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다 읽고 리뷰를 쓰려는데 비가 온다. 요 며칠전부터 계속 태풍 예고가 있더니 황금같은 일요일에 기어코 비를 뿌린다. 오늘 산에 갈려고 했는데 조금 아쉽다...일을 만들어야 하는데..그래야 그걸 생각하면서 또 한주를 견디는데..주말이 이렇게 아쉬워서야..나원참..하지만 비 오는것도 너무 좋다. 그냥 그냥..
아 얘기가 딴데로 흘렀다.. 책에 보면 이런 구절이 나온다. 주인공 강진희는 또다시 세심과 소심을 함께 지닌 남자 현석을 화나게 하고 비 오는날 그를 돌려보낸다.
"비는 땅에게는 생명이고 소녀에게는 그리움이나 약속이고 우산장수와 나막신 장수의 어머니에게는 인생의 모순된 단면이며 조종사에게는 결항이고 떠나려는 사람에게는 미련, 젖은 빨랫대에게는 노동의 전조이다. 그리고 어떤 사람에게는 차단기이다..."
그래 요즘의 나에게 비는 마음의 안식처다. 나이를 먹긴 먹었는지 비 오는게 왜이리 나에게 위안을 주는지 모르겠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말한다 . 비 오면 좋긴한데 어디 나갈려고 하면 불편한게 많기 때문에 집안에서 즐기는 비만 좋다라고.. 그래 비올때 밖에 나가면 신발로 물이 들어와 양말 다 젖지, 지나가는 차는 또 어찌나 위협적인지 화들짝 놀라는 일도 부지기수고, 머리가 산발되기도 하고, 어깨에 가방은 더 무겁게 느껴지기도 하고..그래 모든게 갑자기 불편해지는건 맞다..하지만 그 모든걸 감수하고서라도 비 오는게 좋아져 버렸다..
지금 그 사람은 이 비를 보고 있을까..문득 궁금해진다. .
시련에 맞닥뜨리면 사람은 평소 사용하지 않던 부위. 의지력이나 건전함 따위를 사용하는것 같다. 슬픔도 힘이 된다는 말이 괜히 나오진 않았을 것이다. ..전화위복은 이럴때 쓰는 말일거다. 나이 29에 전화위복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