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토바이로 배달일을 하던 ‘나’는 신호 대기 중 8톤 트럭이 배달용 오토바이를 덮치는 사고로 왼손을 90도 정도 구부렸다 폈다 밖에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가 된다.
사고가 ‘나’의 과실로 밝혀져 보험금 한 푼 받을 수 없게되자 어려운 형편에 병원 생활을 계속할 수 없어 반지하 집으로 돌아온다.
‘나’는 나를 괴롭히는 환상통과 엄마의 애인이라는 자격으로 우리집의 들어와 최상위 포식자가 된 ‘박봉주’라는 인간때문에 매일 매일 괴로운 날을 보내고 있다.
처음엔 친절한 얼굴의 그놈은 서서히 본색을 드러내며 엄마가 벌어온 돈을 빼앗고 매일 술을 마시며 엄마를 폭행하고 움직일 수 없는 ’나‘를 통나무라고 부르며 모욕한다.
어느 날 술에 취한 그놈은 자신의 범죄 이력을 자세히 읋어대며 자신이 연쇄살인마라고 ‘나’를 위협하고 괴롭히지만 어찌해볼 도리가 없다.
더위가 정절에 달한 날 엄마는 ‘나’를 위해 선풍기를 사오고 그놈의 폭력은 더 무자비하게 시작되자 엄마는 나를 구하기 위해 그놈에게 칼을 휘두르고 모든 것은 끝이 난다.
이미 작품 활동을 하고 있는 작가를 포함 황금가지에서 만든 온라인 소설 플랫폼 브릿G를 통해 발굴한 신인 작가의 작품들을 <중편들, 한국 공포 문학의 밤>이라는 이름의 시리즈로 출간했다.
일주일동안 매일 한편씩 읽은 수 있는 컨셉의 시리즈 첫 번째 월요일 이야기가 바로 전건우 작가의 “앨리게이터”이다.
‘나’의 처지가 소설 속에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기에 읽는 내내 괴로웠다.
실재로 한 집이라도 더 배달하기 위해 신호를 무시하고 달리는 배달 노동자가 존재하고 돈이 없어 병원치료를 중단할 수 밖에 없는 환자가 있고 여름 폭우로 반지하에 살던 누군가는 목숨을 잃기도 하는 게 현실이다.
움직일 수 있는 건 왼손을 구부렸다 폈다 밖에 할 수 없는 전신마비 환자인 남자가 지나다니는 사람도 거의 없는 후미진 뒷골목의 다세대주택 반지하의 침대 위에 누워있다.
연락할 수 있는 전화기는 물론 찾아 올 사람도 없고 도와줄 누구도 없다.
한여름의 무더위는 살인적이고 손닿는 곳에 물도 먹을 것도 없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태풍은 반지하를 침수시키고 움직일 수 없는 ‘나’는 이대로 굶어 죽거나 익사할 수 밖에 없다.
눈에 그려지는 듯한 방안 풍경과 끝까지 그를 괴롭히는 존재까지 시커멓게 밀려드는 물줄기만큼이나 사실적이고 공포스럽다.
문득 ‘나’에게 온 불행은 ’박봉주‘때문만이 아니라 ’돈‘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나‘는 돈을 많이 벌어 엄마와 행복하게 살기 위해 최선을 다 했고 엄마는 ’나‘의 병원비를 도움 받을 수 있을 지 모른다는 생각에 ’박봉주‘를 가까이 한다.
만약 ’나‘의 가정이 경제적으로 여유로웠다면 신호를 어기는 일은 없었을지 모르고 다른 이유로 사고를 당했더라도 병원 치료를 계속했을 것이고 반지하에는 살지 않았을 것이다.
’나‘의 불행의 시작은 모두 ’돈‘이었고 어떤 것 하나 해결되지 않은 그의 앞으로 삶이 행복할거라 장담할 수 없는 탓에 더 답답하고 무섭고 슬프다.
<본 도서는 황금가지 출판사 서평이벤트에 당첨되어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