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다가스카 - 숫자 색칠 스티커북
예림당 편집부 엮음 / 예림당 / 2005년 6월
평점 :
절판


노예가 되느냐 자유인이 되느냐

   -영화 <마다가스카>에 댜한 단상

영국의 동물행동학자 데즈먼드 모리스는 『인간 동물원(The Human Zoo)』이라는 책에서 비좁은 공간에 갇혀 지내는 동물도 인간처럼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고 지적한다. 야생에서는 멀쩡하던 동물들이 동물원이라고 하는 폐쇄적인 공간에 갇히면 비정상적인 행동을 한다는 것이다. 동물원에서는 사육사들이 먹이를 던져주니 애써 사냥을 할 필요도 없으니 그만큼 운동량은 줄어들고, 하품의 횟수만큼 복부에 기름기가 쌓인다. 낮잠도 하품도 하루 이틀이지 따분하고 말 못하는 짐승이지만 지루할 게 분명하다.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닐 것이다. 바로 이 스트레스가 동물로 하여금 비정상적인 행동을 유발한다는 것이다.
 
사람도 동물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데즈먼드 모리스의 주장이다. 야생 동물이 갑자기 동물원의 좁은 우리에 갇히면 스트레스를 받아 이상한 행동을 하는 것처럼 인간도 자연 상태를 떠나 사람들이 북적대는 도시라고 하는 '인간동물원'에 갇히면 낙태와 살인이나 자살 등의 비정상적인 행동을 보인다는 것이다.
 
이런 데즈먼드 모리슨의 주장이 먹히지 않는 공간이 있다. 바로 영화 <마다가스카>의 배경인 뉴욕의 동물원이다. 사자 알렉, 얼룩말 마티, 기린 멜먼, 하마 글로리아는 동물원의 생활이 만족스럽기 그지없다. 그러던 어느 날, 호기심 많은 마티가 그들의 고향 남극으로 탈출기회만을 노리는 정체불명 펭귄 특공대의 꾐에 빠져 야생에 대한 동경을 안고 외출을 시도한다. 알렉스와 친구들은 사라진 마티를 찾기 위해 동물원 밖으로 나가게 되고, 사람들에게 발견된 동물 ‘4총사’는 갑갑한 동물원 탈출을 모의했다는 오해 아닌 오해를 받은 채 아프리카로 향하는 배에 오르게 된다. 아프리카의 ‘마다가스카’가 그들이 도착한 곳이다.
 
그들에게 마다가스카는 자유의 낙원이 아니었다. 그곳은 냉혹한 정글의 법칙이 지배하는 ‘먹고 먹히는 약육강식’의 세계였다. ‘4총사’는 동물원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유를 얻었지만, 그 자유의 공간은 불안하기 짝이 없는 공간이었다. 시키는 명령에 고분고분 따랐던 동물원의 시절이 더 행복했는지도 모른다. 자기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존재, 설령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그 결정을 실천에 옮길 수 있는 능력이 결여된 존재들은 오히려 노예의 시절을 그리워하게 된다. 그들을 감금했던 뉴욕의 동물원이 오히려 그리워지는 것이다.
 
에리히 프롬은 『자유로부터의 도피』를 통해 나치즘이라고 하는 전체주의가 대두하게 된 원인을 사회 심리학적 측면에서 분석하여 주목을 받았다. 프롬은 자유를 소극적 자유와 적극적 자유로 구분했다. 소극적 자유는 어떤 속박으로부터의 탈출을 의미하는 것으로 일찍이 중세 이후 서구 사회에서 개인이 획득한 종교적, 정치적, 경제적 자유가 이런 소극적 자유에 해당한다. 외적인 억압이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결정하고 실천해갈 수 있는 자유가 적극적 자유다. 소극적 자유를 적극적 자유로 전환해갈 수 없는 인간들은 영화 <마다가스카>의 ‘4총사’들처럼 불안감과 무력감에 휩싸이게 된다. 바로 이런 상황이 나치즘을 낳는 배경이라고 에리히 프롬은 설명한다. 독일의 민중들이 자유에 따르는 불안을 이기지 못하고 장밋빛 미래를 약속하는 권력자에게 자신의 자유를 반납하는 데서 나치즘이 대두하게 되었다는 설명이다.
 
영화 <마다가스카>는 우리에게 말한다. 노예가 되느냐 자유인이 되느냐는 당신에게 달렸다. 진정한 자유를 원한다면 스스로 판단하고 실천할 수 있는 힘을 길러라.
 
감독 : 에릭 다넬, 톰 맥그래츠. 제작 : 미국 DreamWorks , 200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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