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폰부스 - 할인행사
조엘 슈마허 감독, 콜린 파렐 외 출연 / 20세기폭스 / 2007년 11월
평점 :
품절
나의 프라이버시는 안전한가
-영화<폰부스>에 대한 짧은 생각
더 이상 핸드폰은 특별한 물건이 아니다. 핸드폰이 만인의 필수품이 된 지는 이미 오래다. 한 조사에 의하면 전 국민 10명 가운데 약 7명이 휴대폰을 갖고 있다고 한다. 핸드폰의 대수는 일반전화의 대수를 이미 초월했다. 일인인(一人一) 핸드폰의 시대도 그다지 멀지 않은 듯싶다.
손톱을 정리하고 머리에 염색을 하고 귀를 뚫어 귀걸이를 걸 듯 젊은이들은 요란한 장식으로 핸드폰을 치장한다. 젊은이들이 모이는 곳에는 핸드폰 장식을 파는 장사치들이 즐비하다. 핸드폰과 관련한 제품들은 팬시점의 매출규모를 좌우할 정도다.
<청소년 핸드폰 사용 실태 및 사회학적 고찰〉이라는 거창한 제목이 붙은 논문은 외출 시 휴대폰을 소지하지 않았을 경우, '매우 불안하다' 29%, '대체로 불안하다' 46%로 휴대폰이 없으면 불안하다는 결과가 75.0%로 조사되었다는 내용을 싣고 있다.
더 이상 핸드폰은 통화기기가 아니다. 핸드폰으로 음악을 듣고 핸드폰으로 게임을 한다. 뿐인가 핸드폰으로 TV와 동영상을 본다. 위치추적시스템을 이용하면 핸드폰을 소지한 사람이 현재 어디에 있는지 그 장소를 정확히 추적해낼 수 있다. 대체 저 사람이 어떤 일로 그렇게 바쁜지, 어떤 사람들과 사적인 관계를 맺고 있는지가 궁금하다면 휴대폰의 통화내역을 추적해보면 궁금증의 대부분은 해소된다.
영화 <폰부스>의 감독 조엘 슈마허는 영화의 첫 장면에서 길거리를 오고가는 사람들의 길거리 통화장면을 보여준다. 길거리는 공적인 장소다. 그러나 그 공적인 장소에 핸드폰이 개입되면 길거리는 공적인 장소로서의 의미가 상실된다. 핸드폰을 든 사람들은 공적인 장소를 걸어가면서도 여전히 사적인 개인으로서 존재한다. 그러나 그들이 사적인 개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은 착각이다. 핸드폰을 든 개인은 언제든지 추적당할 수 있으며 그의 통화내역은 언제든지 노출될 위험성을 안고 있다.
방송연예 관련잡지 편집장인인 영화 <폰부스>의 주인공 스튜는 이 사실을 명민하게 눈치채고 있다. 그는 은밀하게(?) 사귀는 여배우와 폰부스에서 공중전화로 통화한다. 사적인 통신수단인 핸드폰보다 오히려 공적인 통신수단인 공중전화가 자신의 프라이버시를 보호해줄 수 있다는 스튜의 영리한 판단이 그로 하여금 공중전화를 들게 한 것이다. 최첨단 통신기기의 시대에 구시대의 통신수단인 폰부스 속의 공중전화가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더 잘 보호해준다는 이 웃지 못할 역설을 영화는 천연덕스럽게 말해준다.
그러나 자신의 은밀한 연인과 폰부스에서 전화를 걸고 나오는 스튜에게 공중전화로 전화가 걸려온다. 여기에서부터 악몽은 시작된다. 전화를 끊으면, 쏴 죽인다는 킬러의 협박, 스튜의 사생활을 훤히 꿰뚫고 있는 킬러는 폰부스에서 나오라며 시비 거는 사람을 쏘아 죽인다. 살인자로 몰리는 스튜, 그리고 대중에게 공개되는 그의 사생활. 영화는 긴박하게 전개된다.
첨단문명의 시대에 개인의 프라이버시가 어떤 위험 속에 놓여있는지를 <폰부스>는 말한다. 문명의 이기(利器)를 사용하는 혹독한 대가를 영화의 주인공 스튜는 고스란히 치러내는 셈이다. 관객들은 남의 일이려니 생각하며 영화를 본다. 과연 그것이 남의 일일까.
감독:조엘 슈마허. 출연:콜린 파렐. 포레스트 휘태커, 키퍼 서덜랜드. 제작:2002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