴들이 무리 지어 풀을 뜯고 이러 저리 뛰어 다니는 장면을 상상해 보라. 그 무리 중에는 하얀 사슴도 있어야 하고 머리에 뿔이 잔뜩 달린 사슴도 있어야 한다. 지난 주말 내가 직접 본 광경들이다. 흐린 하늘에 간혹 빗방울도 떨어져 날씨는 스산했다. 타임머신을 타고 어느 시대극 속의 영국으로 들어와 버린 것 같았다. 제인 에어, 다운톤 애비? 커다란 연못 옆 나무 밑에서 두 남녀가 연인 놀이를 하고 있었다. 두 사람이 입은 청바지와 잠바가 오히려 시대착오적으로 느껴졌다.

페트워쓰 하우스 내부는 터너, 블레이크, 반 다이크같은 화가의 그림들, 이태리에서 수입해 온 대리석 조각들로 가득 차 있었다. 영국 여왕(누구더라?)이 방문해서 수집품들이 모두 훌륭하긴 한데 배치가 아무렇게나 되어 있는 것이 흠이라고 했다던데 여전히 그 꼴이긴 하더라. 이런 물량 공세에 대처하는 방법은 가볍게 걸으며 작품들에 짧고 균등한 주의를 주는 것이다. 다음에 다시 와야 겠다고 생각해 두면 마음이 한결 가벼워 진다. 그래도 한 바퀴 돌고 나니 진이 빠졌다. 그만큼 작품들이 많았다.

미술품들을 구경하고 나서 하인들의 공간, 그러니까 부엌을 둘러 보았다. 이 대저택의 식구들을 전부 먹여야 했을 테니 부엌이 여러 방으로 되어 있고 복잡한 도구들도 많았다. 원리가 어떻게 되는지는 모르겠는데 냉장고도 있다. 그 안에 모조로 된 케익과 트리플이 들어 있었다. 테스코에서 평소 사먹던 것과 모양이 똑같다. 아무튼 다운톤 애비에서 보던 부엌이 눈 앞에 딱 놓여 있었다.

저택 안에 마련되어 있는 카페에서 커피와 케익 한 조각을 사먹고 복도 귀퉁이에 진열되어 있는 헌책 코너에서 책을 여러 권 샀다. 보통 것은 1 파운드 두꺼운 표지는 2 파운드. 위대한 개츠비, 맨큐 경제학 등등을 샀다. 3판이긴 하지만 아주 깨끗한 맨큐 경제학 책을 단 2 파운드(3600원 정도)에  손에 넣고 나니 아주 횡재한 기분이 들었다. 다음에 또 와서 쓸만한 책들을 쓸어가기로 했다.

페트워쓰 하우스가 있는 동네 중심가에는 안틱 가게들이 즐비하다. 친구 손에 이끌려 별 마음 없이 한 가게에 들어갔다. 수많은 오래된 가구들, 도구들, 그림들로 꽉 차 있다. 일본 그림들 몇 점이 걸려 있는 것이 신기했다. 이 가게 안에도 헌 책들을 쌓아 놓고 있는 코너가 있었다. 거의 미술 관련 책들이다. 우리의 당장의 관심은 램브란트였다. 마침 적당한 책이 있기에 골라 들었다. 네덜란드 가기 전에 읽어(공부해) 두어야 할 책이려니...

근처 음식점에서 식사를 할까 했는데 이 동네가 너무 관광객에 특화된 곳 같아서, 바가지를 쓸까 하는 소심함에 그냥 발길을 돌렸다. 차 타고 가다 음식점이나 펍이 눈에 띄면 밥이나 먹고 가자고 생각했지만 완전히 지역적인 음식점 안에서 밥을 먹을 뱃심이 없었다. 아니면 귀찮았다. 우리는 온통 푸른 들판에서 양 수 백 마리가 풀을 뜯는 장면에 다시 한번 감탄사를 던져 주며 영국의 아름다운 국도를 따라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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까치, 소나무, 벚꽃, 바람에 흩날리는 꽃가루, 비온 뒤라 그런지 꽤 높이 떠있는 하얀 구름. 기차 역 가는 길에 펼쳐져 있는 풍경이 무척 낯익다. 똑같은 잠바에, 똑같은 신발에, 똑같은 가방. 나 역시도 몇 달 전 영국에서의 모습과 별로 달라진 것이 없다. 아, 머리를 볶았구나. 마치 발가락은 닮았다고 좋아하는 꼴이라니... 몇 달 전과 마찬가지로 영어 학원에 가는 길이었다. 이것이 반복이 아니라 나선 계단의 새로운 마디이기를... 때로는 친숙한 풍경이 사람을 낙담케 하는 것 같다.

워털루역. 나는, 개찰구를 나서는 순간 하얀 채광 속에서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광경이 내 눈으로 쏟아져 들어오던 워털루역의 첫 인상을 기억한다. 이 기억으로 나는 인상파 화가들이 그리려 한 것이 무엇이었는지를 이해할 수 있었고, 마치 인상파 화가들의 작품 앞에서마냥 워털루역 안에서 내 기분이 한 껏 고양됨을 느끼곤 했다. 오늘 워털루역은 이층 발코니 공사를 한다고 자리를 차지해서 역 구내가 좁아졌고, 사람들도 붐빌 정도로 많지는 않았다. 암튼 반가왔다. 내 기분도 습관처럼 들뜨기 시작했다.

영어 레벨 테스트. 런던의 인상적인 장소를 묻기에 워털루역이라고 말했다. 거기 가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강사는 내가 말을 너무 짧게 한다고 했다. 나로서는 그 이상을 이야기하기 힘들다. 주로는 나의 영어가 짧으므로. 그리고 나는 듣는 사람이 지루해 하지 않도록 이야기를 짧게 끊는 버릇을 들였었으니까. 나는 가능하면 길고 호들갑스럽게 말하기로 했다. 나는 런던을 무척 좋아한다고 말했다. 이러 저러한 다양한 배경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고, 이러 저러한 다양한 문화적 경험을 할 수 있고, 고전적인 면모와 역동적인 면모를 함께 가지고 있어서 아주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사가 "the best city you've ever been to"라고 찔러 들어왔고, 나는 잠시 망설인 끝에, 그렇다고, 서울보다 더 나은 것 같다고 말해 버렸다. 내가 너무 나갔나?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나는 런던이 서울보다 매력적인 도시라고 생각한다. 나는 서울은 사막과 같은 도시라고 생각한다. 그것을 제대로 가꾸어 내려면 어마어마한 에너지가 어마어마한 세대에 걸쳐 투여되어야 하리라. 서울은 새로운 명창이 필요하고, 새로운 고수가 필요하고, 새로운 실험이 필요하다. 어쨌든 나는 강사의 입을 찢어놓는데 성공했다. 이쪽 사람들은 자기네 칭찬을 하면 아이처럼 어쩔 줄 몰라 하며 좋아한다. 

학생 중에 이탈리아 여자분이 하나 있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6월 달에 네덜란드 갈 계획이라고 했더니 자기는 거기서 4년 살다 왔다고 한다. 네덜란드는 런던보다 문화적으로 더 다양하고, 더 아름답고, 더 안전하고, 사람들이 더 친절하고, 음식이 더 다양하고, 교통이 더 잘 되어 있고 등등. 런던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입 모양이 ~나 ^로, 네덜란드에 대해 이야기할 때는 )로 변한다. 나의 좁은 경험으로 볼 때, 사람들은 영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것 같다. 영국의 날씨, 좁은 도로, 저돌적인 택시들, 비싼 물가, 혼잡함, 사귀기 힘든 내성적이고 무뚝뚝한 사람들... 모처럼 화창한 날씨에도 스페인에서 온 학생은 이렇게 불평한다. "날씨가 너무 자주 변해~"

나에게 네덜란드는 무엇보다도 스피노자의 나라이다. 오늘 런던 가는 기차 간에서 읽은 책도 스피노자에 관한 것이었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스피노자의 이상이 가장 충실하게 구현된 나라는 어디일까? 만일 그런 곳 중 하나가 네덜란드라면 스피노자로서도 무척 흐뭇한 일일 것이다. 아다시피 스피노자는 피부색이 가무잡잡한 포루투갈 출신이고, 유대인이지만 유대 사회에서 파문을 당했고, 친구와 후원자들은 신교를 믿었지만 그 자신은 신교도가 아니었던, 철저하게 이방인적인 삶을 살았던 사람이다. 이런 이방인을 공동체의 구성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삶을 도모하는 사회로 가장 모범적인 곳은 어디일까? 네덜란드가 그 중 한 곳임에는 틀림이 없으리라. 아, 그 이탈리아 여자 분이 네덜란드를 가리키며 사용한 단어가 갑자기 생각난다. 코스모폴리탄. 틀림없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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