늑대의  시간



겨드랑이에 몰랑몰랑한 비둘기알이 만져지지
의사는 그것을 암이라는데
이 에미는 아무래도 그것이 울음주머니만 같다
내 몸을 빠져나오지 못한 설움의 메주덩어리들 말이다

아니에요 어머니의 가장 커다란 울음은 저예요
아이들이 만들어준 구름의 신발을 신고
저는 한줌의 편두통과 눈꼽들을 바람에 던졌어요
오랫동안 내 안에 웅크렸던 까마귀들이 푸드득 내 몸을 빠져나갔어요
바람은 제 숨소리에 귀기울이며
제 숨소리의 설움에 겨워 더 깊은 한숨을 토해내고
살아있다는 것이 옛날처럼 아득하다고
은사시나무는 제 스스로의 율동에 취해 온몸을 떨었어요
지상의 물기를 빨아들이며 소리없이 우는 나뭇가지에 앉아
어머니가 못다 운 까마귀의 울음을
저는 또 얼마동안 바람 속에서 울어야 해요
어머니의 흰젖을 먹고 저는 장차 더 큰 어머니의 하늘이어야 해요

모든 것들이 희미해지고 아득해져서 어머니가 닿게 될 마지막 집의 등불
11월의 단풍잎처럼 환부의 기억들이 잠드는 시간
아무르 아무르 아무런 시작도 없는 곳
모든 울음이 그친 시간 뒤로 한 개의태양이 뜰 거예요
궁둥이가 파란 어머니의 아들이
늑대의 울음을 울며 몽골의 벌판을 달려 올 거예요


 
..........어머니는 혼미함을 헤매시고 나는 또록또록 김수영이 읽힌다.............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美大陸에서 石油가 고갈되는 날에/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새겨둘 말을 너는 都市의 疲勞에서/배울 거다/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의심할거다!/복사씨와 살구씨가/한번은 이렇게/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사랑의 변주곡-김수영

      욕망이여 입을 열어라 그 속에서
      사랑을 발견하겠다 都市의 끝에
      사그러져가는 라디오의 재갈거리는 소리가
      사랑처럼 들리고 그 소리가 지워지는
      강이 흐르고 그 강 건너에 사랑하는
      암흑이 있고 3월을 바라보는 마른나무들이
      사랑의 봉오리를 준비하고 그 봉오리의
      속삭임이 안개처럼 이는 저쪽에 쪽빛
      산이

      사랑의 기차가 지나갈 때마다 우리들의
      슬픔처럼 자라나고 도야지우리의 밥찌끼
      같은 서울의 등불을 무시한다
      이제 가시밭, 덩쿨장미의 기나긴 가시가지
      까지도 사랑이다

      왜 이렇게 벅차게 사랑의 숲은 밀려닥치느냐
      사랑의 음식이 사랑이라는 것을 알 때까지

      난로 위의 끓어오르는 주전자의 물이 아슬
      아슬하게 넘지 않는 것처럼 사랑의 節度는
      열렬하다

      間斷도 사랑
      이 방에서 저 방으로 할머니가 계신 방에서
      심부름하는 놈이 있는 방까지 죽음같은
      암흑 속을 고양이의 반짝거리는 푸른 눈망울처럼
      사랑이 이어져가는 밤을 안다
      그리고 이 사랑을 만드는 기술을 안다
      눈을 떴다 감는 기술-불란서혁명의 기술
      최근 우리들이 四·一九에서 배운 기술
      그러나 이제 우리들은 소리내어 외치지 않는다

       복사씨와 살구씨와 곶감씨의 아름다운 단단함이여
      고요함과 사랑이 이루어놓은 暴風의 간악한
      信念이여
      봄베이도 뉴욕도 서울도 마찬가지다
      信念보다도 더 큰
      내가 묻혀사는 사랑의 위대한 도시에 비하면
      너는 개미이냐

      아들아 너에게 狂信을 가르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사랑을 알 때까지 자라라
      人類의 종언의 날에
      너의 술을 다 마시고 난 날에
      美大陸에서 石油가 고갈되는 날에
      그렇게 먼 날까지 가기 전에 너의 가슴에
      새겨둘 말을 너는 都市의 疲勞에서
      배울 거다
      이 단단한 고요함을 배울 거다
      복사씨가 사랑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닌가 하고
      의심할거다!
      복사씨와 살구씨가
      한번은 이렇게
      사랑에 미쳐 날뛸 날이 올 거다!
      그리고 그것은 아버지같은 잘못된 시간의
      그릇된 瞑想이 아닐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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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란여우 2005-11-01 16: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단단한 고요함..11월입니다.
강건하시길^^

비로그인 2005-11-01 17: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라디오헤드, 김수영, 변방의 초원. 잘 읽고, 듣고 그리고 생각하며 갑니다..

감각의 박물학 2005-11-01 17:4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조금 우울하고 무거운 날입니다..어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