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교자!
카베 악바르 지음, 강동혁 옮김 / 은행나무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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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아! 그리고 난 정상이 되고 싶지 않아. 넌 남은 평생 서빙 하고 가끔 드럼 치는 걸로 괜찮을지 모르겠지만, 난 사실 차이 를 만들어내고 싶어. 내가 살아 있었다는 사실이 중요했으면 좋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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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북경의 택배기사입니다 - 일이 내게 가르쳐준 삶의 품위에 대하여
후안옌 지음, 문현선 옮김 / 윌북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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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해의 물고기는 눈이 보이지 않고 사막의 동물은 갈증을잘 참는 것처럼 어떤 사람이 되는지는 내가 처한 환경에 좌지우지되지, 본성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니었다. 나는 업무 환경이조금씩 나를 바꾸고 있음을, 더 조급하고 쉽게 욱하고 무책임하게 바꾸고 있음을 알아차렸다. 지금껏 지켜왔던 기준을 지킬 수없고 그러고 싶지도 않아졌다.

"이런 식으로 일하면 곤란하지. 고객이 왕이라는 말도 모르나?"
나는 멈칫했다가 본능적으로 변명했다.
"하지만 왕이 한 명이라야 말이지요. 저는 매일 엄청 많은왕을 섬겨야 하는걸요."

이제 나는 젊었을 때처럼 다른 사람에게 나를 증명하려 전전긍긍하지 않는다. 손해를 감수하려 하지도 않고, 겉과 속이 다르다는 오해를 살까 봐 두려워하지도 않는다. 모든 사람에게 잘보이려는 충동은 맹목적이고 헛되다는 걸 알기 때문이다. 사람은누구나 자기 기준에 따라 남을 판단하므로 진실하지 않은 사람에게 자신의 진실함을 믿게 할 수는 없다. 반대로 진실한 사람에게는 자신의 진실함을 증명할 필요가 없다.

비천한 사람들은 불만이 생길 때 권력에 반항해 봐야 힘만들기 때문에 다른 비천한 사람을 괴롭힌다. 누구도 괴롭힐 수 없을 때는 동물을 학대한다. 흔히 사랑을 맹목적이라고 하지만, 내가 보기에 사랑은 맹목이나 공리와 동떨어진, 본심에 충실한 감정이다. 맹목적인 것은 오히려 증오다.

일이든 사업이든 감정이든 내 삶에는 좌절과 고통이 가득했다.
나는 내가 적응하기 힘든 세상에서 인정받으려 애쓰다가 끊임없이 실망하고 실패했다. 물론 실패를 외부 환경 탓으로만 돌릴 수는 없었다. 나도 남들한테 인정받으려 그렇게 애쓸 필요가없었다. 글쓰기처럼 내가 좋아하는 일을 해야 했다. 그 시간 동안내 정신세계는 현실 세계가 척박해지는 만큼 풍요로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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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의 잃어버린 심장
설레스트 잉 지음, 남명성 옮김 / 비채 / 202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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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영어 숙제. PACT가 무엇을 뜻하는지 설명하고 그것이 우리 국가안보에 중대한 이유를 한 문단으로 작성할 것. 세가지 구체적 예를 드시오. 그는 어떻게 대답해야 하는지 정확히알고 있다. 매년 학교에서 배우기 때문이다. 미국 전통문화 보존법 Preserving American Culture and Traditions Act. 유치원에서는 그걸 약속이라고 불렀다. 우리는 미국의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약속한다. 우리는 서로를 지켜보기로 약속한다. 매년 같은 내용을 더 어려운단어로 배웠다. 그런 수업을 할 때면 대부분의 선생님이 왠지 버드를 날카로운 눈길로 본 후 다른 학생에게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새디가 우는 법이 없다는 건 사실이었다. 그녀는 자기가 살던 집으로 보내기 위해 노트에 쓴 편지를 버드에게 몇 번보여준 적이 있다. 하지만 마지막으로 보낸 편지가 수취인 불명으로 돌아왔다. 그럴 때도 버드는 새디가 우는 걸 보지 못했다.
그래도 가끔 새디가 운동장 구석 철조망에 머리를 기대고 쭈그리고 앉아 있을 때면 그는 그녀가 용감한 척할 필요가 없도록고개를 돌려주었다. 그녀가 혼자 슬픔을 맞이할 수 있도록. 더무거운 것을 쌓아 슬픔을 누를 수 있도록.

저 아무 짓도 란 했어요. 그 사람이 저를 밀치고…
하지만 아버지는 고개를 흔든다. 그 사람만이 아니야, 아버지는 말한다. 사람들은 네 얼굴만 보고도 화를 낼 수 있어.

그리고 갑자기 버드의 머릿속에서 문 하나가 딸칵 열린다.
아버지가 늘 그렇게 조심스러워하고, 늘 같은 길로만 다니고, 절대 벗어나지 말라고 잔소리했는지. 아버지가 어떻게 그렇게 빠르게 그에게 왔는지. 중국을 연구하거나 일본 설화를 찾는 일만위험한 게 아니었다. 그처럼 생긴 외모는 늘 위험했다. 그의 어머니의 자식이어서 여러 방식으로 위험했다. 아버지는 이 사실을 늘 알았고 늘 대비했고 자기 아들에게 무슨 일이 생길지 늘예민한 상태로 있었다. 아버지가 두려워한 것은 어느 날 누군가버드의 얼굴에서 적을 보는 일이었다. 혈통이든 행동이든, 누군가 그를 어머니의 아들로 보고 빼앗아가는 일.

PACT는 우리 내부에서부터 우리를 뒤엎으려는 매우 현실적인 위협에서 우리를 보호할 것입니다, 대통령은 말했다. 충성스러운 모든 미국인-충성스러운 아시아계 국민을 포함해ㅡ은이 법률을 두려워할 이유가 전혀 없습니다.
그는 잠시 말을 멈춘 다음 서류 아래쪽에 자신의 이름을 요란하게 서명했다. 카메라 플래시가 터졌다.

가해자가 체포되는 일은 드물었고 처벌받는 일은 더욱 적었다. 피해자가 중국인-또는 중국인으로 여겨지는-이기 때문에 범행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을 밝히기는 어려웠다. 어떤 판사는 일반적인 미국인이 다양한 아시아계 인종을 눈으로구분할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고 판결했다. 마치아시아계 사람들이 다양한 종류의 사과나 여러 품종의 개라도 되는 것처럼, 아시아계 출신은 일반적인 미국인으로 간주할수 없는 것처럼. 방망이를 휘두르는 쪽에서 신중하게 구분할 수있다면 이 모든 일이 정당화될 수 있기라도 한 것처럼.

쌍둥이 건물이 무너지던 때 저는 아이였습니다. 누군가 우리집 차고 벽에 페인트로 불결한 말을 적었습니다. 누군가 벽돌을던져 현관 창문을 깼죠. 그 후로 한참 동안 아버지는 집에 거대한 미국 국기를 걸어두었습니다.

스피커는 끌 수 없고 파기하는 수밖에 없는데, 그녀를 뒤쫓는 자들이 스피커를 발로 밟아 부수기야 하겠지만 소리는 한 블록이나두 블록 떨어진 곳에 있는 다른 스피커에서 계속될 것이다. 하나를 찾으면 수백 개가 더 있다는 걸 깨달을 것이고 그물을 아무리 멀리까지 던져도 이야기들은 기필코 더 먼 곳에 닿는다는 것을 알게 될 것이다. 이건 숨바꼭질이고 그녀는 최대한 오래 끌것이다. 그들은 절대 모든 스피커를 찾아내지는 못할 테지만 결국 그녀가 보내는 신호를 찾아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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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체어에서 듣는 음악
하태우 지음 / 워크룸프레스(Workroom)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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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매체를 통해 하태우님을 몇 번 본 적이 있습니다. 이번에는 직접 쓰신 책으로 마치 소문으로만 듣던 사람을 만난 기분이었네요. 그래서인지 이제는 그가 말하는 그에 대해서 알고 싶어졌습니다만 거의 음악에 대한 글이고(네. 물론 작가님은 제목에 충실하셨지요) 자신에 대한 이야기는 살짝 비춰줄 뿐이어 아쉬움이 남았네요. 하지만 그의 음악에 대힌 안목과 글발에 대해 조금이니마 알게 되었으니 다른 책들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이를테면…
휠체어에서 찍는 사진
휠체어에서 보는 영화
휠체어에서 읽는 책
휠체어에서 하는 생각
휠체어에서 만난 사람… 등등
사실 ‘휠체어에서’라는 단어는 굳이 필요 없지만 첫 책을 그리 시작하셨으니 라임(?)을 맞춰 보았습니다.

덧) 그림이 반인데 일러스트작가님 이름도 표지에 넣어주셔야 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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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의 도시관찰일기
이다 지음 / 반비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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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찰하면 관심이 생긴다.
관심이 생기면 이해하고 싶어진다.
그렇게 내가 존재하는 이 세상을 조금씩 알아가고 싶다.

이제이 런 건 돈 주고 사려고 해도 살 수 없다. 그렇다고 인터넷이나 박물관 에서 볼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이 이런 애매한 시기의 물건들이다. 아직까지 사람들이 가치를 두지 않아서 가격 은 싸지만 나는 그 아름다움을 알고 있는 것들 말이다. 이럴 때는 마 치 유적을 발굴하는 듯 신성한 마음이 된다. 그래, 난 단순한 호기 심 변태가 아니라 일종의 고고학자다!

집으로 가는 발걸음이 날아갈 듯했다. 빵을 되찾았다, 하나도 빠 짐없이! 만세! 나는 이겼다. 아니, 인간이 이겼다. 세상은 아직 망하 지 않은 것이 분명하다!
누군가는 이 빵 봉투를 보고 이것을 잃어버린 사람의 난감함을 헤아렸을 것이다. 그리고 기사님에게 분실물로 전달했다. 내가 빵 봉투를 되찾는 순간, 기사님은 마치 자신의 일처럼 뿌듯한 미소를 지었다. 남이 빵을 다시 찾든 말든, 빵을 백 개를 먹든 말든 자신과 는 아무 상관 없고 자기 배가 부르지도 않은데 말이다. 하지만 그렇 게 했다. 버스에 타고 있던 사람들도 나의 기쁨에 동조했다. 그 누 구도 빵 하나 나눠 받지 않았는데 다들 흐뭇해 보였다.
되찾은 빵을 먹으며 전의를 불태운다. 누가 뭐 잃어버리기만 해 봐라. 똑같이 돌려줄 테다. 이 기쁨을 분명히 되갚아줄 것이다, 하고.

그냥 스쳐갈 때는 몰랐다. 길가에 앉아 채소 몇 가지를 바구니에 담아 놓고 파는 할머니들을 보면 늘 안타까웠다. 저게 장사가 되나, 집에서 쉬시는 게 차라리 낫지 않나, 하는 생각도 했다. 너무 고생 스러운 삶이라고 건방지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그들의 일상에도 지극히 평온하고 즐거운 순간이 있었다. 단지 내가 보지 못했을 뿐이었다.
도시는 넓고 사람은 많다. 매일 밖에 나가 돌아오는 순간까지 수 백, 수천 명의 사람을 스쳐 간다. 그 모두에게 지금까지 살아온 삶의 궤적이 있고, 자신만의 세계가 있다니. 버겁고 또 벅차기도 하다.
관찰하지 않으면 결코 알 수 없다. 이 지구에 사는 사람의 수만큼, 관찰할 세계는 끝없이 많다. 역시 나는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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