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세 정신과 영수증 - 2만 장의 영수증 위에 쓴 삶과 사랑의 기록 정신과 영수증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이야기장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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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어느 회사의
인사팀 담당자가 된 것처럼
출장 예산을 배정하고

우버와 지하철을 타고 열심히
데이트에
출근하고 퇴근했다

문을 열기 전에 이 회사의 슬로건을 기억한다
언니의 마음을 숨기지만 않으면 돼요

월~금요일 매일 100명의 데이터를 보면
한달동안
2000건의 데이터를 볼 수 있었다

박찬욱 감독님이 영화 <아가씨>에
김태리 배우님을 캐스팅하기 전
몇천 명을 만났다는 기사를 기억했다

나에게도 이것은
내 영화의 주인공을 찾는 일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시간은 왜
더 빨리 가나요?"

하는 나의 질문에
물리학자 유병희 박사님이 답을 주었다
"기억력이 감퇴하기 때문입니다"

그는 또 말했다

"그렇기 때문에
기억에 남을 일을 많이 하면
시간은 천천히 갈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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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움가트너
폴 오스터 지음, 정영목 옮김 / 열린책들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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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건 고통을 느끼는 것이다. 그는 자신에게 말했다. 고통을 두려워하며 사는 것은 살기를 거부하는 것이다.

마치 시계가 기록하는 한 시간이 1분에 불과한 것처럼. 50여 년이며칠처럼 빠르게 지나가고 나니 내 인생이 흐릿하게한 덩어리로 쏜살같이 흘러가 버린 듯한 느낌이다.
나는 늙었지만, 날들이 아주 빠르게 지나가는 바람에 나의 많은 부분이 아직 젊게 느껴진다. 따라서 손에 연필을 쥘 수 있고 눈앞의 문장을 볼 수만 있으면여기 도착한 아침 이후 해온 일과를 똑같이 할 생각이다. 마침내 더 할 수 없는 순간이 오면 일어나 떠나면 그뿐이다. 그때 너무 늙어 걸을 수 없다면 교도관에게 도와달라고 할 것이다. 그는 기쁜 마음으로 나를 배웅해 줄 게 분명하다.

그럼에도 그는 오랜 세월 머릿속에 그 이상한 이미지들을 지닌 채로 돌아다녔다. 수백만에 또 수백만의몸-영혼이 서로 연결된 엄청난 양의 도로와 고속 도로를 따라 차를 몰고, 운전대를 잡은 각 사람은 벌레 같은차의 금속 껍질 안에 갇힌 인간 크기의 단자(單子)이고,무수한 수가 모인 무리에 속하는 각 사람이 종종 위험한 상태에 빠지기도 하는 차들의 흐름 가운데 홀로 있고, 운전대를 잡은 몸, 정신 또는 영혼 또는 지성이기도한 몸은 이 차를 안전하게 목적지까지 조종해 가기 위해 크고 작은 수많은 결정을 내려야 할 책임을 지고 있다. 엉뚱한 곳으로 들어가지 마라, 도로에 어수선하게깔린 파인 곳이나 떨어진 물체를 피해 방향을 틀어라. 어떤 경우에도 다른 차와 충돌로 이어질 수 있는 충동적인 모험은 절대 하지 마라. 충돌은 사실 치명적일 수있고, 일단 죽으면 영영 죽은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어떤 것이든 아는 것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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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세 정신과 영수증 - 사고 싶고 살고 싶었던 날들의 기록 정신과 영수증
정신 지음, 사이이다 사진, 공민선 디자인 / 이야기장수 / 202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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율원이는
내가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부터
이 집에 들인 신제품 물건처럼 좋아하고 아껴주고 양보해주었다
‘정말 고마워 친구야‘

외출을 하였다가 돌아오면서 친구에게 주려고
일본 규슈 지방의 기사를 실은 매거진 <ABROAD> 한권을 샀다
뜨거운 물을 부어놓은 컵라면을 기다리는 나무젓가락처럼
나란히 누워서
나는 얼굴에 오이팩을 하고 율원이는 <ABROAD> 를 본다

"이제 시험이 얼마 안 남았으니
느그들 괜히 새 문제집 사들이지 말고
있는거 다 풀고 다푼 사람들은
또 보기라
공부 못하는 아이들이 새 문제집 사는기라"

인천공항에 도착하여
비행기 밖으로 나가는 길에

나는 선생님의 말씀을 다시 떠올리며

프삭삭 웃으며

나의 친구, 나의 일, 사랑 그리고 어려운 문제들
다시 잘 보고 풀어내야지
새로 살 것 없어

스물다섯 살 쪽으로 출렁출렁 걸어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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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성 엘리트의 만국 유람기 동아시아 근대와 여행 총서 2
나혜석 외 지음, 성현경 엮음 / 현실문화 / 2015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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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들은 해상 생활을 모두 아침 먹고, 운동하고, 음악 듣고, 춤추고,영화 보고, 또 밥 먹고, 자는 것으로 지내는 모양이지만, 나는 선실 문을 닫아걸고 밤낮으로 어학 공부에 진땀을 뺐다. 영어야 청년 시절에한성 외국어학교에서 ‘내셔널‘ 다섯 권 정도를 배웠고, 그 뒤에도 영국, 미국, 프랑스, 독일에 갈 생각을 품고 2년 동안이나 서울 모 영국인 밑에서 개인교수를 받았다. 또 도쿄 메이지 대학 다닐 때에는, 법률 외에어학에도 은근히 힘을 써서 그때만 해도 영자 신문쯤은 거리낌 없이 보았지만, 그동안 손을 놓은 지 하도 오래되어서 이제는 영어로 밥 먹으라는 말도 외우지 못할 지경이다. 이래서야 어떻게 코 큰 서양 사람 행세를 할까 싶다.

우리가 탄 미국 샌프란시스코행 배는 무슨 대통령의 이름을 따온 3만여 톤짜리 배이었다. 묘령의 백인 여자들이 어떻게나 많이 탔는지, 식당이나 갑판 위의 운동장이나 무용실에 들어가 보면 남성 출입 금지가 아닌가 하고 생각하리만치 꽃같이 어여쁜 여자들이 가득 차서 재깔거리고있는 것이 실로 장관이었다.

이제는 샌프란시스코 시가를 소개할 차례에 이르렀다. 그러나 나는 이것을 피하려 한다. 여러분이 상상하시던 모양으로 20층, 30층의석조, 벽돌, 철근 콘크리트 등 웅장한 건축물이 하늘과 해를 가리고 또어디까지 갔는지 모를 만큼 기막히게 늘어섰으니, 이를 ‘가옥의 대림지대‘라고나 설명할까, 그 외에 다른 해설의 말을 나는 못 찾겠다. 또각국 인종이 거리마다 웍작웍작 따라가다가는 웍작웍작 따라오며, 자동차가 까만 개미떼같이 늘어선 것과 바다와 육지에서 울리는 쇠망치소리, 기적 소리 등 동원령이 내려진 전쟁 지대가 아니면 상상도 못 하리만치 복잡다단한 모습을 솜씨 서툰 내 붓끝으로 그려낼 재주가 없는것을 잘 아는 까닭이다.

최근 뉴욕 콘서트계는 많은 음악가, 무용가들로 상당히 성대해졌습니다. 파리, 런던, 뉴욕의 콘서트계는 서로 교류하고 있었으나 이번전쟁 때문에 파리, 런던이 중단 상태에 있는 이상, 오직 뉴욕이 유일한콘서트 예술 중심의 국제 시장이 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뉴욕 콘서트계의 이러한 성대함은 미국이 가진 콘서트의 숨겨진 재주가 성대함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오히려 유럽과 해외 예술가들이 뉴욕을 일시적으로 빌려 쓰는 것에 지나지 않으며, 다시 말해 해외 콘서트계의출장소로서 성대한 것입니다. 어쨌든 예술적 전통이 아직 어리고 그 위에 정신적인 것보다 물질적인 것을 추구하는 데에만 분주했던 미국이요. 재즈 음악과 탭 댄스가 범람하는 장소인 까닭에 콘서트 예술을 길러내기에 필요한 관객층은 어느 특수층을 제외하고는 일반적으로 감상력이 무척 저급합니다. 비평가까지도 오로지 관객층을 맹신하는 폐단이 있습니다. 그러므로 해외로부터 우수한 예술가를 데려오더라도 그것을 비판적으로 섭취하며 거기서 미국 자신의 것을 생산시킬 힘은지 않은가 하고 생각합니다.

사월 초파일이 되면 개성에서는 초파일 놀이라 해서 남녀노소가 송악산에 올라 화전을 부쳐 먹으며 놀지 않습니까. 또 오월 단옷날이면 평양에서 단오놀이를 굉장하게 하지 않습니까. 또 팔월 보름날 함흥 감영(오늘날의 도청)에서 추석놀이를 만세교 난간이 내려앉게 잘 놀지않습니까. 파리기념일이라는 것은 이 개성의 초파일과 평양의 단오놀이, 함흥의 추석놀이를 한데 뭉친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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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밤에 우리 영혼은
켄트 하루프 지음, 김재성 옮김 / 뮤진트리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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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뒤에서 이러고 있어요? 애디가 말했다.

사람들 눈에 덜 띌 것 같아서요.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이제 더는 그러지 않을 거예요. 이렇게 뒷골목으로 들어오면 마치 우리가 몹쓸 짓이나 망신스럽고 남부끄러운 일을 하는 것 같잖아요.

하지만, 아빠, 이건 옳지 않아요. 아빠는 사실 애디 무어를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잖아요.

네 말이 맞다. 좋아하거나 잘 알지도 못했지. 그런데 바로 그게 내가 지금 좋은 시간을 보내는 요인이란다. 이 나이에 누군가를 알아가는 것, 스스로가 그녀를 좋아하고 있음을 깨닫는 것, 알고 봤더니 온통 말라죽은 것만은 아님을 발견하는 것 말이다.

그 작가가 우리 둘에 대한 책도 쓸 수 있겠네요. 그럼 어쩔 것 같아요?

나는 어떤 책에도 나오고 싶지 않아요. 루이스가 말했다.

그래요, 우리는 지금 그렇게 살고 있죠.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버린 게 아니었다는 걸 말이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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