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에 관심이 많다. 다른 사람의 죽음이 아닌 나의 죽음을 수시로 생각한다. ‘나는 어떻 죽게 될까?‘ ‘나의 죽음이 다른 사람에게 어떤 일로 보여 질까?‘ ‘ 죽음의 순간 나는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등 생각하자면 한도 끝도 없다. 그 중 죽음의 모습(또는 방법)이 가장 궁금하다.
평소에 주변 사람과 이야기 할 때도 의미없는 연명치료에 거부감을 표현하고 생의 말기에 편안하고 자기주도적인 방법을 선택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비치고 있는 편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아직 그런 방법이 원활하지 않으니 다른 나라의 사례도 관심이 많은데 이 책을 통해 알게 된 MAiD (Medical Assited in Dying)의 방법은 이제껏 내가 생각한 방법에 가장 가깝다. (누군가의 도움이 꼭 필요하다는 점만 빼면 말이다.)편안하고 안정적이며 내가 주도적으로 이끄는 나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 사람은 없을 것 같다. 하지만 아직 여러 각도로, 여러 입장에서 생각했을 때 보여지는 빈틈은 존재한다. 다만 죽음의 선택할 수 있는 자유를 인정하고 그것을 거부할 수 있는 권리도 존중받을 수 있는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란다. 또한 직접 MAiD라는 처치를 시행하는 사람들의 윤리적 고민도 깊어져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에 이러힌 법이 만들어진다면 그저 수요가 있고 선진국을 따라하느라 급히 처리되는 일 없이 오랜 시간이 걸려도 충분한 검토와 시간을 들여 주길 바란다.
책의 내용 중 Dr.그린이 환자를 대하는 태도나 그들과 나누는 대화의 방식이 무척이나 감동적이었다. 늘 환자의 감정을 존중하고 자신의 실수를 인정하며 그 실수를 부끄러워하거나 숨기지 않고 반성하고 조언을 구하는 과정을 거쳐 환자를 위해 발전하는 모습은 마치 그녀의 성장을 보는 듯 했다.

수 로드리게스는 자신의 발언이 담긴 영상을 캐나다 의회에 보내 간단하지만 힘있는 의문을 제기함으로써 세상의 이목을 끌었다. "내가 나의 죽음에 동의할 수 없다면 이 몸은 누구의 몸 이란 말입니까? 누가 내 생명을 소유하고 있는 거죠?"

나는 말기치료에서 배운 바에 기초하고 산부인과 진료를 하며 쌓은 경험을 통 해 통증pain과 고통 suffering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를 수 있었다.
통증은 자상, 전기 충격, 질병과 관련된 염증 등 우리가 어딘가를 다쳤을 때 느끼는 기분이다.
나는 진통과 산고를 겪는 많은 여성들을 보아왔 다. 고통은 통증이라는 경험에 관한 이야기, 통 증이 만드는 스토리이다. 우리가 통증을 이해하 는 방식이자 그 통증으로 인해 앞으로 어떻게 될지에 관한 이야기이다. 한 병실에서 같은 겸자로 세 명의 환자를 검진할 경우 그들은 모두 같은 통증을 느껴야 할 것이다. 그런데 어떤 사람 은 겸자로 검진받는 느낌이 이상하다고 생각하면서도 그냥 넘어가는 반면, 다른 사람은 좀더 통증을 느끼고 당황할 수 있다. 후자의 경우 내 가 또 겸자로 검진을 할까봐 불안할 것이다. 내가 그 도구를 사용해 피를 보려는 욕구라도 있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그 환자에게 마음의 상처를, 영구적인 상해를, 혹은 더 심각한 어떤 것 을 안겨줄지도 모른다! 후자는 전자보다 좀더 큰 고통을 받는다. 또한 통증은 반드시 육체적 인것만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정서적 통증도 엄청난 고통을 유발할 수 있다. 고통은 매우 개별적이고 개인적이다. 우리 자신의 역사에, 경험에, 그리고 해석에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사람들을 도와요."
나는 그들에게 선택안을 제공한다. 환자들 에게 그들이 조력 사망에 적합하다는 걸 알려줌 으로써 자율권을 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들이 조력 사망을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조력 사망을 제공받는 걸 의미하지도 않는다.
그게 필요하다면 진행할 수 있다는 걸 의미할 뿐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고통의 축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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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년째 같은 동네에서 살고 있다. 근처에 산을 끼고 있는 큰 공원이 있고 집에서 한시간 반이면 데크깔린 정상까지 오를 수 있는 낮은 산이 있다. 버스 정류장은 수풀로 우거진 작은 언덕앞에 있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계절이 바뀌고 날씨가 바뀔 때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여주는 풍경이 눈앞에 공짜로 펼쳐지고 있었는데 그저 좋다고 바라보기만 했던 그 시간들이 너무 아깝다.
나 역시 자연의 무심하면서도 비범한 장면에 무한한 애정을 느끼는 사람이다. 산을 오르다 숲을 산책하는 꿩을 보았고 머리가 쪼개지도록 나무를 두드리는 딱따구리를 보았다. 아침이면 직박구리의 싸움소리에 잠을 깨기도 했고 출근길이면 내 눈앞을 가로지르는 물까치의 회푸름한 꼬리에 반하기도 하였다. 버스를 기다리다가 작은 벌레를 물고온 참새가 나름의 있는 힘을 다해 벌레를 내려치는 장면도 보았고 부러진 가지를 소중히 물고 가는 까치도 만났었다. 그 소중한 시간들을 기록했다면 내 앞에 그 좋은 장면이 쌓여 있었을 것이라 생각하니 너무나도 아쉽다.
작가님은 귀엽다, 아름답다라는 말을 많이 써주었다. 이쁘다는 말은 아무 감정 없이도 할 수 있는 말이지만 ‘귀엽다’라는 말에는 애정이 느껴지고 ‘아름답다’라는 말에는 경이로움이 느껴진다. 매 순간 E성향의 ADHD답게 모든 사물을 살펴보며 귀여워하고 아름다워하는 마음을 가진 사람은 너무나도 사랑스럽다.
작가님의 치앙마이와 교토를 다녀온 일러스트 여행기도 무척 재미있었는데 사진없는 자연관찰일기 역시 작가님의 취향과 감정이 듬뿍 담겨있어 읽는 내내 행복했다. 이제 나도 가만히 있을 수 없다!!!

자연을 보고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것은 돈이 들지 않았고
의외로 많은 시간이 들지도 않았다.2022년부터는 매일
자연관찰일기를 쓰기 시작했다.
기록을 해보니 자연이 매일 달라지는 것이 눈에 보였다.
봄은 생각보다 길었고 여름은 매일 뜨겁지 않았다. 가을은 예상보다 일찍 징조를 보였고, 겨울은 늘 얼어있지 않았다.
나를 둘러싼 자연은 작은 것이라도 늘 의미가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리고 돌아와 본 것을 기록하면하루가 허망하게 지난 것 같지 않아 좋았다.
" 나는 지금 이 세상과 시간의 흐름을 놓치고 있지 않다"
이런 기분을 처음으로 들게 해준 자연관찰일기를 이젠 책으로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게 되었다.

한때는 자연에 있는 동식물들의 이름을 내가 꼭 알아야 하나 생각한 적도 있다. 그들은 그냥 살아갈 뿐인데 인간이 인위로 붙인 이름이 아닌가? 그런데 이제 안다. 이름을 붙이고 이름을 아는 것 은 그것에 대해 알아가겠다는, 기록하고 관찰하겠다는 뜻이다. 그 래서 하찮은 풀 하나도 어떻게 살아가는지 알아내겠다는.
아직 이 나무의 이름은 모른다. 하지만 언젠가 알아낼 것이다.
올해의 마지막 날에 새로운 나무를 또 만났다는 사실이 즐겁다.

난 언제나 자연속에서 살아가고 있는데,
달이 언제 차오르고 언제 기우는지
발 밑의 풀들은 언지 돋아난 건지
왜 물닭은 잠수를 하는지 여전히 아는 게 하나도 없다.
근데 희한하네. 왜 그래서 더 좋지?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것. 알아갈 것이 무궁무진하다는 게 오히려 재미있다.
아마 평생을 자연관찰일기를 쓴대도 매번 모르는 게 있을 거고 신기한 것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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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우리의 상처가 미래를 바꿀 수 있을까 - 코로나19 팬데믹, 재난이 차별을 만났을 때
김승섭 외 지음 / 동아시아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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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에 시험을 보고 나면 오답 노트를 만들었다. 다음 시험에서는 틀리지 않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내가 정답과 맞춘 문제가 모두 내가 알고 푼 것이 아닌 경우도 있다. 어쩌다 감이 좋아서 맞는 일도 있고 틀린 과정을 거쳤는데 우연히도 정답이 나오는 때도 있으니 말이다.
코로나 시대 K방역은 정부에서 성공적이라 하고 다른 나라에서도 (어느 정도) 인정하는 부분이 있지만 그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은 모두가 알지 않을까? 소외되는 사람이 있음을 알면서도 당장 내가 아니니 모른 척 할 수도 있고, 어느 부분은 부족하지만 다들 처음이니 이 정도에서 만족하자는 부분도 있었을 것이다.
이 책은 코로나에 대응한 방역관리를 후회하고 질책하는 책이 아니라 그에 대한 오답 노트인지도 모르겠다. 다시는 그런 상황이 반복되어서는 안 되겠지만 앞으로 닥칠 다른 감염병에 대해서는 좀 더 폭넓고 타당한 방역을 위해 이런 책이 만들어 졌음이 느껴졌다.
그렇게 꼼꼼하게 오답 노트를 만들어도 실수로, 또는 방심으로 같은 문제를 또 틀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 문제는 단 한 사람이 풀어야 하는 것이 아니고 우리 모두의 머릿속에는 각자의 오답 노트를 가지고 있을 것임에 안심이 된다.

한국의 코로나19 팬데믹을 우리는 어느 자리에 서 바라봐야 하는가. 장애학자 김도현은 ‘시좌‘라 는 표현을 사용한다. 시좌는 사물을 보는 자리를 뜻한다. 그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보는 자리(시조 position of view)가 달라지면 풍경자체가 달라진다고 할 수 있지 않을까요? 예컨대 맨 앞줄에 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과 맨 뒷줄에 앉은 사람이 볼 수 있는 것. 어떤 세계의 중심에 자리 잡은 이들이 볼 수 있는 것 과 변방/경계에 서 있는 이들이 볼 수 있는 것의차이. 그것을 이 ‘시좌‘라는 용어로 담아낼 수 있 지 않을까 생각하게 된 것입니다."
- 장애학의 도전 (김도현, 오월의 봄, 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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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들, 어떻게 살 것인가
요시노 겐자부로 지음, 김욱 옮김 / 양철북 / 2012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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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야자키 하야오의 마지막 애니메이션 원작이라는 소문에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이 책은 1937년에 츨판되었다는데 읽는 내내 책의 내용과 당시 일본의 국가적인 행동이 너무나도 상반되어 이질감이 생겼다. 요즈음 소설에 비해 과하게 계몽적인 내용이라 더 부담스러웠을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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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당신이 가장 위험한 곳, 집 앤드 앤솔러지
전건우 외 지음 / &(앤드)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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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전부터 집이란 가장 편한 곳이기도 하고 가장 부담스러운 곳이기도 했다. 우선 외부로부터 나를 보호해 주어야하니 심적으로 물리적으로 안전한 곳이어야 했지만 내 재산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니 그만큼 부담스럽기도 하니 말이다. 하지만 요즘 집이란 무엇일까? 집에서 귀신이 나와서 무서운 것 보다 내 집의 가치가 떨어지는 것, 전재산을 쏟아 부은 내집이 철근없이 지어져 무너져 내리는 것, 내가 산 내집이 알고보니 내집이 아니더라는 사기까지.. 현실에서는 귀신이나 유령보다 더 끔찍한 일이 벌어지고 있어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는 변두리의 직은 내집이 너무나도 소중해진다.
그나저나 빌라왕, 전세왕, 건축왕등 어째서 ‘왕’을 붙이는 걸까? 그저 빌라사기범, 전세사기꾼, 건축사기업자일뿐인데 ‘왕’자를 붙여 부르는 것이 몹시도 못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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