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키7 미키7
에드워드 애슈턴 지음, 배지혜 옮김 / 황금가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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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세우스의 배… 그 배는 처음의 그 배일까?라는 물음으로 시작해 미키의 존재는 처음의 그 미키일까?라는 질문의 대답을 찾으며 읽기 시작했지만 내 대답의 결론은 영 엉뚱한 방향으로 마무리 되었다.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 소설이지만 21세기 현재의 미키들에 대한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어느 누구로도 대체될 수 있기에 아무렇게나 이용되어지고 있는 노동력시장에서 우리는 모두 미키가 된 것은 아닐까?라는 의문을 남긴 채 책장을 덮게 되어 마음이 무겁다. 하루를 또 잘 버텨 다른 미키로 대체되지 않을 나를 지키기 위한 고투가 매일 기다리고 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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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몇장은 그저 미래의 AI에 대한 이야기 인 줄 알았는데 읽다 보니 자유사 , 계급, 젠더, 노후문제 등에 대해 퍼져 나가는 이야기가 무척이나 흥미롭다. 게다가 읽으면서 ‘도대체 뭘 말하고 싶은 건가?’라고 불평하기 보다는 이 한권의 소설안에 이렇게 많은 주제를 단단하게 담아 낸 작가의 필력에 (또한 번역의 힘에) 놀라게 되었다.
이 중 가장 집중적으로 생각해 본 것은 ‘자유사’이다. 평소에도 죽음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하는 편이다. 인간은 모두 한가지 방법으로 태어나지만 모두가 다른 방법으로 죽게 되니 나는 그 중 어떤 방법으로 죽게 될지가 궁금하다. 죽음 보다 그에 이르는 과정이 너무나도 두렵기 때문이다. 스스로 충분하다 느낄 때 죽음을 선택하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기는 하지만 그충분한 것이 행복의 충분이면 다행이지만 고통의 충분이면 괴롭지 않겠나? 이 책에서 그 충분함에 대한 다양한 층위가 생길 수 있음을 깨닫게 되었다. 그것이 사회적, 경제적 계급에 따라 다르게 느껴지게 된다는 것이 너무나도 현실적이라 속상할 뿐이다.

덧붙임 1: 이 책의 양윤옥번역가님의 번역이 무척이나 좋았는데 유독 한자어가 많아 의문이 생겼다. 이는 원작의 표현을 그대로 한 것인지 아니면 번역가님의 의견인지 궁금해진다. (아시는 분 답변 좀…..)

덧붙임2 : 책 안에 소크라테스의 PTSD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는데 이는 실재하는 소설의 줄거리인지, 아니면 그냥 작가가 만든 에피소드인지 이것도 아시는 분 답변 부탁드립니다.

덧붙임 3 : 312페이지의 ‘어머니의 인격구성 비율은 나를 대상으로 하는 것이 주인 격이다‘라는 문장에서 ‘주인 격’은 ‘주 인격’으로 바꿔어 표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마도 번역이 문제라기 보다는 띄여쓰기 점검이 잘못된 것 같다.

"그렇기 때문에 더더욱 중요해요. 도움이 되느냐 마느냐, 돈이있느냐 없느냐로 인간의 목숨을 선별해서는 안 되죠. 온전히 자신의 의지에 따라 ‘자유사‘를 원하더라도 그 이유를 찬찬히 따져보면 어딘가에 반드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던 사정이 있을거예요. 그걸 어떻게든 제거해줄 방법을 고민해야죠."
"그렇게 한사람 한사람의 인생이 모두 다 아름다울 수는 없어.
현실을 받아들이면서 조금이라도 생활이 나아지면 아, 다행이다,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짓을 거듭하는 사이에 인생이 지나가 버리는 게 대부분이지. 해결할 수 없는 수많은 문제를 떠안은 채로 살아가는 거야. 이피는 이 세계를 바꿔나갈 능력이 있지만, 우리는 그럴 힘이 없어. 그건 알아줬으면 좋겠어."

"나는 진짜 힘들 때는 언제든 삶을 멈출 수 있다고 생각하면 안심이 돼. 알아, 이피? 그런 감각 속에서 살아가는 거? 그럴 때 자살같은 겁나는 방법을 쓰지 않아도 조용히 끝낼 수 있다는 건 정말로마음이 놓이지. 아니, 지금 당장 죽고 싶다든가 하는 얘기는 아니야. 나도 죽고 싶진 않아. 무서우니까. 이 우주에서 오직 단 한 번 태어난 목숨인데. 하지만 진심으로 내가 그렇게 결정했을 때는 어느 누구도 부정하지 않았으면 좋겠어. 내 의지를 부정할 자격이있는 사람도 없지만."

"진심으로 만족해서 ‘이제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깊은 절망감 때문에 ‘이제 충분하다‘고 하는 사람도 있을 거예요. 괴로워하는 사람이라면 옆에서 격려하면서 ‘아직 충분하지않다‘고 용기를 북돋아야 할까요? 아니면 그대로 받아들여야 할까요? 오히려 ‘마음먹기‘에 따라 다르다고 위로해야 할까요? 우리가 어떤 상황에 처했건 단순히 만족할 수 있는 뭔가를 찾아내버리면 현실은 영원히 바뀌지 않겠지요. 그건 이 세계를 자기들 편리한 대로 주물럭거리는 자들에게는 안성맞춤의 핑계거리가 됩니다. 불행한 사람은 언제까지고 불행하고 가난뱅이는 언제까지고 가난뱅이라니요! 하지만 본인들이 불행하는 가난하든, 마음이평온해지는 방법을 찾아버리면 사회적으로는 아무런 파풍도 일어나지 않겠지요. 그래서는 너무도 희망이 없지 않을까요? 저는정말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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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소설가라는 이상한 직업
장강명 지음 / 유유히 / 2023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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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의 말에 써 있듯이 ‘3분의 1정도는 한국 문학계, 한국 출판계에 대해 거의 울분을 터뜨리는 분위기’이지만 이전에 누가 이 분량의 반만큼이라도 울분을 터트려 준 작가가 있었던가?

왜 새삼 소설가가 직업임을 강조하고 싶었나?
문학과 책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문학 창작자를보는 시선에 환상이 많이 끼어 있다고 느껴서다.
남다른 계시를 받는 사람이라고, 속세의 돈벌이에서 몇 걸음 물러난 종자라고 여기는 듯하다.
그런 낭만적인 포장에 가장 휘둘리고 그래서 피해도 가장 크게 입는 사람이 예비 작가와 신인이다.
그 직업의 어느 부분이 우습고 이상한가? 밥벌이이자 돈벌이인데 그렇지 않은 척 굴어야 하는 부분이 우습고 이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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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생님이 알아서는 안 되는 학교 폭력 일기 쿤룬 삼부곡 2
쿤룬 지음, 강초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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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니 전편만큼이나 잔인하다. 읽고 나서 내가 새로 지은 제목은 ’선생님마저 저지르고 있는 학교폭력일기‘정도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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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평양냉면 : 처음이라 그래 며칠 뒤엔 괜찮아져 띵 시리즈 10
배순탁 지음 / 세미콜론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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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년전 지금의 남편이 맛있는 음식이라며 나에게 사주고 욕을 바가지로 먹은 음식이 두개 있다. 그것은 바로 평양냉면과 쌀국수. 갈비집에서 파는 자극적인 칡냉면에 익숙해있던 내게, 평양냉면은 밍숭밍숭한데다 그렇다고 이름처럼 차갑지도 않은데다가 비싸기까지 한 음식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후로 몇번인가를 (왜 맛없었으면서 또 먹었지?)더 먹으면서 점점 평양냉면에 빠지고 말았다. 그 밍숭한 첫맛이 바뀐 것도 아니고 나의 극적인 입맛이 변한 것도 아닌데 가끔 생각이 나서 먹고 나면 개운한 그 느낌! 이제는 고기를 먹고나면 개운한 평양냉면을 먼저 찾게 된다.
쌀국수는 처음 그 특유의 향에 거부감이 들어 절대로 다시는 먹지 않겠다 했지만 그 역시 몇년 전부터 없어서 못먹는 음식이 되었다. 제주도의 어느 호텔조식부페에서 따듯한 국물이 먹고 싶어 마지못해 선택한 쌀국수가 예전의 그 맛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고수도 살짝 넣어 보았는데.. 뭐야? 고수 왜 이렇게 맛있어?? 호텔에서의 3박 4일동안 아침마다 쌀국수를 두세그릇씩 비웠고 이제는 고수를 사서 밥도 비벼먹는 지경에 이르렀다. (아직 내 최애 쌀국수 맛집은 제주의 H호텔이다)아직도 남편은 이 두음식을 먹을 때마다 자기가 그 때 얼마나 억울했는지를 토로하지만 나는 먹느라 바쁘니 상관 없지.
라디오 작가로 오래동안 일하신 작가님의 글은 무척이나 읽기가 편했다. 간결하고 위트있는(너무 진부한 표현이지만) 글로 평양냉면뿐 아니라 좋아하는 것들에 대한 애정이 뚝뚝 묻어나 앞으로 작가님의 글을 찾아보게 될 것 같다.

이렇게 서로 존중함으로써 우리의 다름은평안함에 이른다.

요컨대, 대체 어떤 게 정통이냐는 물음은이제 무의미하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최선의 한 그릇을 찾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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