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회는 젊음에 정서적 특권을 부여하고, 이것이 모두에게 나이 듦에 대한 불안을 일으킨다. 현대의 모든 도시화된 사회가(부족사회와 달리) 성숙함의 가치를 낮잡아 보고 젊은 시절의 기쁨에만 한껏 영광을 돌린다.

여성이 ‘미스‘와 ‘미세스‘로 나눔으로써 결혼을 했느냐 안 했느냐에끊임없이 관심이 집중된다는 사실은 혼인 여부가 남성보다 여성에게 훨씬중요하다는 믿음을 보여준다.)

나이 듦은 생물학적 사건이라기보다는 사회적 판단이다. 완경기(수명이 늘어나면서 갈수록 늦게 찾아오고 있다)에 겪는 혹독한 상실감보다 훨씬 광범위한 것이 노화로 인한 우울감이다. 이 우울감은 여성의 삶에서 실제로 벌어진 사건에서 비롯된 게 아닐 수 있다. 이 우울감은 여성의 상상력이 자꾸 ‘억제되는‘
상태이며, 이 상태를 명하는 것은 바로 사회다. 즉, 이 우울감은사회가 여성으로 하여금 자신을 자유롭게 상상하지 못하도록 제한하기 때문에 발생한다.

여성은 변화가남성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걱정하지 않고 스스로를 바꿔야 하고, 서로를 바꿔야 한다. 오로지 여성이 자기 자신을 생각하고 무엇이 남자에게 좋은지를 망각할 때만 여성의 의식이 변화할 것이다. 남성과 협업해서 이러한 변화에 착수할 수 있다는 생각은 여성 투쟁의 범위와 깊이를 축소하고 하찮게 만든다.

‘해방된‘ 여성의 첫 번째 책임은 최선을 다해 가장 충실하고 자유롭고 창의적인 삶을 살아가는 것이다. 두 번째 책임은 다른 여성들과 연대하는 것이다. 해방된 여성은 남성과 함께 살고일하고 섹스할 수 있다. 그러나 여성이 처한 상황을 현실보다 더단순하거나 덜 의심스럽거나 타협으로 가득하지 않은 것처럼 묘사 할 권리는 없다. 남성들과 좋은 관계를 맺으려고 다른 자매를 배신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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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어두운 걸 좋아하십니까 : 하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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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시작한 커플은 날개를 받쳐 주는 바람이 있으니 우리처럼 관계를 유지하려고노력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오래된 커플, 그중에서도 특히 피하고 싶은 과거의 끔찍한 그늘이 있는 커플은 날개를 퍼덕여야 한다. 우리가한게 그거였다.

내게 자신의 상상과 말초 신경을 맡긴 열혈 독자들에게도 무한한감사를 전한다. 그대들은 더 어두운 걸 좋아하는가? 좋다. 나도 마찬가지다. 이래서 우리가 영혼의 단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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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자책] 나는 유별나지 않다 - 채식을 넘어 삶의 태도에 관한 결정
헨리 스티븐스 솔트 지음, 서나연 옮김 / 이다북스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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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새롭고 낯선 개념과 싸우려는 사람들이 지적 안전장치도 갖추지 않은 채 오래되고 일반적인 오류만 맹목적으로 따르는 무모한 방식에 놀라곤 했다.

그들을억지로 끌어내어 우리 편으로 전향시키려는 것은 내관심사가 아니다. 우리가 해야 할 일은 뿌리 깊은 신념으로 누가 육식을 하는지, 그들을 둘러싼 무지와오해를 걷어내고, 비록 그들 편에 있었지만 자연스럽게 우리를 이해하고 우리와 함께하고자 하는 이들을 우리 편으로 데려오는 것이다.

우리는 의도적으로 감정의 시험 못지않게 논리의시험에 도전한다. 식습관 문제, 아니 위대한 사회적문제라도 느끼는 만큼 생각할 수 있는 사람, 생각하는 만큼 느낄 수 있는 사람만이 올바른 해결책을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은 결코 유별난 것이 아니다.

채식주의자는 채소를 먹는 사람‘이라는 뜻이 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그것은 ‘활기 있는‘(vigorous)이라는 뜻의 라틴어 ‘vegetus‘(베제투스)에서 유래하는데, 엄격하게 해석하면 ‘활기를지향하는 사람‘을 뜻해요.

육식에 대한 혐오는 화학적인 것이 아니라 도덕적이고 사회적이며, 위생에 관련된다. 우리가 더욱 역겨운 형태의 식습관을 행하는 동안 동물에게는 어마어마한 고통이 불필요하게 가해지고, 인류의 건강과도덕에는 가장 해롭게 돌아온다는 믿음으로 우리는육식의 점진적인 중단을 주장한다. 그리고 이 운동이성공적으로 시작된 이상, 그 운동을 일컫는 명칭은단지 사소한 문제에 지나지 않는다.

오만한 사람: 하지만 이 경우에는 충분히 일관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지만, 우유나 달걀 없이 식물성 식품만 먹는사람도 있지 않습니까? 이들의 행동은 적어도 인정하고 존중할 수 있습니다.

채식주의자: 맞습니다. 우리는 그런 사람들이 동료들보다 앞서 있다는 것을 전적으로 인정합니다. 그런 사람들은 우리 운동의 미래 단계를 지금부터 예상하는 선구자죠.

오만한 사람: 그럼 이 극단적인 채식주의가 더 이상적인 식습관이라고 인정하는 겁니까?

채식주의자: 그렇습니다. 하겠다고 약속한 일보다더 많이 하는 것은 귀중한 가치를 보여줍니다.
하지만 약속한 일을 완수하는 사람들을 낮게 평가하는것은 아닙니다. 톨스토이의 표현대로 ‘첫걸음‘은 도축장에서 일어나는 끔찍한 일에서 자신의 모든 공모관계를 깨끗하게 없애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오만한 사람: 거듭 말하지만, 어떤 형태든 금욕주의를 실천해야 한다면 어설프게 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채식주의자: 물론입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이 항상 그렇게 생각하죠.

채식주의의 존재 이유는 육식이 잔인하고 역겨우며 건전하지 않고 소모적인 관습이며, 인도적이고 합리적인 사람이라면 ‘일관성이 없다‘라거나 ‘전부 아니면 소용없다‘라는 흔하디흔한 위선적인 말에 휘둘리지 말고, 스스로 할 수 있는 범위에서 할 수 있는 속도로 식습관을 개혁해야 한다는 인식을 널리 퍼뜨리는 데 있다.

‘잡식성‘이란 말은 어떤 뜻일까? 당연히 그것은 인간이 돼지처럼 ‘모든 것‘을 먹어야 한다는 뜻일 수는없다. 그렇다면 단지 육식뿐만 아니라 식인까지 허가할 것이다. 그리고 메이어 교수가 재치 있게 언급한것처럼 인간을 ‘식인성‘으로 분류해야 할 것이다! 추측건대 그것은 인간이 모든 것이 아니라 채식이나 육식 어느 것이든 먹기에 적합하다는 뜻일 것이다. 인간은 어떤 자연법칙에도 얽매이지 않고 자유롭게 좋은 것을 선택하고 나쁜 것을 거부하며, 식생활에서절충적임을 의미한다.

‘살생‘이 비도덕적이라는 말이 아닙니다. 불필요하게 목숨을 빼앗는 것이 비도덕적이지요.

그리고 《녹색의 장원》을 쓴 소설가이자 조류연구가 윌리엄 허드슨은 이렇게 언급했다.
"하등동물의 고통은 통제와 질병이라는 두 가지원인에서만 비롯된다고 본다. 결과적으로 자연상태의 동물들은 고통스러워하지 않는다. 그들은 방해받지 않고 통제되지 않는다. 질병을 살펴보면, 야생동물이 병에 걸리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혹은 대부분 너무 급속히 치명적인 상태가 되어 인간이 질병이라고 부르는 것과 비교하면 사실상 존재하지 않는것이나 다름없다. 자연상태의 동물에 관한 한 ‘생존경쟁‘이란 은유적인 투쟁이다. 짧고 격렬하게 벌어지는 다툼은 자연에서 너무 흔해 불행한 고통을 일으키지는 않는다. 다툼에서 유발되는 통증은 죽음을초래하거나 그렇지 않으면 곧 극복되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가 관심을 두는 일관성은 오직 후자의경우임을 명심하자. 채식주의자의 목적은 갤러해드처럼 결점 없이 완벽한 음식개혁가로서 자신을 내세우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야만적인 식생활 제도를인도주의적으로 개혁하기 위한 실천적인 조치를 하는 것이다.

채식주의자가 비난하는 것은 단순히 생명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하게 생명을 빼앗는 것이며, 모든 형태의 생명이 동등한 가치는 아니며, 고도의 감수성을 가질수록, 그리고 우리와 더 친밀할수록 우리의 인도주의적인 태도를 더강하게 요구한다는 사실을 무시한다면 채식주의에대한 어떤 비난도 부적절할 수 있다.

그들에게 장담하건대 우리는 일관성 있게 잔인하기보다는 차라리 일관성 없이 인도적이기를 원한다.

고통의 비용을 가장 많이 치르게 하는 음식은 가격도 가장 비싸지만, 자연이 우리에게 가리키는 건강에 유익하고 해를 끼치지 않는 식습관은 가장 저렴하면서도 가장 인도주의적인 방식이다.

우리가 식탁에서 누릴 즐거움을 위해 잔혹하게 도축한 우리와 같은 생명체의 시신을 두고신에게 감사를 표하다니 얼마나 어처구니없고 불손한 행위인가.

채식주의자들이 당면한 목표는 동물의 살육을 완전히 금지하거나 동물성 식품을 철저히 피해 단번에황금시대를 여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불완전하더라도, 최소한의 혐오스럽고 야만적인 요소를 제거함으로써 살육이 수반되는 현재의 식습관을 인도주의적으로 바꾸려는 실용적이고 명료한 시도다.

몇 년 전 한 채식주의활동가가 고기집에서 ‘당신이 먹고 있는 것은 음식이 아니라 폭력이다‘ 라는 피켓을 들고 영업방해 시위를 한 적이 있습니다. 유명한 플랫폼기업인 배민에서 열리는 치믈리에 행사장에서는 동물권활동가들이 ‘치킨을 먹지 말자‘라는 구호를 외치며 행사장에 진입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존중하고 옹호하는 입장이기는 하지만 그들의 행동방식으로 누군가는 자유권을 침해당한다고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어떤 이는 채식을 하는 사람들을 향하여 "아~ 얼마나 오래 살려고 저러냐?" "그러면 풀뜯는 것 풀 죽이는 거 아니냐?" 라며 조롱하기도 하고 "유난 떨지말고 그냥 먹어먹어"라며 강요하기도 합니다.
육식을 취함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인간과 같은 고등동물의 육체를 함부로 대한다는 점이라생각합니다. 고대의 경우와 달리 인간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서가 아니라 쾌락과 전시를 목적으로 다른 육체를 소비할 때가 있지 않나요? [아무튼, 비건]을 쓴 김한민 작가님은 채식을 하시지만 다른 사람들과의 식사자리에서 남겨 버려지게 되는 고기를 드신다고 합니다. 한 생명의 육체를 그저 쓰레기로 취급하고 싶지 않아서 라는데 그 와중에도 ‘이거 한민이 먹게 남겨라.‘라며 농담도 아닌 말을 하는 사람이 있다더군요.
저역시 고기를 먹는 사람이지만 식당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는 사람을 보면 채식에 대한 거부감이 들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책과 다양한 매체의 부드러운 안내를 받는 다면 조금씩 반대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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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어린이들
이영은 지음 / 을유문화사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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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난히 추웠던 조선 반도에 바람이 쌩쌩 불지 않고 퓨퓨(ピューピュー) 불던 시대, 기관총을 빵야빵야 쏘지 않고 파치파치(パチパチ) 쏘던 시대, 비행기가 윙윙 날지 않고 부부(ブーブー) 날던 시대를 살아가던 아이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담겨 있다.

"울 필요 없어! 너는 진짜로 훌륭한 학생이야. 그런 건 하나도 창피한 게 아니에요. 학급 친구들이 어제 너를 위해 회의를 열고, 이 ‘우정통‘ 이라는 것을 만들어 주었단다. 이제부터 친구들이 1전이나 2전씩 남은 돈을 여기에 저금해 너의 수업료를 내 준다고 하더라."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정말로 어떻게 하면 좋을지 몰랐습니다. 그저 제 눈앞에 친구들 얼굴이 하나하나 마치 신처럼 소중히 떠올랐습니다. 오늘 아침 친구들은 저에게 이러한 이야기를 해 주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친구들이 더 아름답고 소중하게 느껴졌습니다. ‘우정통‘은 커다란 배정도 크기로 검은색 자기로 되어 있었습니다. 그 위에는 ‘우정통‘이라는 글씨가 선명하게 쓰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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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면의 조개껍데기
김초엽 지음 / 래빗홀 / 202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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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떤 존재다, 라는 인식은 어떻게 생겨나는걸까요? 저는 뭐가 되고 싶은 걸까요? 요즘은 그런 생각을 하며 여기저기를 떠돌고 있어요.

"그들은 인간에게 사물의 목소리를 듣게 했지요. 난 그게중요한 증거라고 생각합니다. 지구의 소란은 생물들, 무생물사물들, 그리고 생물과 상호작용하는 자연과 함께 번성해요.
그렇지만 지금까지 지구의 소리 풍경은 인간들이 만들어낸 소리에 지나치게 뒤덮여 있었지요. 내가 과거에 현장 녹음을
하러 도시에서 멀찍이 떨어진 곳으로 가면 처음에는 그 지역을 채운 다양한 소리가 들리는데, 얼마 못 가 차나 비행기 따위가 지나가며 큰 소음을 내서 정적이 찾아오곤 했습니다. 새들도 입을 다물고 벌레들도 도망쳐버리니까요. 분명 이 행성은 수많은 소리로 가득한 곳인데, 지구 어딜 가든 사람들의 목소리가, 사람이 만들어낸 인공음이 소리 풍경을 점령해 버리는 거지요. 그래서 나는 처음에 그 사실을 파악한 거미들이 소리를 수집하기 위해 지구 곳곳에 거미줄을 친 다음, 인간을 도구로 사용했을 것이라고 가정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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