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폴로 13 - [할인행사]
론 하워드 감독, 톰 행크스 외 출연 / 유니버설픽쳐스 / 2000년 1월
평점 :
품절


거대기술이 낳은 비극
  -영화<아폴로 13>에 대한 단상
 
 

1970년 달 탐사선인 아폴로 13호가 발사된다. 그런데 우주선이 발사된 지 3일째 되는 날 문제가 생긴다. 우주선의 산소가 유출되어 이산화탄소가 급증하고 동력이 끊어지는 긴급 사고가 발생한 것이다. 지구로부터의 거리는 무려 32만 Km. 이 절체절명의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는가에 영화 <아폴로 13>의 초점이 모아진다.
 
달에는 계수나무가 있고 떡방아를 찧는 토기가 있다고 생각한 시절, 농부가 낫질 한 번 잘못했다고 해서 세상이 바뀌지 않았다. 파종을 하고 제초를 해야 하는 시기에 게으름을 좀 부렸다고 해도 한해의 농사를 망치지도 않았다. 한 사람의 작은 실수 하나 수용하지 못할 만큼 자연이 속이 좁아터진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그러나 원자력발전소의 기술자가 범하는 작은 실수는 예의 언급한 농부의 실수와는 차원이 다르다. 그 파장이 상상을 초월한다는 것이다.
 
20세기 들어 비약적인 성장을 거둔 거대 기술시스템은 우리의 삶의 지형을 몰라보도록 바꾸어 놓고 있다. 전기시스템은 발전 설비를 갖추고 선로망을 통해 전기를 공급하는 전력회사, 공급된 전기를 다양한 형태로 소비할 수 있도록 전자제품들을 생산해내는 가전업체, 발전소에 필요한 화석연료를 공급하는 유조선과 선박회사, 화석연료를 채굴하는 시추선과 이를 정제하는 정유공장 등 소규모 시스템들을 그 속에 포괄하는 거대시스템이다. 호미나 낫을 만드는 대장간과는 비교도 안될 만큼 거대한 스케일과 복잡한 체계를 갖춘 것이 이 거대 기술시스템이다. 자정이 훨씬 넘은 시각까지 사람들이 대낮처럼 활동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런 거대시스템의 덕이고, 서울에서 토쿄까지 1시간에 닿을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거대 기술시스템 덕이고, 서울에서 부에노스아이레스에 있는 이와 채팅을 할 수 있는 것도 바로 이 거대 기술시스템 덕이다.
 
대형기술사고들은 기술시스템의 구성요소에 내재한 '사소한' 문제가 기술시스템 전체의 붕괴로 이어지는 대형사고로 이어지기도 한다. 독일의 사회학자이며 <<위험사회>>의 저자, 울리히 벡은 이러한 상황에 주목하여 현대사회를 위험사회로 명명하기도 하였다. 낫의 자루가 헐거우면 간단히 손보면 그만이지만 원자력 발전설비의 구성요소를 이어주는 이음쇠의 헐거움은 어떤 끔찍한 결과를 야기할지 아무도 모른다.
 
21세기인들에게는 그다지 신통하지 않은 농기구로 보일지는 몰라도 낫과 호미와 같은 농기구의 발명은 인간의 농업생산력의 증진에 분명 지대한 공헌을 했다. 이러한 간단한 농기구가 인류의 생산력에 미친 영향이 지대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거대 기술시스템이 인간의 생산력에 주는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호사다마(好事多魔)라고 했던가. 좋은 일에도 탈이 끼어들 수 있는 법이다. 인간의 기술과 지력이 아무리 뛰어나다 하더라도 몇 만분의 일, 몇 억분의 일의 오차마저도 배제할 수는 없는 법이다. 그런데 거대 기술시스템을 운영하는 데에서의 인간의 오차는 엄청난 참사를 야기할 수도 있다는 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그 효용성의 관점에서 거대 기술시스템을 일방적으로 환영하기보다는 그것의 안정성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감독:론 하워드. 주연:톰 행크스. 에드 해리스. 제작:1995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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