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과 부동명왕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24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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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간되기만을 기다리고 기다리다 구입 후 구간을 만들지않고 읽는 시리즈가 미시마야 변조 괴담이다.
아흔아홉 편의 괴담이 완성되면 끝난다는 시리즈가 “모두 사십(부록 <면영귀>포함)편”이 진행됐으니 좋아하는 시리즈가 아직 절반도 지나지않았다는 사실이 기쁘기만 하다.

시리즈의 아홉번 째인 <<청과 부동명왕>>에는 네편의 괴담이 실려있다.
표제작인 ‘청과 부동명왕‘은 “아이를 갖지 못해 시댁에서 쫓겨난 여자. 자식을 잃은 죄를 뒤집어쓰고 이혼당한 여자. 심한 시집살이에 상처를 입고 몸이 망가져도 소처럼 부려먹히는 고통에서 도망쳐 온 여자. 남자에게 속아 아기를 갖고 혼자서 어쩔 줄 몰라 하는 여자.
갈 곳 없고 의지할 곳 없고 내일 당장 어떻게 살아가면 좋을지 떠받쳐 주는 발판이라곤 없는 여자들”(p124)이 서로 의지하며 사는 연대에 관한 이야기다.

’단단 인형‘은 악질 위정자들이 득세하는 세상에 관한 이야기로 옛날 이야기로 치부해 버리기에는 마음에 오래 남는다.
거기다 만든이의 마음이 깃들어 가족을 위험에서 지키는 인형이 펼치는 활극은 영화의 한 장면같다.
’자재의 붓‘은 흑백의 방에서 들은 이야기가 아닌 골동품 가게에서 듣게 되는 이야기로 화공의 마지막 선택이 끔찍하지만 그의 의지가 강력하게 느껴진다.

마지막 ’바늘비가 내리는 마을‘은 부모없는 아이들을 긍휼이 여겨 돌봐주는 마을의 비밀에 대한 이야기로 한순간 평화가 깨지는 마을을 보면 마음이 아파온다.
“부정을 쫓는 힘을 가진 하녀 오카쓰”가 주인공인 부록 ‘면양귀’는 질투와 투기와 불신을 스스로 만들어내 자신을 괴롭히는 여자의 이야기로 짧지만 강렬하다.

“이야기하고 버리고 듣고 버리고.”

마음 속에 담고 누구에게도 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미시마야의 괴담 자리에서 풀어놓는 순간 화자도 청자도 마음이 후련해진다.
괴담 자리의 최초 청자였던 오치카가 예쁜 딸을 무사히 낳았고 그림 그리기 좋아하고 맛있는 걸 좋아하는 두 번째 청자인 차남 도미지로는 형인 이이치로가 집에 돌아오면서 자신의 앞날을 걱정하지만 이야기를 통해 성장해 나간다.
전통있는 오래된 가게가 즐비한 에도 시대의 풍경이 눈에 그려지고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생생하게 펼쳐질 다음 이야기가 벌써부터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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