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작은 개가 할매를 물어 현아는 영숙에게 많은 것을 물을 수 있는 시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사랑하면 알고 싶고 알려면 물어야하고 묻다보니 듣게 되어 더욱 사랑하게 되는 사이가 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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햄닛
매기 오패럴 지음, 홍한별 옮김 / 문학동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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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그분은 어떤 사람이야?" 일라이자가 묻는다.
오빠는 잠시 생각한 다음 대답한다. "네가 만나본 누구하고도 달라. 사람들이 자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하나도 신경 안 써. 그냥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해." 그는 몸을 앞으로 숙여 무 릎 위에 팔꿈치를 괴고 마치 속삭이듯 목소리를 낮춘다. "사람을 보면 영혼을 들여다볼 수 있어. 냉정한 데라고는 조금도 없는 사 람이야. 사람을 그저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 어때야 한다 이런 게 없고." 그가 일라이자를 쳐다본다. "그런 건 보기 드문 자질 이지, 안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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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강풍에도 쓰러지지 않는다 -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의 불안한 시대를 버티는 단단한 문장들
모옌 지음, 허유영 옮김 / 필로틱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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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저는 붓을 듭니다. 내일도 그럴 것입니다.
이것이 제가 강풍에 맞서는 방법입니다. 광풍 속에서도쓰러지지 않고 우뚝 서는 비결은, 미동도 없이 맞서는것이 아니라 바람에 몸을 맡겨 흔들리 자신의 뿌리는절대 놓지 않는 것입니다.

나의 고통은 소설을 썼기에 생겨났고, 그 고통을없앨 방법 또한 소설을 쓰는 것뿐이다.

노동자의 명예와 존엄은 숙련된 기술 위에 세워지는 법이다.

"입은 거쳐 가는 통로일 뿐이다. 산해진미든 풀뿌리든 나무껍질이든 뱃속에 들어가면 다 똑같은데 어쩌자고 콩깻묵 한 덩이 얻겠다고 개 흉내를 내느냐? 사람은 줏대가 있어야 한다!"

진심으로 자신을 낮추는 겸손이 남 앞에서 으스대는 교만보다는 언제나 나은 법이다.

이상은 당연히 필요하다. 누구나 이상이 있고, 누구나 꿈이 있다. 그렇다면 무엇이 ‘원대한 이상‘인가? 정해진 기준은 없다. 이상이 있다면 그저 노력하면 된다. 꿈이 있거든 두 발을 땅에 단단히 붙이고 묵묵히 일하며,
그 꿈을 현실로 만들면 그뿐이다. 분명한 것은, 인간에게는 이상이 필요하다는 사실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팔풍‘이란 불교철학에 나오는 여덟 가지 바람이라는 개념이다. 사람의 마음을 흔드는 이(利), 쇠), 훼(毁),예(譽), 칭稱), 기畿), 고(苦), 락(樂)이 그것이다. ‘이‘는 뜻대로 순조롭게 이루어지는 일이고, ‘쇠‘는 사랑하는 것과안락한 환경을 잃는 일이고, 훼는 남이 뒤에서 헐뜯는일, ‘예‘는 뒤에서 칭찬하는 일이며, ‘칭‘은 눈앞에서 치켜세우는 일, 기‘는 비웃음, 조롱, 비난을 받는 일, ‘고‘는정신적·육체적 고통과 고난, ‘락‘은 정신적·육체적 즐거움이다. 네 가지 순경과 네 가지 역경이 사방에서 큰바람처럼 불어와 사람의 마음을 흔든다.

근래 들어 나는 점점 창작의 위기를 느낀다. 개인적인 재능이 소진되어서가 아니라 삶에서 멀어지고 낯설어져서다. 이는 나만의 문제가 아니라 많은 동료 작가의 문제이기도 하다. 글쓰기로 높은 지위와 녹봉을 얻고, 호화 저택에 살며, 좋은 차를 굴리고, 꽃다발과 박수에 둘러싸이면, 작가는 땅에 발을 붙이지 못한 토행손과 안타이오스처럼 힘의 근원을 잃고 만다. 겉으로는인정하지 않고 그럴듯한 소리를 늘어놓으며 여전히 힘이 넘친다고 믿을지라도 사실 마음만 굴뚝 같을 뿐 능력이 따라주지 않는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문학에서만큼은 디킨스의 그 묘사 그대로다. "최고의 시대면서 최악의 시대다." 우리가 토행손과 안타이오스에게서 교훈을 얻고,자기 약점을 분명히 알고 마음에 새기며, 언제나 대지에발을 디딘 채 민중의 평범한 삶에서 멀어지지 않는다면, ‘인류의 공통된 장점과 약점을 폭로하고 인간의 장점이창조한 찬란한 것들과 인간의 약점이 초래한 비극을 드러내며, 인간 영혼의 복잡성과 선악미추 사이의 흐릿한경계를 섬세히 보여 주고 그 흐릿한 지대에 한 줄기 빛을 비추는 작품‘을 쓸 수 있다. 이것이 바로 내가 생각하는 위대한 작품의 정의다. 아마 우리는 평생을 바쳐도그런 작품을 쓰지 못하겠지만, 그런 야망을 품는 편이야망조차 품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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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 쓰는 것. 그 거부된 자의 쓰기가 시이기 때문이다. 소설이픽션만이 아니듯, 시는 암시만이 아니다. 시는 평론가와 숨바꼭질하는 장르가 아니다. 시는 목소리다. 아직 언어화되어본 적 없는 것, 언어화할 수 없는 것을 보이고, 들리게 하는 목소리다. 이 목소리 속에서 의미는 증발하고 없다. 목소리는 언어를 습득하지 못한 사람처럼 개념이 형성되기 이전이다. 이 시가 도대체 무슨 의미인 거야? 네 이데올로기가 뭐야? 네 정체성이 뭐야? 하는 독자를 더욱 교란하려고 시는써진다. 시에서는 시 언어가 그 사물의 속성을 지칭하지 않는다. 사물은 한 언어로 말해질 수 없기 때문이다. 사물도 메아리로 말하고, 시인도 메아리로 말한다. 두 메아리가 만나섞여든 목소리가 시의 언어다. 사물이 이식되어 확장된 몸으로서의 시인의 몸. 그러나 시는 한 인간의 인지능력으로 사물 하나를 다 헤아릴 수가 없다고 생각한다. 사물 하나에 귀를 기울여보라. 그 사물은 다성악처럼 여러 층위의 목소리를낸다. 그래서 시는 일종의 무언의 대화이고, 다수가 웅얼거리고, 중얼거리고, 요동하는 일종의 소음이다. 이럴 때 시인은 분열적이고, 비합리적이고, 정동으로밖에는 그 ‘목소리‘를 견디어낼 수 없다.

정상과 비정상, 존재와 비존재 사이의 자세를 발견하는 것. 내 몸을 내가 시간 속에서 파괴해보고, 넘어지게 하는 것. 나는 이것이춤하기와 시하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정상적이라고 명명된 언어 사용에 대해 다른 기준을 적용해보는 작용이 문학언어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무엇보다 문학은 차별의 시선에 대한 심한 딸꾹질일 것이다. 정말 세상에 ‘정상‘이니 ‘순결‘이니 하는 것들이 있기는 한 걸까? 단어는 있는데 실제로는 없는 것들에 시달릴 필요는 없는데 말이다.

예술은 이런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이런 기괴한 생명체, 돌연변이를 허용하고 있다. 광기와 광기가 만나 세상을 기형으로 만드는 것을보여주는 것을 허용하고 있다. 인간이 개입한 진화의 실상을발가벗기도록 허용하고 있다. 고발하고 있다. 고통하고 있다. 우리의 기형을 증거하고 있다. 이렇게 기형으로 우리가,우리 아닌 것들과 함께 살아 있음을 증거하고 있다. 이제 이렇게 되었다며 복합 생물종인 우리 몸을 선보이고 있다. 이렇게 기형인 우리가 모여서 하나의 몸을 이루었다고 증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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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세계의 주인 각본집
윤가은 / 안온북스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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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고속버스를 타고 먼 길을 내려가던 중에 차안의 화면에 대사의 소리도 없이 자막만 나오는 드라마의 한장면을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 보는 드라마라 줄거리는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찾아 본 그 드라마의 제목은 ‘아너스’ 이며 대사는 이러했습니다.

‘제가 20년전 피해자에게 성폭행을 당한 것은 사실입니다. 또한 제가 피해자를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해 왔다는 것 역시 사실입니다. 하지만 저는 동시에 그 일을 극복하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노력해 왔습니다. 제가 겪은 일이 제 남은 인생을 전부 갉아 먹지 않도록요. 그게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이었기 때문입니다... 존경하는 재판장님. 제 20년의 고통은 살인의 동기가 아니라 제가 왜 살인을 할수 없는 지에 대한 가장 강력한 증거입니다. 제겐 결코 피해자를 살해할 마음이 없었습니다. 어 렵게 지켜 낸 제 삶을 제 손으로 무너트릴 수는 없으니까요. 필사적으로 살아야 했던 제 시간들을 부디 고작 복수라는 말로 더럽히지 말아 주시 길 부탁드립니다.‘

이 대사를 보니 바로 ’주인‘이 생각났습니다. 우리의 기쁨도 행복한 순간도 금방 휘발되고 우리의 인생을 크게 흔들어 놓지 않는 것처럼 불운한 일도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하물며 그러한 일은 빨리 잊기 위해 더욱 노력하니 더욱 큰 의미를 두지 않을 수 있겠지요. 나는 슬픔으로만 이루어진 사람이 아니듯이 한 사건으로만 기억되지 않을 것입니다.

주인
"어릴 때 일이고, 그땐 진짜 힘들긴 했는데요.
어쨌든 지나갔고, 그게 제 인생의 전부도 아니에요.
보다시피 저 나름 열심히 잘 살고 있고.....
(수호에게) 내 인생 아직 망가지지 않았어.
그러니까 함부로 얘기하지 말아줘.
부탁할게."

이주인. 미안해.
나는 그냥 진실이 알고 싶었어.
사실 나도 너랑 같아. 나도 어릴 때 그런 일을 겪었어.
그런데 나는 너랑 달라. 나는 지금도 그런 일을 겪고 있어.
너를 지켜보면서 나는 문득 궁금해졌어.
나도 진실을 말하면 어떻게 될지.
나도 너처럼 진짜로 살아갈 수 있을까?
난 이제 말하지 않고는 견딜 수 없게 됐어.
그래서 더 늦기 전에 내 얘기를 해보려고 해.
너는 내가 누군지 영영 모르겠지만,
나는 너를 영원히 기억할 거야.
고마워. 이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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