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일보]

《이틀 앞으로 다가온 크리스마스,당신은 지금 무슨 캐럴을 듣고 있나요?

여전히 할 일은 많고 마음은 여유롭지 않지만 길거리에서 들리는 ‘징글벨’ 한 자락에 흐뭇해지는 건 누구나 마찬가지입니다. 여기 내 생애 꼭 들어야 할 크리스마스 앨범 10개를 준비했습니다.

가수,음악평론가,라디오,DJ,PD 등 음악 관계자 22명이 3,4장씩 추천한 음반 중에서 가장 많이 뽑힌 음반 10장을 골랐습니다.》

#1.머라이어 캐리―메리 크리스마스(1994년)

1990년대 ‘디바’ 중 한사람으로 손꼽히는 머라이어 캐리. 그녀가 전성기 시절 발표한 ‘메리 크리스마스’ 앨범이 1위에 올랐다(추천 횟수 7). 그녀가 당시 음반사 ‘소니’의 사장이었던 토미 모톨라와 결혼한 뒤 발표한 음반이어서 전반적으로 따뜻하다. “머라이어의 화려한 기교도 행복하게 들린다.”(음악평론가 성시권)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를 좋아해 25일 내 공연에서도 부를 계획”(가수 테이) 등 다양한 평가를 받았다. ‘미스 유 모스트’ 등은 한국에서도 MP3 내려받기를 비롯해 12월 온라인 음악차트 1, 2위를 차지할 정도다.

#2. 빅마마―빅마마스 기프트(2005년)

4인조 여성 그룹 ‘빅마마’가 1년 전 발표한 크리스마스 음반이 2위에 오른 것은 예상 밖의 일. 하지만 “드디어 한국에도 두고두고 들을 수 있는 캐럴 음반이 나왔다”(음악평론가 서옥선) “‘빅마마’의 ‘위 위시 유 어 메리 크리스마스’는 겨울의 필청곡”(음악평론가 임진모) 등 호평을 받았다. ‘해브 유어셀프 어 메리 리틀 크리스마스’ ‘징글 벨 록’ ‘렛 잇 스노’ 등 캐럴 고전을 리메이크한 노래로 채워져 있으나 ‘빅마마’ 특유의 화음이 신곡 같은 느낌을 준다.

#3. 밴드 에이드―두 데이 노 이츠 크리스마스?(1984년)

폴 매카트니, 스팅, ‘U2’, 조지 마이클, ‘듀란 듀란’, ‘컬처 클럽’ 등 영국의 록스타들이 대거 참가한 음반. 밥 겔도프가 “크리스마스를 모를 정도로 기아에 허덕이는 아프리카 난민을 돕자”며 동료 뮤지션을 모아 만든 싱글 음반이다. 3위에 오른 이 음반은 평론가들에게서 “‘크리스마스의 의미를 제대로 담고 있다”(MBC 남태정 PD) “장기 불황으로 여유를 잊어버리고 살아가는 우리에게도 이 노래가 자기 이야기처럼 다가온다”(MBC 김정관 PD)는 평을 들었다.

#4. 빙 크로스비―화이트 크리스마스(1954년)

크리스마스에 눈이 내렸으면 하는 바람은 연기자 겸 가수 빙 크로스비의 ‘화이트 크리스마스’로부터 시작된 이야기다. 공동 3위에 오른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50여년간 1억 장이 넘는 음반에서 리메이크됐다. ‘고전 캐럴’로 불리는 이 음반에 대해 “크리스마스를 모르던 시절부터 들었지만 그 어떤 노래보다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잘 나타내 준다”(가수 겸 작곡가 유희열), “크리스마스엔 세련된 캐럴보다 낡은 서랍 속 옛 음악이 제격”(‘델리스파이스’의 드러머 최재혁)이라는 평이 이어졌다.

#5. 리사 오노―보아스 페스타스(2000년)

가수 권진원은 “리사 오노의 목소리는 너무 따스해 그 따뜻함이 온몸을 감싸는 듯하다. 그녀의 캐럴 음반 ‘보아스 페스타스’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마치 크리스마스 친구 같다”고 말했다. 리사 오노는 일본 출신의 보사노바 뮤지션으로 온기 있는 음색이 매력이다. 그녀의 목소리는 이웃집 누나가 기타 치며 노래하듯 푸근하게 들린다. 덕분에 ‘일본 출신’이라는 핸디캡에도 불구하고 국내 CF 음악의 ‘단골 메뉴’로 자리 잡았다. 수록곡 ‘아베 마리아’ ‘사일런트 나이트’가 푸근함을 전한다.

#6. 이소라 2집―영화에서처럼(1996년)

가수 이소라의 2집은 캐럴 음반이 아닌, 정규 음반임에도 공동 4위에 올랐다. CBS 정우식 PD는 “10년이 지났지만 수록곡 ‘해피 크리스마스’는 아직 연인을 설레게 하는 캐럴”이라고 평했다. 1996년 12월에 발매한 이 음반은 타이틀곡 ‘기억해줘’를 비롯해 ‘쉼’ ‘너무 다른 널 보면서’ 등 겨울 분위기를 담고 있다. 그 백미는 마지막 트랙에 실린 재즈풍의 ‘해피 크리스마스’. 이 노래를 작곡한 유희열은 이 앨범을 추천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었더니 “아휴∼ 뭐 그냥 그래요…”라며 말을 흐렸다.

#7. 김현철 5집―동야동조(1996년)

김현철 5집도 이소라 2집과 똑같은 순위에 올랐다. 두 장의 음반이 모두 겨울을 주제로 했고, 10년 전인 1996년에 발매됐다는 점이 이채롭다. 김현철 5집은 자작 캐럴로 호평받았다. 유치원생이 부른 ‘크리스마스에는 축복을’과 탤런트 임상아와의 듀엣곡 ‘크리스마스 이브’가 꾸준히 애청되고 있다. ‘동야동조’ ‘내가 뭐랬니’ 등 겨울 분위기의 수록곡들이 합쳐져 ‘준캐럴 앨범’의 구성을 갖고 있다.

#8. 러브 액추얼리 OST(2003년)

‘크리스마스 영화=러브 액추얼리’ 공식이 생길 만큼 인기를 얻은 영화의 사운드트랙 앨범. 이 음반은 “크리스마스가 되면 꼭 들어야 하는 ‘교과서’ 같은 겨울 노래들”(MBC 박석원 PD)이란 평을 얻었다. 배우 올리비아 올슨이 부른 머라이어 캐리의 ‘올 아이 원트 포 크리스마스 이즈 유’, 배우 빌 나이가 술주정하듯 불러 화제가 된 ‘크리스마스 이즈 올 어라운드’가 대표적.

#9. 제니스 이언―비트윈 더 라인스(1975년)

여성 포크가수 제니스 이언의 명반으로 꼽히는 ‘비트윈 더 라인스’에는 최대 히트곡 ‘앳 세븐틴’과 함께 ‘겨울송’으로 불리는 ‘인 더 윈터’가 수록됐다. 이 노래에 대해 SBS 라디오 DJ 김태훈 씨는 “지나간 시간을 뒤돌아보고 자기 위안이 필요할 때 들어야 할 노래”라고 말했다. 월간 ‘오이뮤직’의 양중석 기자도 “주머니에서 찬바람이 불어도 마음만은 훈훈하게 만드는 겨울 노래”라고 평했다.

#10. 왬―라스트 크리스마스(1984년)

이 노래는 왬의 히트곡이자 크리스마스 걸작으로 20여년 간 수많은 가수가 리메이크했다. 이 노래가 추천 횟수 2회에 그친 것은 의외였다. 대부분의 평론가들은 “너무 알려진 곡이어서 굳이 선정할 필요를 못 느끼겠다”고 말했다. 당시 20대였던 보컬 조지 마이클의 앳된 목소리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짤랑짤랑’ 소리…. 하도 많이 들어 이젠 사람들이 ‘관성’처럼 받아들이는 노래가 아닐까.글=김범석 기자 bsism@donga.com

디자인=김성훈 기자 ksh97@donga.com

○설문에 응해주신 분들(가나다순)

권진원 델리스파이스(윤준호, 최재혁) 신승훈 유희열 윈디시티(김반장) 테이(이상 가수) 박준흠 배순탁 서옥선 성시권 임진모(이상 음악평론가) 김태훈(DJ) 김정관 남태정 박석원 한봉근(이상 MBC PD) 정우식(CBS PD) 양중석 원용민(이상 월간 ‘오이뮤직’) 이점숙(벅스뮤직 음악기획팀 팀장) 박근태(작곡가 겸 ‘오렌지쇼크’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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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는 무엇으로 사는가 - 여자, 돈, 행복의 삼각관계
리즈 펄 지음, 부희령 옮김 / 여름언덕 / 2006년 12월
평점 :
절판


요즘의 나는 돈을 모은다. 사실 사회생활 한지는 꽤 되었지만 그리 많은 돈을 모아두진 못했다. 고백하건데 얼마전까지만 해도 나의 경제 관념은 제로에 가까웠다. 나이를 한 살 더 먹을 때가 가까워 오니 앞으로 나에게 벌어질 상황도 생각하게 됐고, 그런 가운데 나의 재정상태에 대해서 돌아보게 되었다. 어른들이 주로 하는 얘기 중에, 사람 노릇 제대로 하려면 최소한 자기 입에 풀칠할 능력은 있어야 한다는 말이 있다. 요즘 세상이란게 왠만큼 벌어서는 한달살이가 너무나 빠듯하다. 각종 공과금하며 세금, 교육비, 치솟는 물가에 내 집 마련하기가 하늘의 별따기가 되버린 현실이다. 이렇듯 경제관념은 현실을 직시함으로써 나에게 다가왔다. 이 책의 주인공처럼 말이다.. 안락하게만 살아온 상황에서 이혼이라는 거대한 절벽 앞으로 내몰린 주인공..아직까지도 여자들은 많은 부분 경제적으로 남자들에게 기대며 살아가고 있다. “여자팔자 뒤웅박 팔자”라며 어떤 남자를 만나느냐에 따라서 그 여자의 지위도 달라진다는 말도 있는 것처럼, 남편의 능력이 곧 여자의 능력으로 인정되는 사회 말이다. 지난 나를 되돌아보듯 이 책을 읽었다. 성인이 되고나서부터도 왜 빨리 경제개념에 대한 생각을 잘 하지 못했었는지 이 책을 보고서야 조금은 이해가 가기 시작했다.  어릴때에도 부모님은 나에게 돈에 대해서 별다른 말씀이 없으셨다. 우리집이 그리 부유한편도 아니었는데 말이다. 이 책은 위기에 처한 주인공이 각계각층의 수백명의 여성들을 만나면서 인터뷰한거를 기초로 얘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나이를 막론하고, 나라를 불문하고 공통적으로 여성들에게 위협적으로 다가가는 문제인 경제문제는, 앞으로 내가 어떻게 개념을 잡아가야하는지에 대해서 골똘히 생각하게끔 만들었다.
얼마전에 내가 뒤적거린 재테크서적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왔다. 화장을 하면 하루가 즐겁지만, 경제공부를 하면 평생이 즐겁다라고.. 이제부터라도 돈에 대한 개념들을 하나하나 정립해 나갈 참이다. 경제공부가 나를 바르게 일깨우는 토대가 될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기에.. 한사람의 어른으로써 나도 제 몫을 당당히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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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라하의 소녀시대 지식여행자 1
요네하라 마리 지음, 이현진 옮김 / 마음산책 / 2006년 11월
평점 :
품절


"프라하" 라고 하니 언뜻 생각나는게 있다. 한창 젊은이들 사이에서 이거 안하고 있으면 소외감을 느낄정도로 인기 있었던 싸이월드에서, 조아무개 배우의 프라하로 여행가는 광고.. 이데올로기와는 별 상관없는 세대인 나에겐 프라하는 낭만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무언의 도시였는데 요네하라 마리의 이 책을 보고 나니 당시 “프라하의 봄” 시대상황에 대해서 한번 알아봐야겠다란 생각이 저절로 들었다. 역시 논픽션의 힘이란건 이런거구나 싶게 이야기들은 너무나도 흥미로웠다

일본인 요네하라 마리는 공산당 이론 정보지의 편집위원으로 부임하게 된 아버지를 따라서 프라하로 건너가 소비에트 학교에 다니게 된다. 전세계 사회주의자들의 자녀들이 다니는 국제학교에서 마리는 그리스인 리차, 루마니아인 아냐, 유고슬라비아인 야스나와 특별한 시절의 기억들을 만든다. 10대 초반 아직은 어린 나이들이지만 그녀들에게는 조국에 대한 각별난 사명감 같은 것들이 있다. 그리스인 리차의 아버지는 군사정권의 탄압에서 벗어나 동유럽 곳곳을 전전하다 체코로 망명한 공산주의자였다. 부모님이 그리스를 망명한 뒤로 태어난 리차였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는 새파란 그리스 하늘을 항상 그리워하는 엉뚱한 리차, 그런 리차는 나중에 의사가 되어 독일땅에서, 그리스의 높다란 하늘대신 그리스 방송만을 들으면서 살아간다. 그리스인으로 태어났지만 한번도 그 땅에서 살지도, 특권을 누리지도 못한채 유럽인으로 큰 리차에게 조국은 무슨 의미로 다가가는 걸까.

태연하게 거짓말을 자아내며 자신을 포장하는 아냐, 그녀의 집은 부패와 싸워야할 권력의 중심계층이지만 일반 루마니아인들의 비참한 삶과는 비교할수 없을 정도로 호화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몰락해가는 공산주의 체제의 뒤안에서 한땐 끝없는 투쟁과 투옥으로 다리까지 잃어가며 싸우기도 했던 아냐의 아버지는 딸의 안락한 삶을 위해서 자본의 나라 영국으로 딸을 유학까지 시켜가며 자신을 포장한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자신의 문제가 뭔지도 모르고 살아가는 아냐의 모습은 요즘시대의 자본의 논리와 비슷하다. 자신의 안위와 안전이 최고인 경쟁사회를 떠올리게 했다.

나에겐 제일 인상 깊었던 등장인물, 야스냐는 똑똑하고 야무진 아이다. 뭐든지 월등하게 잘해내고 예술적인 분야에도 뛰어난 야스냐는 힘없는 민족을 깔아뭉개는 권위적인 교장과 맞대응하다 학교까지 나오고 커서는 무슬림이라는 멸시와 해체된 조국 사이에서 언제 죽을지 모르는 공포 사이에서 하루하루 살아가게 된다.

수년만에 재회하는 모습들은 이 모든 것들을 뒤로한채 참으로 감동적이었다. 어릴적 격정의 시대를 함께 했던 친구들.. 국적은 다 다르지만, 우정이라는 추억이라는 한가지 끈으로도 참으로 아름다운 관계들.. 안타깝게도 이 책의 저자 요네하라 마리는 올해 6월에 세상을 떠났다고 한다. 이 소식을 들은 친구들이 얼마나 안타까웠을까 싶다.

멀게만 느껴졌던 동유럽 현대사.. 그러고보니 우리의 현대사와 많이 닮은꼴을 하고 있었다.

이데올로기에 의해서 숙명적으로 받아들여졌던 그들의 현실이 좌우 흑백대립이 아직도 난무하고 이데올로기에 의해 나눠진 조국을 갖고 있는 우리네 현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사실을... 성장소설을 특히나 좋아하는 내게 오랜만에 마음을 흠뻑적신 책 한권 만난듯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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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늘바람 > 소설가가 되기위해 꼭 지녀야 할, 혹은 지니도록 노력해야 할 몇 가지 자질

소설가가 되기위해 꼭 지녀야 할, 혹은 지니도록 노력해야 할 몇 가지 자질

 

1. 활발한 상상력을 지녀야 한다.

 

2. 글 솜씨가 뛰어나야 한다. 다시 말해, 독자의 마음속에 어떤 장면을 생생하게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모든 사람에게 이런 능력이 있는 건 아니다. 이건 타고난 재능이며, 당신에게 이런 재능이 있을 수도, 혹은 없을 수도 있다. 

 

3. 뚝심을 지녀야 한다. 즉, 당신이 하는 일에 달라붙어 몇 시간이고, 몇 날이고, 몇 주고, 몇 달이고 절대 포기하지 않을 수 있어야 한다.

 

4. 완벽주의자가 되어야 한다. 한번 쓴 글에 절대 만족해서는 안 되며, 끊임없이 고쳐 써서 최대한 훌륭하게 만들어야 한다.

 

5. 자기 관리에 엄격해야 한다. 당신은 혼자 일한다. 고용주도 없다. 일하러 나오지 않았다고 당신을 해고할 사람도 없고, 태만해진다고 당신을 쪼아댈 사람도 없다.

 

6. 유머 감각이 뛰어나면 도움이 많이 된다. 성인용 책을 쓰는 경우라면 이 사항이 반드시 필요한 건 아니지만, 아동용 책을 쓰는 경우라면 정말 중요하다.

 

7. 어느 정도 겸손해야 한다. 자기 작품이 훌륭하다고 생각하는 작가는 문제를 향해 나아가고 있는 것이다.

                                                           <행운-나는 어떻게 작가가 되었는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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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출처 : 하늘바람 > [퍼온글] “첫 문장은 가급적 빨리 써라”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분은 한번 참조해 보면 좋을 것 같아 올려놓습니다. 여러분도 아시겠지만 노벨문학상을 받은 오르한 파무크씨의 문장은 어떻게 써야 한다는 그의 지론을 말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기사제공은 동아일보에서 했습니다.

  “첫 문장은 가급적 빨리 써라”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난다. 걸어서 딸을 학교에 데려다 준다. 일하러 간다. 이 평범한 아빠는 올해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 오르한 파무크(52·사진) 씨다. 계간 ‘문학동네’ 2006년 겨울호에 실린 그의 산문 ‘작가의 일상’ 첫 부분이다. 노벨 문학상 발표 뒤 국내에 처음으로 소개되는 파무크 씨의 글이다. 하루 일과를 전하는 형식이지만 작가의 ‘글쓰기 매뉴얼’이 상세하게 정리돼 흥미롭다. 파무크 씨가 글을 쓰기 위해 가장 먼저 하는 일은 전날 썼던 부분을 읽는 것. 마음에 안 들면 쫙 찢어버린다. “책이 나왔을 때 비평가들이 나를 죽이지 못하게 하기 위해서” 미리 없앤다는 것이다.

  ‘첫 문장 쓰는 법’에 대한 파무크 씨의 조언은 “가급적 빨리 쓰라”는 것. 심지어 전날 좋은 문장이 떠올라도 쓰지 않다가 다음 날 쓴다고 한다. 그래야 두 번째, 세 번째 문장이 따라 나온다는 것이다. 쓰다가 막히면? 파무크 씨는 앉아서 머리를 싸매지 않고 일어나서 돌아다닌다고 했다. 걷기도 하고 냉장고도 뒤지고 하면서 휴식을 취하다 보면 대여섯 개 문장이 자연스럽게 떠오른다고 했다. 중요한 것은 글을 쓸 때 방해받지 않아야 한다는 것이다. 파무크 씨는 외부와 팩스로만 연락할 뿐 전화 코드를 뽑아놓고 자동응답기도 안 쓴다고 말했다. 좋은 글이 나오지 않을 땐 “나에게 좋은 말을 해줄 신문기자가 날 찾을 거야”라는 기대감을 갖고 전화코드를 꽂기도 한다고 유머러스하게 말하면서도, 글을 쓸 때는 두문불출하면서 집중한다고 털어놓는다. 스프링 노트에 만년필로 집필하는 그는 “글을 많이 썼다는 것을 확인하기 위해” 만년필의 빈 카트리지를 버리지 않고 모아둔다는, 자기만의 ‘동기 부여 비법’을 공개하기도 했다.

  노벨 문학상 수상작가의 문학에 대한 엄격함도 읽을 수 있다. 그는 “좋은 소설은 어떻게 쓰입니까?”와 “어떻게 하면 소설을 잘 쓸 수 있습니까?”라는 질문을 많이 받는다고 한다. 비슷해 보이는 질문을 두고 파무크 씨는 후자는 직업과 출세를 원하는 사람이, 전자는 예술을 알고자 하는 사람이 하는 질문이라고 예리하게 지적한다.  작가들에게 단호한 충고도 한다. 그는 “당신이 글 쓰는 일을 남에게 보여 주기 위한 제스처, 드라마틱한 삶이라고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이 일을 포기해야 한다”고 잘라 말했다.

김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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