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에 다니는 해나는 엄마는 잘라준 머리가 마음에 들지않아요.가족들은 훤히 드러난 해나의 이마를 보고 웃음을 터뜨리고 오빠는 대머리라고 놀리기까지 합니다.엄마와 가장 좋아하는 시장 구경도 훤히 드러난 이마가 창피해 가고 싶지 않았어요.사람들은 해나를 보고 귀엽다고 하지만 모두 놀리는 것만 같아요.고양이를 따라 고개를 숙이고 걷다 엄마에게 혼나고 오빠의 해결책은 어른들을 놀래키기만 합니다.해나는 내일 유치원에서도 친구들이 놀릴까봐 걱정스러워 쉽게 잠들지 못합니다.해나가 내일 무사히 유치원에 갈 수 있을지 걱정됩니다.어른들에 눈에는 귀엽기만 한 해나의 머리스타일이 정작 본인에게는 걱정거리가 돼 버렸습니다.수 년전 #마빡이면어때 라는 제목으로 번역된 그림책이 새로운 제목을 달고 출간되었습니다.어른들은 이해 못하는 아이들의 마음을 잘 드러낸 그림책은 해결책 역시 해나를 잘 이해하는 언니로 부터 나옵니다.밝은 색감의 그림과 어울리는 따듯한 이야기는 어른의 귀엽다는 기준으로 잘라준 머리때문에 속상한 아이의 마음을 먼저 살피고 이해해주는 언니의 모습을 부각시켜 더 마음을 따듯하게 해줍니다.일본이 배경임을 단박에 느낄 수 있는 그림이 등장하지만 아이들에게 낮설지 않은 이야기라 우리 친구들의 이야기처럼 느껴집니다.흔히 바가지 머리라고 불리는 이마를 드러내는 짧은 머리는 어린 아이들에게 어울리는 머리라 어린 시절 한번쯤 잘라주는 머리스타일입니다.누구나 겪을 수 있는 일이기에 언니 덕분에 단박에 유치원 스타로 등극한 해나를 보면 슬그머니 웃음이 납니다.<YES24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우치다 햣켄이 일본 문학에서 어떤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지도 모르고 기담집이라는 제목에 혹해서 고른 책이다.“공포와 전율의 열다섯 가지 이야기“가 실린 기담집은 ‘분위기 공포문학’의 대가라는 명성에 어울리게 대부분의 이야기가 공포를 주는 원인이나 존재를 찾는 이야기가 아니라 공포스러운 분위기를 즐기는 이야기이다.‘개 짖는 소리’의 가게 주인과 무덤 쪽에서 걸어온 ‘나’와의 대화를 읽다보면 진짜 ‘나’는 누구인가 심각하게 고민하게 된다.‘환영’ 속 남자는 유리를 끼운 미닫이문에 자신의 얼굴이 수시로 나타나지만 왜 나타나는 지는 중요하지 않다.그저 부지불식간에 나타나 공포를 안기고 사라질 뿐이다.비슷한 시기의 일본 기담집에서 느끼는 외설적인 이야기는 단 한편도 없다.하지만 주위를 두리번거리게 하는 알 수 없는 공포가 느껴져 섬뜩한 이야기들이 다수 들어있다.잘 쓴 공포는 괴물의 등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분위기만으로도 충분히 공포스럽다는 사실을 느끼게 된다.
10초 동안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감옥 같은 학교에 살고 있는 ‘나’는 하루 중 대부분을 잔다.어느 날 사물은 보이는데 인간은 보이지 않는 희귀한 병을 가진 ‘류비’가 전학을 온다.교실 안에 친구들 역시 개성이라고 단정지을 수 없을만큼 모두 다른 모습을 하고 있다.“안녕, 난 강류비야. 나는 사람을 볼 수 없어. 하지만 사람이 사물이 되면 볼 수 있어. 네가 움직임을 멈추고 날 10초 동안 바라본다면, 난 널 볼 수 있어.”“하나 더, 내가 널 사랑하게 만들고 싶다면 내게도 그 순간부터 10초를 더 줘야 해. 그럼 우리는 서로 볼 수 있고 사랑할 수 있어.”감옥과도 같은 학교의 아이들의 비밀과 ‘나’의 비밀이 드러나는 순간 영화 ‘엑스맨’을 보는 기분이다.다르다는 이유로 틀림이 되어 자유를 잃은 아이들의 모습이 꼭 소설 속에만 있을까 싶다.소설을 다 읽고 10초라는 시간을 생각해 본다.마냥 흘러가는 시간이 아닌 오롯이 한사람에게 집중하기는 단순한 10초가 아니라 매번 영원한 사랑에 빠지는 10초일 수도 있다.그 시간을 짧다고는 못할 것이다.
언론인을 꿈꾸고 있다면 글쓰기 공부는 가장 중요한 준비 과정중 하나일 것이다.본도서는 한겨레신문사에 취재기자로 입사해 현재는 ‘언론사 입사를 위한 김창석 아카데미’ 강좌를 맡고 있는 저자가 단순한 이론이 아닌 글쓰기 실전 노하우를 알려주고 있다. ‘기자,PD,아나운서가 되기 위한 글쓰기의 모든 것’이라는 부제가 붙은 책은 모두 3장으로 구성되어 있고 마지막에는 역대 한터 온라인 백일장 논술, 작문 부문의 당선작 사례가 부록으로 실려 있다. 1장 ‘저널리즘 글쓰기의 기초’에서는 왜 언론인이 되려면 글쓰기를 해야 하는 지 설명하고 있다.무조건 많이 읽고 많이 쓰고 많이 생각하는 다독, 다작, 다상량의 상관관계는 꼭 언론인의 글쓰기가 아니라도 기억해둘만한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논술, 설득하는 글쓰기’와 ‘작문, 뇌를 깨우는 글쓰기’를 통해 설득하기 위해 주장하는 글인 ‘논술’과 문학적 글쓰기와 저널리즘 글쓰기의 성격이 혼합된 글인 ‘작문’ 쓰기에 대해 자세히 설명하고 있다. 나는 ‘언론사 입사 시험’을 치룰 일도 없고 이 한 권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글 솜씨가 일취월장하길 기대하지도 않지만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 극어사전을 곁에 두고 읽고 난 뒤 늘 기록해야 한다는 점 등은 다른 글을 쓸 때도 도움이 될 것 같다. 글을 잘 쓰기 위해 필요한 단순한 이론서가 아닌 학생이 쓴 글을 첨삭지도를 해주는 선생님 버전의 글이라 관련 분야를 준비하는 독자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물론 글쓰기에 관심이 있는 일반 독자에게도 자신의 생각을 잘 나타내는 글쓰기에 도움이 될 것이다. <본 도서는 한겨레출판서포터즈인 하니포터 9기 활동 중 제공받은 도서입니다.>
어머니를 몹시도 구박하고 동구에게도 매타작을 가하는 할머니와 가부장적인데다 엄마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하는 아버지와 여섯 살 터울의 동생 영주가 함께 사는 동구네 집은 인왕산 허리 부근, 화강암 바위로 이루어진 산줄기의 조그만 달동네 한가운데 있다.동구는 3학년이 되도록 글을 읽지 못해 엄마가 학교에 불려가기도하고 집에서도 천덕꾸러기에 지진아 소리를 듣고 산다.더군다나 세 돌이 안 된 영주가 글을 읽기 시작하자 할머니의 구박은 더 심해지고 모든 잘못은 엄마에게 돌아간다.3학년 2학기 새 담임이 된 박영은 선생생님은 동구의 ’난독증‘을 눈치채고 방과 후 학습을 시작하고 동구의 착한 심성과 동생을 사랑하고 가족이 화목하게 지내기를 바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박영은 선생님 덕분에 난독증은 점점 나아지고 누구에게도 털어놓을 수 없었던 이야기를 함께 하며 동구는 점점 더 많이 선생님을 좋아하게 된다.영주가 태어난 1977년에 시작된 이야기는 동구에게 큰 불행이 닥치는 1981년에 끝을 맺는다.소설은 대한민국 현대사에 굵직하게 기록되는 12.12군사반란과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을 다루고 있지만 산동네 아이에게는 탱크를 구경하러 간 날이거나 박영은 선생님이 사라져버린 날로 기억되기에더더욱 마음이 아프다.너무나 극악스러운 할머니와 엄마를 지켜주지못하고 할머니에게 동조하는 아버지의 모습은 그 시절엔 다 그렇게 살았다고 눙치기는 어렵다.동구의 선택이 원하던 대로 끝까지 엄마를 지킬 수 있을 지 장담할 수 없기에 더 마음이 아파온다.2002년 제7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작품을 출간 22년 만에 읽었다.오랜만에 새벽까지 책을 읽었고 동구의 마음을 몰라주는 어른들이 미워 울었고 착하기만 한 동구가 너무 일찍 아름다운 정원을 떠나는 게 속상해 울었다.어린아이를 어린아이답게 살 수 없게 하는 현실이 여전히 존재하기에 동구에 이야기가 현재진행형처럼 느껴져 마음이 아프다.어른이 된 동구는 그 착한 마음으로 행복하게 살고 있을 거라 믿으며 아픈 마음을 달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