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선장님! 웅진 세계그림책 265
소피 블랙올 지음, 정회성 옮김 / 웅진주니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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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의 상상력은 감히 따라가기가 어렵습니다.
거실을 순식간에 드넓은 바다로 만들어버리는 재주를 가진 아이가 어질러진 거실을 청소하려는 어른에게 폭풍우 치는 바다를 선물합니다.
 
단번에 호응하지 않는 어른에게 단호하게 해야 할 일을 명령하고 놀이에 몰입하게 합니다.
어느 순간 카펫은 출렁이는 바다가 되고 아이는 선장이 되어 출항을 준비합니다.
어른도 선장의 명령에 따라 배를 정비하고 항해 지도를 그리고 돛을 펼치고 깃발도 준비해 닻을 올립니다.
 
아이들이 상상하는 놀이에 어른이 적극적으로 참여해 놀기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그것도 해야 할 일이 있고 바쁜 시간에는 더더욱 어렵습니다.
한정된 공감이던 거실은 아이의 상상력에 힘입어 어느 순간 그 끝을 알 수 없는 바다가 되어 모험의 세계로 데리고 갑니다.
 
거실이라는 현실과 넓은 바다라는 상상이 괴리감 없이 펼쳐지면서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게 아이와의 놀이에 몰입하게 합니다.
특히나 긴박하게 펼쳐지는 위험과 맞서는 모습은 독자를 어느새 놀이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게 합니다.
 
‘가츠시카 호쿠사이’의 파도 그림이 떠오르는 겉표지를 벗기면 드러나는 거실 모습은 현실과 상상을 제대로 설명한 그림이라 더욱 인상 깊게 느껴집니다.
그림만으로도 선장이 된 아이의 외침이 들리는 듯하고 그 모험에 함께 한 기분입니다.
 
<본 도서는 웅진주니어 출판사에서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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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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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구입 후 구간을 만들지않고 읽는 시리즈가 미시마야 변조 괴담이다.
아흔아홉 편의 괴담이 완성되면 끝난다는 시리즈가 “모두 사십(부록 <면영귀>포함)편”이 진행됐으니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않았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시리즈의 아홉번 째인 <<청과 부동명왕>>에는 네편의 괴담이 실려있다.
표제작인 ‘청과 부동명왕‘은 “아이를 갖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상처를 입고 몸이 망가져도 소처럼 부려먹히는 고통에서 도망쳐 온 여자. 남자에게 속아 아기를 갖고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고 내일 당장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떠받쳐 주는 발판이라곤 없는 여자들”(p124)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단단 인형‘은 악질 위정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로 옛날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마음에 오래 남는다.
거기다 만든이의 마음이 깃들어 가족을 위험에서 지키는 인형이 펼치는 활극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자재의 붓‘은 흑백의 방에서 들은 이야기가 아닌 골동품 가게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로 화공의 마지막 선택이 끔찍하지만 그의 의지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은 부모없는 아이들을 긍휼이 여겨 돌봐주는 마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로 한순간 평화가 깨지는 마을을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부정을 쫓는 힘을 가진 하녀 오카쓰”가 주인공인 부록 ‘면양귀’는 질투와 투기와 불신을 스스로 만들어내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의 이야기로 짧지만 강렬하다.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마음 속에 담고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미시마야의 괴담 자리에서 풀어놓는 순간 화자도 청자도 마음이 후련해진다.
괴담 자리의 최초 청자였던 오치카가 예쁜 딸을 무사히 낳았고 그림 그리기 좋아하고 맛있는 걸 좋아하는 두 번째 청자인 차남 도미지로는 형인 이이치로가 집에 돌아오면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전통있는 오래된 가게가 즐비한 에도 시대의 풍경이 눈에 그려지고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질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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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는 무서운 꿈을 꾼다
우사미 마코토 지음, 이연승 옮김 / 블루홀식스(블루홀6) / 2024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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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곡의 판타지 미스터리’라니 지금까지 번역출간된 작가님의 이야기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같아 더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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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화요일 : 사람의 심해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이마음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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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한국공포문학의밤>시리즈 중 두번 째 화요일의 이야기는 ‘사람의 심해’다.
황금가지의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의 작가 프로젝트를 통해 선정된 이야기는 한 가문의 비밀에서 시작해 사회적 담론을 던지는 것으로 끝을 맺는다.

중소기업에 다니는 스물 다섯 정유는 아버지의 부고를 듣고 5년 만에 고향에 돌아온다.
고향에서 가업으로 ‘소가수산’을 이어오는 정유의 가족에게는 큰비밀이 있다.
소씨 핏줄을 받은 이들은 누구나 죽은 뒤 몸에서 끊임없이 수산물이 나오는 기적이 일어나고 그 수산물로 소씨 일가는 대대손손 부를 축적한다.

가족 중 가업에 유일하게 반기를 들었던 작은 아버지의 하나뿐인 딸이 불의의 사고로 사망하자 할아버지는 언제나 그랬듯이 죽은 아이 몸에 상처를 내 물고기를 얻으려 한다.
작은 아버지는 완강히 거부하지만 모든 일은 할아버지의 뜻대로 관철되고 작은 아버지는 스스로 목숨을 끊고 죽은 몸에서는 믿을 수 없는 존재들이 튀어나온다.

화수분처럼 죽은 이의 몸에서 끊임없이 나오는 수산물을 팔아 부를 축척한 집안이 참을 수 없어 집을 나온 주인공의 삶은 생각만큼 녹녹하지가 않다.
가족과의 인연을 끊고 자립하려 노력하지만 사기를 당해 빚을 지고 첫 직장에서 성추행을 당하고 옮겨간 다른 회사에서는 경영 악화로 임금이 밀리기도 했고 현재 다니는 회사에서도 부당한 대우를 받고 있다.

세상은 크든 작든 누군가의 희생으로 굴러가고 또다른 누군가는 그 희생을 동력으로 삼아 부유하고 평안한 삶을 영위해 간다.
소가네 핏줄은 기적이라고 여기는 부의 비밀은 죽음마저 평안하게 맞이하지 못하는 가족들의 희생이 있기에 가능했다.
정유가 다니는 회사 역시 정유와 같은 사원들의 피땀으로 굴러가지만 부당한 대우와 폭력을 멈추지 않는다.

어디서부터 잘못돼 누군가는 끊임없이 희생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그 희생의 댓가를 독차지하는 지 그 악순환을 끊는 방법이 존재하기나 한지 생각해 보게 한다.
그래도 사회의 축소판같은 소가수산이 오빠의 선택으로 단박에 변화할 수 없겠지만 그래도 작은 균열을 만든 듯해 한숨이 쉬어진다.
그나저나 당분간은 수산물을 먹기는 어려울 듯하다.

<본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돼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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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월요일 : 앨리게이터 중편들, 한국 공포문학의 밤
전건우 지음 / 황금가지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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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던 ‘나’는 신호 대기 중 8톤 트럭이 배달용 오토바이를 덮치는 사고로 왼손을 90도 정도 구부렸다 폈다 밖에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사고가 ‘나’의 과실로 밝혀져 보험금 한 푼 받을 수 없게되자 어려운 형편에 병원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반지하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나를 괴롭히는 환상통과 엄마의 애인이라는 자격으로 우리집의 들어와 최상위 포식자가 된 ‘박봉주’라는 인간때문에 매일 매일 괴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엔 친절한 얼굴의 그놈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며 엄마가 벌어온 돈을 빼앗고 매일 술을 마시며 엄마를 폭행하고 움직일 수 없는 ’나‘를 통나무라고 부르며 모욕한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그놈은 자신의 범죄 이력을 자세히 읋어대며 자신이 연쇄살인마라고 ‘나’를 위협하고 괴롭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더위가 정절에 달한 날 엄마는 ‘나’를 위해 선풍기를 사오고 그놈의 폭력은 더 무자비하게 시작되자 엄마는 나를 구하기 위해 그놈에게 칼을 휘두르고 모든 것은 끝이 난다.

이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포함 황금가지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통해 발굴한 신인 작가의 작품들을 <중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이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출간했다.
일주일동안 매일 한편씩 읽은 수 있는 컨셉의 시리즈 첫 번째 월요일 이야기가 바로 전건우 작가의 “앨리게이터”이다.

‘나’의 처지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읽는 내내 괴로웠다.
실재로 한 집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배달 노동자가 존재하고 돈이 없어 병원치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환자가 있고 여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손을 구부렸다 폈다 밖에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인 남자가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후미진 뒷골목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의 침대 위에 누워있다.
연락할 수 있는 전화기는 물론 찾아 올 사람도 없고 도와줄 누구도 없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살인적이고 손닿는 곳에 물도 먹을 것도 없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은 반지하를 침수시키고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이대로 굶어 죽거나 익사할 수 밖에 없다.

눈에 그려지는 듯한 방안 풍경과 끝까지 그를 괴롭히는 존재까지 시커멓게 밀려드는 물줄기만큼이나 사실적이고 공포스럽다.
문득 ‘나’에게 온 불행은 ’박봉주‘때문만이 아니라 ’돈‘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엄마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엄마는 ’나‘의 병원비를 도움 받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박봉주‘를 가까이 한다.

만약 ’나‘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신호를 어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르고 다른 이유로 사고를 당했더라도 병원 치료를 계속했을 것이고 반지하에는 살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불행의 시작은 모두 ’돈‘이었고 어떤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그의 앞으로 삶이 행복할거라 장담할 수 없는 탓에 더 답답하고 무섭고 슬프다.

<본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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