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멜론은 어쩌다
아밀 지음 / 비채 / 2025년 9월
평점 :
품절
<본 도서는 비채 서포터즈 활동 중 제공받았습니다.>
책날개에 소설가이자 번역가, 에세이스트로 소개된 작가는 SF 어워드 중.단편 소설 부문 대상 수상 경력을 갖고 있다.
8편의 단편이 실린 단편 소설집은 소설의 제목에서부터 신경을 자극하는 탓에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이 커진다.
다수의 이야기가 여전히 터부시하는 성소수자 이야기를 담고 있는 탓에 호불호가 갈릴 만하지만 무겁거나 우울하게만 그려지지 않아 좋다.
뱀파이어가 존재하고 그들 중에는 동성애자도 존재하는 시대이지만 여전히 그들은 소수자의 위치에 있고 부치인 동성애자는 섹스 로봇에게 사랑을 배우기도 한다.
유전자 편집을 통해 아이돌이 될 아이가 태어나고 오직 어린아이만이 천국에 들어갈 수 있는 세상에선 죽은 부모의 재판에 먼저 죽은 아이가 증인이 되기도 한다.
거기다 동성애자가 평범하고 당연한 세상에서 여자 친구와 헤어진 뒤 혼성 클럽에 가는 은아의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다르다고 생각하는 것들이 얼마나 취약한지 느끼게 한다.
피아니스트 성공하고 싶지만, 손가락이 짧아 좌절하던 여자가 인생 역전을 위해 선택한 거래와 마법을 쓰는 마녀이지만 흑마법은 절대 쓰지 않는 여자에게 들어온 의뢰의 진행 과정도 흥미롭다.
취약한 환경의 어린 시절을 보내던 아이가 겪은 신비한 이야기까지 소설집은 때로는 유쾌하게 때로는 덤덤하게 그리고 우울하게도 이야기를 이어간다.
8편의 소설은 모두 현재로부터 얼마의 시간이 흐른 시점인지 정확히 서술하고 있지 않다.
여전히 성소수자들은 정체를 숨기고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방법으로 태어난 아이의 재능에 경외감을 느끼기도 하지만 혐오하고 분노한다.
그곳의 사람들 역시 소수인 누군가를 표적으로 삼고 자신의 정체성을 숨기기 위해 노력하기도 한다.
특히 <성별을 뛰어넘는 사랑>에서는 우리가 구분하는 정상과 비정상이 얼마나 얄팍한 분류인지가 느껴진다.
그러기에 이성애자가 소수인 상황인 세상에 동성애자의 비밀스러운 연애가 현실을 한껏 비틀어 놓고 있지만 그 어떤 이야기보다 현실적으로 느껴진다.
인간의 다양한 삶을 잣대로 쟀을 때 똑같은 길이의 삶이 있을 수 없다는 걸 누구나 알고 있으면서도 우리는 정해진 하나의 잣대로 누군가의 삶을 측정하곤 한다.
“멜론은 자신이 좋았다. 천국에서는 그 누구도 멜론에게 멜론이 아닌 이름을 붙이지 않았고, 여자라느니 남자라느니 나누지 않았고, 부모님에게 돈이 많고 적고나 사는 집이 넓고 좁고를 따지지 않았으며, 어른이 되면 거짓임을 알게 되는 가짜 지식을 가르치지도 않았고, 이해할 수 없는 규칙을 따르라고 요구하지도 않았고, 그런 것을 따르지 않는다고 해서 때리거나 혼내지도 않았다.”
(p113, 노 어덜트 헤븐)
분류하고 구분 짓지 않고 있는 그대로를 인정해 주는 세상은 어디에도 없기에 이야기는 슬펐고, 누군가에게는 미안해지는 순간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