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독서 일기, 또 한꺼번에 왕창 정리하기.

 도구라, 최구라 라고 한다던가. 확실히 말발이 장난 아니다.
 인문학자와 생물학자가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생각보다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최재천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이 상당한 듯하고, 도정일 교수 역시 생물학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므로,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면 재미있고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유전자와 문화, 복제와 윤리, 창조와 진화, DNA와 영혼, 육체와 정신, 신화와 과학, 인간과 동물, 아름다움과 과학, 암컷과 수컷, 섹스.젠더.섹슈얼리티, 종교와 진화, 사회생물학과 정신분석학'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논의의 종착점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되겠다.
도정일 교수는 다양성, 다수성, 다원성의 '두터운 세계'를 주장한다.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것들까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관용과 존중의 세계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호모 심비우스' 역시 다른 인간, 다른 생물과의 공존, 공생을 도모하는 인간형이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듯하던 두 사람/두 학문은 이렇게 접점을 만든다.
무려 4년에 걸쳐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 인터뷰를 엮었다고 하는데, 출판사의 기획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대담집이라고는 박노자, 허동현 교수의 책 두 권 말고는 기억나는 것도 없는데, 그 두 권의 경우 메일로 주고받다보니 생생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충 마무리되어 아쉬웠다. 이 책은 훌륭한 대담의 모범을 보여주는 듯하다. 글이 아니라 말로 이만큼 토론이 가능하다니,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다.
 

 페터 빅셀은, 언제부터 읽어야지 하면서도 정작 구입하지 않던 작가다. 오랜만에 숨어있는 책방에 들렀다가 눈에 띄어 얼른 빼들었다. 단돈 1,500원. 
 장편(掌篇)소설은 해학이 살아있어야 읽는 재미가 있다. 간간히 피식피식 웃어가며 제법 재미나게 봤는데, 2부에 들어가면 작품 말미에 '아름다운 자연과 문명이 상충되는 이야기' 어쩌구 하는 식으로 해설을 달아놔서 상상하고 생각하는 재미를 앗아가버렸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작가.

 

 영화로 이미 본 내용을 확인.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표현이 어떻게 영상화되었는지 확인한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음.






 고색창연한 세계의 이야기. 
 헤인 시리즈의 <어둠의 왼손>이나 <빼앗긴 자들> 만큼은 재미있지 않다. 어쨌거나 <유배 행성>과 <환영의 도시>까지 모두 볼 참.





 몇 년 전에 봤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고 별로 재미없었다는 느낌만 남아있었다. 도대체, 어째서 재미가 없었다고 생각한거지. 흥미진진하구만.
 히라노 게이치로, 앞으로도 쭈욱 팬으로 있겠다. 얼른 얼른 새 책 써라.
 문학동네는 제발 제때 책 좀 내라. <장송>처럼 몇 년씩 기다리게 하지 말고.




 <맛>만큼의 재미는 주지 않는다. 벌써 로알드 달에 물린 것인가.
 제대로 사기도 치지 못하는 어리숙한 사기꾼이 등장하는 [클로드의 개] 연작은 재미있지만, 다른 작품들은 그냥 그렇다.
 '로열 젤리' 같은 작품은, 뭐랄까, 지식의 부족이랄 수 밖에. -_-




 퇴근 후 하루에 한 편씩 읽었다.
 시작은 좋았으되 결론은 별루. 지나친 기독교 알레고리가 불편하다.
 이 담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이 책은 못 읽게 하겠다. 다 클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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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春) 2005-12-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무식한 탓도 있겠지만, <대담> 정말 밑줄 그을 부분이 많더군요. 계속 놀라면서 깊이 공감했어요.

urblue 2005-12-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포스트잇을 붙이려다가, 다닥다닥이 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읽었습니다. ^^;
좋은 책이지요?

바람돌이 2005-12-1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담 지금 사놓고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 책입니다. 근데 요즘 워낙에 바빠서리 책읽을 시간이 별로 안나네요. 근데 블루님이 불을 지르시는구만요. 저도 나니아연대기는 합본호 사서 봤는데 님과 마찬가지로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지녀석들이 많이 커서 스스로 찾아 읽는거 아니면 안보여줄겁니다. 그럼 이 두꺼운 책은 안보이게 어디다 치워놔야겠는데 확 방출이나 해버릴까요? ^^

urblue 2005-12-1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대담은 재미있지만 워낙 두껍기도 해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한가해지시면 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
나니아연대기에 대해 공감하시는군요. 저는 차마 방출할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안 보이게 치우려면 역시 방출이 방법일까요. ㅋㅋ

2005-12-17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1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은 책상이다 보니까 반갑네요.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나니아 언젠가 방출할 거면 저를 주세요. 김칫국.^^

2005-12-17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
 

황우석 사태는 황우석 사태고,
저는 간만에 자랑질 페이퍼를 올립니다.
기분 좋~은 아침이어요.

한때는 이벤트의 여왕인줄 알았는데, 최근에는 이벤트마다 된 게 하나도 없었어요.
뿐인가요, 서평단 신청한 것도 죄다 떨어졌죠, 화장품 체험단도 물론이죠. 흑흑.
아, 올해의 내 운은 여기서 끝이로구나, 생각했답니다.

그런데, 수요일부터 오늘까지, 매일 소포가 날아오니 기분이 좋을 수 밖에요. ^------^

 



먼저, 수요일에 받은 DVD랍니다.
전에 sudan님이, 누군가에게 선물하기 위해 구입했다, 하시길래 냉큼 그럼 저한테 선물하세요, 라고 했죠.
착한 sudan님, DVD와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주셨습니다.
저한테 어울리는 파란색 크리스마스 카드네요.
왼쪽에는, 공개용이라고 하신, sudan님의 글씨입니다. ㅎㅎ

sudan님, 고맙습니다.

 

후배가 택배를 보낸다길래, I WISH만 오는 줄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상자가 아주 묵직하더라구요.
열어보니, 우와~ 저렇게나 많이.
신났습니다. ㅎㅎ
오른쪽 뒤집혀진 세 권은 제가 빌려줬던 책.  

먹고 싶은 거 생각해 둬라. 아주 맛난 걸로 사 주마.

 



며칠 전 史野님의 엽서 이벤트에 엉성한 엽서 한 장을 쓰고 선물을 받게 되었습니다.
참가한 전원에게 선물을 주신 거였죠. ^^
장바구니에 담겨 있던 책 두 권을 골랐는데, 사야님도 좋아하시는 책이라는군요.
예쁜 포장에 따뜻한 인사말까지.
참, 인사말이 인쇄된 종이가 바뀌었어요. 예쁘군요.
전엔 그냥 A4용지더니, 대체 언제부터 바뀐거지요? 저만 몰랐나요?

史野님, 감사합니다.

 

이상, 자랑질이었습니다. (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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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드무비 2005-12-16 10:3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애니홀'의 그 누군가는 아무래도 로드무비 언니 아니었을까요?
이렇게 아침부터 야심찬 기대를 하면서......축하드려요!^^
(저도 오늘 책 반납 상자 보내요. 달랑 책만 보내는데 이렇게 다른 님들께
선물 많이 받았으니 안심이 되는구료.ㅎㅎㅎ)

urblue 2005-12-16 10: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음...그랬을까요..? ('' )a (그랬더라도 모르는 척 해야지요. ㅎㅎ)
책 빌려주시는 게 어딘데요. 고맙습니다. ^^

하늘바람 2005-12-16 10: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ㅎㅎㅎ 저도 자랑질 하고 프군요. 그 어떤 이벤트보다 멋집니다.

sudan 2005-12-16 10: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곰곰. 그랬던 것도 같고.

플레져 2005-12-16 11:0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무리가 좋으시군요 ^^ 축하축하~
저 인삿말 종이는 한달전쯤...바뀌었어요.
어떻게 알았냐면요... 제가 제것을 주문하면서 내가 내게 쓰는 편지 한 장 썼거든요 ㅋㅋㅋ

urblue 2005-12-16 11: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감사. ^^ 그렇군요. 전 저에게 쓰는 편지는 생각도 못 했군요. 멋져요, 플레져님. 저도 한 번 해 볼까.

수단님, 그래봐야 이젠 소용 없어요.

하늘바람님, 고맙습니다. 님도 자랑할 거 있으면 얼른 하세요. ^^

비로그인 2005-12-16 13: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블루님은 당첨도 되셨잖아요 며느리도 모르는거예요..ㅎㅎ
즐독서 되시구요
저 사진을 보고 다시 한 번 참 세심한 분이라는 생각에 추천합니다..^^

urblue 2005-12-16 13:2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맞아요, '당첨'도 되었지요. ^^ 책 잘 읽겠습니다. 호퍼는 오늘 퇴근 길에 볼 겁니다. 세심하다고 하셔서, 어, 내가 뭐가 세심하지, 라고 생각했어요. 저거 말씀이시구나~ 헤헤.

로드무비 2005-12-16 14: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야님, 세심하기로는 로드무비 따라올 자가 없지요!
블루님은 세심이 아니라 무심!=3=3=3

(*블루님, 시간을 넉넉하게 주신다면 그 책 읽어보고 싶어요.^^)

urblue 2005-12-16 14:0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헉, 정말 로드무비님은 모르시는 게 없다니까. 제가 무심의 대표적 인간형이라는 거 어찌 아셨을까. -_-
다 읽은 책이니까 오래 보셔도 상관없답니다. 이스마엘도 어제 받았거든요. 그거랑 같이 넣을게요.

아영엄마 2005-12-16 14: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야~ 날마다 선물 받으시는 기분, 정말 행복하시겠어요~~ ^^

urblue 2005-12-16 16: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아영엄마님, 생일 축하 인사는 제대로 안 챙겨드리고 자랑질만 해서 죄송해요. 흑흑.

sandcat 2005-12-16 17: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좋으시겠어요.
근데 빌려준 책 제목이 밝혀지면 안 되는 이유라도...=3=3

urblue 2005-12-16 17:3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안 되는 이유가 있겠습니까. 보시다시피, 제가 책에다 포스트잇을 잔뜩 붙여놨으니, 뒤집어 놓은 거겠죠 뭐. ㅎㅎ

2005-12-16 20:24   URL
비밀 댓글입니다.
 
 전출처 : merced > 프랑크푸르트 > 슈테델뮤지엄

도서전 마지막날은 30m를 움직이는 데 10분은 걸리는 것 같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 책을 제대로 볼 수 있기나 한 건지.  작가님 사인회와 몇가지 마무리할 일들로 전시장에 갔다가, 반가웠어, 수고했어, 안녕, 안녕, 다음에 또 봐요, 우린 이만 간다, 인사하는 데만 또 한참.

점심을 먹고 트램을 타고 마인강 건너 미술관 거리, 슈테델 뮤지엄에 갔다.  8유로짜리 티켓을 끊으면 입장권에 미술관 카페에서 커피 한잔 케익 한조각이 포함된다 (입장권만은 5유로).  1층 다 둘러보고 나면 출출한데, 다리도 쉴 겸, 딱 좋다.



뮤지엄 입구. 날이 흐렸다.  아래 사진은 뮤지엄 웹사이트에서 퍼옴. 
오호, 맑은 날 강 건너에선 이렇게 보이는구나.



슈테델 뮤지엄에는 14-16세기 독일, 네덜란드, 이탈리아 종교화가 많다 (크고, 무섭고, 어떤 것들은 잔혹하다).  17-18세기 네덜란드 작품 컬렉션이 훌륭하다.  19세기 프랑스 인상파는 기대에 못 미치게 얼마 되지 않았다.  램브란트, 꾸르베, 모네, 뒤러, 르누아르 등등 거장의 이름에 혹했으나 작가마다 한두점 정도? 


르누아르, 점심 먹은 후에, 1879. 
담뱃불을 붙이는 남자의 게슴츠레 뜨다 만 눈이 압권이다.

인상파 화가들은 다 싸이코 같다.  가까이서 보면 겹겹이 떡진 물감인데, 햇빛 찬란한 풍경, 붉은 빛이 언뜻언뜻 비쳐나는 연꽃, 하늘거리는 옷자락을 어떻게 담아내는 것일까.  맨정신일 리가 없다.


Hans Thoma, Die Oed (무슨 뜻이냐), 1883

신기하여라, 여러 작품 이런 풍경화인데, 마법사가 그림 틀 속에 인물과 풍경을 가둔 것처럼, 살아 있는 풍경 실제의 순간을 정지시켜 그림 속에 꼭 잡아 놓은 듯, 바라보면 꼭 빨려 들어갈 것 같다 (그림 속에서 누군가를 만나고 마술에 걸려 그림 속에 갇힌 사연을 듣고 그 사람을 구출해 현실로 돌아오거나, 그 사람은 탈출하고 나는 갇히거나 -- 알고보니 그 사람도 원래 갇혔던 사람이 아니라 나중에 빨려들어 온건데 그렇게 당해서 그동안 갇혀 있었다 --, 더 바람직한 것은 그림 속의 세상이 좋아 나도 그냥 거기 살기로 한다).

   Hans Thoma, Auf Der Waldwiese, 1876

 


Lionello Balestrieri, Beethoven

이 그림, 마음에 들었다. 제목은 베토벤이라지만 아무도 그가 연주하는 음악에는 관심이 없는 것 같다.  방안의 사람들은 저마다의 절망에 빠져 있거나 피곤에 쩔어 멍하니 있다.
베토벤과 피아노를 제외한 방의 뒤편은 이미 반쯤 어둠의 세계인양 형체들이 불분명하고 그로테스크하다. 흩어지는 담배 연기가 더 뚜렷하다.  오른쪽 구석, 발갛게 타오르는 난로의 빛이 새어 나오는 모양도 인상적이다.  제일 뒤쪽에 허연 대머리 아저씨는 방에 들어오고 있는 사람인지 유령인지 정체를 모르겠다. 
그런데, 그러고보니, 열심히 듣는 것은 아니지만, 무념인 채로 음악이 몸 속으로 그냥 흘러들어오게들, 아주 잘 듣고 있는 것인지도...  그 음악은 또 방안의 인상을 담아내는, 쓸쓸하고 무심한 듯 하면서 가슴 아린 선율일 것 같다.


Lucas van Valckenborch, View of Antwerp with the Frozen Schelde, 1590

16-17세기 네덜란드 풍경화는 스케일은 크지만 소박하고 사람이 사는 풍경이고 사실적이면서도 유머가 있다.  풍속화라 해야 할까... 브뤼겔의 그림들도 그렇고...  소재로서의 풍경은 칙칙할 것 같으나, 계절이 또 공간이 본래 가진 칙칙함도 그대로 사실적인데, 색감은 종교화나 동화의 삽화처럼 따뜻하고 몽롱하다.  

(아래 브뤼겔의 작품들은 슈테델 뮤지엄에 있지 않다) 


Pieter Bruegel, The Hunters in the Snow, 1565;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Pieter Bruegel, The Harvesters, 1565; Metropolitan Museum of Art, New York


Pieter Bruegel, Peasant wedding c. 1568; Kunsthistorisches Museum, Vienna



마음에 들었던, 꾸르베의 겨울 풍경.

  

베르메르를 만나다:

들어오는 길에 뮤지엄샵에서 본 엽서들중에 이 그림만은 어쩐지 꼭 봐야할 것 같았다.  하지만, 여기에 어떤 작품이 좋다더라, 꼭 이걸 봐야겠다 하는 것도 없었고, 뭐가 어디에 붙어있는지도 모르고, 그래서 일단 1층을 휘적휘적 다니며 이것저것 다 들여다보니, 뮤지엄도 꽤 크고 작품도 많다, 그러니까 다리도 눈도 아프다.  그냥 갈까도 싶었는데, 2층에서 계속 그 그림이 나를 가만 부르는 것 같다.  


Johannes Vermeer, The Geographer, c. 1668

그림을 보는 순간 (크지도 않다 53 x 46,6 cm), 어라, 가슴이 아프다.  저 남자 아는 사람 같다.  에, 전생에 무슨 인연이라도 있었던 거냐... 
유약한 듯도 하고 생각이 깊고 단호할 것 같기도 하고.   지도를 펼치고 한참 해야 할 일에 몰두하고 있었던 듯 한데, 문득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무엇이 그를 일하던 자세 그대로, 다른 곳을 바라보게 만들었을까.  그의 시선은 캔버스 너머 벽을 향하고 있지만, 정신은 다른 데 가 있다.  다른 생각이 든 그 순간이 그대로 멈추어 있다.
게다가 이 정적인 분위기, 얼굴과 지도에 반사되는 저 햇빛, 어쩌자고 저런 찰나를 담아낸 것일까, 으아아.... 이렇게 몰두해 있으면서도 넋나간 그림이라니, 그리고 바라보는 나도, 넋이 나갈 것 같다. 

                                  Johannes Vermeer, 물주전자를 든 젊은 여인, c. 1662

처음엔 이 그림 때문에었다.  뉴욕 매트로폴리탄 뮤지엄에서 본 이 그림.   엽서를 보면서 언뜻, 그림 속의 남자와 이 여인이 서로 아는 사이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대단히 끌리지는 않았지만, 선명한 듯하면서 뿌연 색감과 부드럽고 흐릿한 것 같으면서 분명한 선이 인상에 남았던 이 그림.  하지만 그 때는 그렇게 가슴을 울리지 않았던 거다.  작가가 누군지 이름도 제대로 기억 못했으니.  아닌 게 아니라 집에 와서 인터넷을 뒤적여보니, 둘이 어쨌거나 친구는 친구다.  

돌아와서, 인터넷으로 베르메르의 그림들을 찾아보고 그에 관한 글들도 읽고 (썩 공감이 가지는 않는다), 그러다보니, 전에 서점에서 보고 읽을까 말까 망설였던 책-- 아, 이 그림도 베르메르구나, 주문했다.



재미있게 읽었는데, 모델이 화가는 아닐 텐데, 소설을 읽으며 난 자꾸 베르메르의 모습을 지오그래퍼의 그 남자로만 상상하게 되는 것이다.

그러고 보니, 베르메르의 묘한 분위기, 소녀들의 속을 전혀 읽을 수 없는 눈빛은  이렇게 깜찍한 광고를 만들어내기도 했다.


2003년 1월 뉴욕. 42번가의 대형 광고판. 

메트로폴리탄 뮤지엄의 약칭인 MET, <소녀의 초상>이 깊은 눈, 옅은 미소로
HAVE WE "MET"?
이라고 묻고 있다.  어찌 아니 만나러 갈 수 있는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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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udan 2005-12-16 01:3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끝내주는 그림평이네요. 인상파 화가들은 다 싸이코. 크크.
재미있게 잘 읽었어요.

urblue 2005-12-16 09: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재미있지요? ^^

하늘바람 2005-12-16 10: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드물게 보던 그림들 구경도 잘하고요 이야기도 재미있어요. 가져갈게요

urblue 2005-12-16 11: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거 쓴 친구가 이야기를 잘 하지요. 근데 자주 안 써서 문제네요. ^^
 

토요일에 시립미술관의 <마티스와 불멸의 색채 화가들전>을 보다.

토요일 오후라 혹 관람객이 많으면 씨네큐브로 발길을 돌려 영화를 볼 계획이었지만, 매표소에는 사람이 거의 없었고 로비도 한산해보여서 그냥 들어갔다. 예전의 샤갈전에 비하면 관람객은 절반도 안되어 보였다. 하지만 마음 편하게 관람할 정도는 아니었다. 역시 평일 저녁에 갈 걸 그랬다.

전시는 2층과 3층으로 구성되어 있다. 2층은 뒤피, 프리에즈,  드랭, 블라맹크, 반 동겐, 푸이, 망갱 등 '야수파'라는 명칭을 탄생시킨 화가들의 작품들이고, 3층의 두 개의 섹션에 마티즈의 작품들이 따로 전시되어 있다.

전반적인 감상평은, 사실 실망이라는 한 단어로 말할 수 밖에 없다.
"원색적이고 감성적인 강렬한 색채를 사용한 새로운 조형언어를 만들어내며 사물을 보는 시각의 혁명을 이끌어낸 야수주의"라고 하는데, 그런 강렬한 감각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이다. 대부분 작품의 색채는 원색적이고 강렬하다기보다는 힘이 없고 축 쳐져있다. 원래 작품이 그런 것인지, 100여 년 시간의 흐름 속에서 색채 자체가 버티어내지 못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설마 이 정도 색채와 감각에, 당시 화단이 들썩였을까 싶다. 그것이 아니라면, 색이 바랜 것이라면, 대체 이 작품들을 원작으로 감상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홍보물에 인쇄된 그림들이 훨씬 밝고 강렬하다.



  

마티스의 여인도, 반 동겐의 여인도, 화사한 느낌이라고는 전혀 주지 못한다. 원화의 색감 자체가, 지금 보는 이것에 비해서도 상당히 어둡기 때문이다. 모자 쓴 여인의 머리가 파란색이라는 걸, 한참을 들여다보고서야 겨우 분간해낼 수 있었다.








위의 그림들은, 인쇄물이나 웹상에서 보는 것이 훨씬 그럴 듯해 보인다. 실제 작품들은, 내 보기엔, 너무 초라하다.

또 한 가지 불만. 배경을 파랑, 빨강, 보라, 분홍, 노랑 등으로 죄다 칠해 놨다. 그래서 작품 자체의 색이 더 죽어 보이는지도 모르겠다. 정신사납고, 벽에 쓰인 소개글을 읽는 것도 눈을 피로하게 한다.

 

* 질문 있어요!
화집에 인쇄된 그림들은 어떻게 인쇄하는 거죠? 스캔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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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구두 2005-12-14 11: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나한테 질문한 거요? 흐흐...
화집에 사용되는 화집들의 경우엔 스캔 받은 것이긴 하지요.
원래 스캔을 받지 않으면 인쇄로 사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니까.
하지만 화집의 경우엔 몇몇가지 경우가 있는데
우선 저작권 문제로 원화 촬영 자체를 허가 받을 만한 위치에 있는 사진 작가의 작품을 먼저 구해야 하고, 대개 원화를 제공하는 측에서 슬라이드 필름 상태('듀프'라고 해서 슬라이드 복사물)로 대여해주거나 아니면 인쇄용 필름을 대여해주는 형태로 많이 이용하는 편입니다. 물론 싸구려로 하는 경우가 아닌 경우를 말합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1)저작권자나 대여권자가 슬라이드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있고 2)출판사가 알아서 슬쩍 하는 경우가 있는데 요새는 후자는 거의 없는 편이니까요. 3)경우에 따라 저작권자 혹은 대여권자가 필름을 대여해주지 않는 경우엔 화집에서(상태가 좋은 경우에 한해서이긴 하지만 안 그럴 수도 있음) 그냥 스캔 받아 쓰는 경우도 있긴 합니다. 다만 이럴 경우엔 화질을 보장받지 못하죠. 그리고 외국의 경우엔 전문가가 화집의 인쇄 정도를 원화 어느 정도까지 근사치로 뽑아내는가를 감수해주는 경우도 있는 것으로 압니다만, 국내에서는 대개 편집자나 해당 전시회의 큐레이터, 인쇄전문가 정도가 참여해서 작업할 겁니다. 아마...

하늘바람 2005-12-14 11: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주로 포토에이전시에서 그림 사진을 대여해서 씁니다. 이때 조심 할것은 혹시 슬라이나 이미지로 받았다면 좌우가 바뀌지 않게 조심해야해요

urblue 2005-12-14 11: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러니까요, 원래 그림이잖아요, 그걸 사진으로 찍어서 슬라이드를 만드는 건가요? 앗, 너무 기초적인 질문인가.

sudan 2005-12-14 12:5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궁금해요. 사진으로 찍는건지, 그림 자체를 스캔한건지.

chika 2005-12-14 13:3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림 자체를 스캔하지는 못할것 같은데요;;;;
바람구두님 설명에도 '사진작가'얘기가 나오니, 사진을 찍어 필름작업한다는거 아닌가요? 사진필름도 원판인지 복사판인지에 따라 인쇄상태가 다르다고 들었는데요..

반딧불,, 2005-12-14 14: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원화를 보고싶아요@.@

urblue 2005-12-14 15:4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반딧불님, 원화 보시면 실망하지 않으실까요. 그니까, 정말로 기운이 하나도 없는 그림들이었다구요.

치카님, 그쵸? 설마 그림 자체를 스캔하지는 않을 것 같은데. 그럼, 저 그림들은 사진을 엄청 잘 찍은 것인가. 아...

수단님, 아직 답해주시는 분이 없군요. 기다려보죠.

비로그인 2005-12-14 16:0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지금은 잘 모르겠지만 십 몇 년전에는 그림을 슬라이드필름으로 찍어서 인화를 했습니다..^^
제가 마티스 무지 좋아하는데 실망하셨다니 제가 미안한 마음이 들 정도네요..ㅎㅎ

urblue 2005-12-14 16: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마티스에 실망했다기보다 '불멸의 색채 화가들'이라고 했는데 색채감이 떨어져서 실망한거랍니다. 마티스의 작품은 유화는 몇 점 안 되고 석판화가 대다수였어요. 역시 색감을 느끼기에는 부족한 것 같습니다. 미안하실 것 까지야. ^^

히피드림~ 2005-12-14 17:2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유아블루님 서재에서 보기로는 아주 좋습니다.^^ 특히 [안트베르펜, 항구]가 좋네요.

urblue 2005-12-15 09:2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punk님, 그러시다면 미술관엔 가지 마시고 여기서만 보시기 바랍니다. ^^

로드무비 2005-12-15 09: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름도 처음 들어보는 화가들이 많네요.
키스 반 동겐이라는 이름과 그림에 시선이 끌리는데요?...왠지.^^

2005-12-15 09:45   URL
비밀 댓글입니다.

바람구두 2005-12-15 09:4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음.... 당연히 원화를 촬영하는 거지요. 하지만 박물관 혹은 미술관은 대개 내부 촬영을 금지하고 있습니다. 작품이 강한 빛에 노출되어 상하게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하지만, 실제로도 작품들은 전시하지 않는 것이 작품보호에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고 합니다. 전시를 하지 않을 수는 없으므로 대개 큰 미술관에서는 작품을 순환 전시(일부는 수장고로 일부는 전시)하는 방식으로 전시하지요. 미술의 색채란 궁극적으로 빛의 예술이기 때문에 당연히 조명에 따라 그림의 색채도 변합니다. 따라서 전시도록을 촬영할 때는 당연히 이런 부분을 신경쓰게 되고, 미술관측에서도 원화를 촬영하는 일에 많은 신경을 씁니다. 그래서 작품들만 전문적으로 촬영하는 사진작가들이 있습니다. 그들에게 촬영을 허용하고, 이때만 강렬한, 혹은 필요한 조명을 허락해줍니다. 그렇게 만들어진 슬라이드들은 당연히 저작권이 있고, 사진작가와 계약에 따라 미술관에서도 일부 저작권을 행사하는 방식입니다. 일반적으로 국내 출판사들은 외국 미술관과 직접 계약하지 않고, 사진 에이전시들을 통해 슬라이드 대여 방식으로 이미지를 구하는데, 대개 이 때 빌려주는 건 오리지날 슬라이드가 아니라 듀프들입니다. 물론 국내작가들의 작품의 경우엔 국내 사진작가들이 촬영하겠지요.
뭐, 저는 urblue님이 뭐라고 하든 마티스 전시는 직접 가서 볼 생각입니다. 전에도 몇 차례 회화전에 갔다가 실망한 경험이 있긴 하지만 그렇다고 원화 감상(특히 유화들의 경우엔 아무리 잘 촬영된 사진이라도 붓터치 같이 유화 특유의 두툼한 질감을 평면적인 이미지만으로 감상하는데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죠.)을 포기할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urblue 2005-12-15 09: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구두님, 설명 감사합니다.
아, 물론 원화 감상의 기회를 포기하면 안 되겠죠. 게다가 뭐 저랑은 감상이 틀리실테고. 그걸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ㅎㅎ
확실히 유화의 질감은 사진으로는 전혀 느낄 수가 없긴 하더군요. 지난번 신세계백화점에서 본 그림들은 정말 감동이었거든요.

로드무비님, 에, 솔직히 말하자면, 유명하지 않은 화가들은 이유가 있다, (아니, 반대인가, 뭐 하여간) 라고 대답해야할 것 같네요. ㅎㅎ
 
 전출처 : happyant > [퍼옴]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활동가가 함께 뽑은 2005년 10대 인권소식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활동가가 함께 뽑은 2005년 10대 인권소식  
 인권하루소식  
   
 [편집자주] 10일 '세계 인권의 날'을 맞아 '2005년 10대 인권소식'을 발표합니다. <인권하루소식>은 인권하루소식 독자와 인권활동가들을 대상으로 올 한해 동안 발생한 주요 인권사건(전체 51문항)에 대해 설문조사(각 10개 문항 응답)를 벌여 '2005년 10대 인권소식'을 선정했습니다.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9일간 실시된 이번 설문조사에는 모두 104명의 독자와 인권활동가들이 참여했습니다.  
 

1. 농민 생존권 위협하는 쌀협상 비준안 국회 가결…고 전용철 씨 등 농민 죽음 잇달아 (78.8%)

올 하반기에만 쌀 개방을 막기 위해 3명의 농민이 자결했다. 그리고 11월 23일 쌀 개방 비준 협상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다음날 충남 보령의 전용철 농민은 뇌손상에 의한 뇌출혈로 사망했다. 그는 11월 15일 쌀협상 비준안 저지를 위한 여의도 농민대회에 참가하였다가 경찰의 폭력진압 과정에서 가격을 당해 넘어져 뇌손상을 당한 것으로 보인다.

쌀이 우리 농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새삼 말할 것도 없다. 우리나라의 식량 자급률이 26%라고 하지만, 유일하게 소비량보다 더 많이 생산하는 쌀을 제외하고 나면 식량 자급률은 2%밖에 되지 않는다. 농업문제는 단순히 교역 문제로 치환될 수 없는 많은 내용을 함축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선진국들은 식량주권 차원에서 무리해서라도 농업을 지키려고 하고, WTO 규정을 무시하고 각종 명목의 편법적인 보조금으로 농업과 농촌을 지원한다.

농업이 망할 때, 이후 곡물 메이저가 부르는 대로 비싼 돈을 주고 곡물을 수입해야 하고, 그것이 무기가 되어 다국적 기업과 자본에 대한 종속성이 더욱 심화되리라는 것을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 이런 중요한 쌀 협상을 놓고 정부는 이면협상의 내용을 숨기고 있고, 급락하는 쌀 값으로 인한 농촌소득 보전대책도 세우지 않은 채 무조건적으로 쌀협상 비준안을 통과시킨 것이다. 쌀 개방 문제는 12월 WTO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에 따라 다시 한번 더 큰 위기를 맞을 지도 모른다. 농민들의 생존권은 더욱 위협받게 되고 생존권 확보를 위한 농민들의 절망적인 투쟁은 계속될 것이다.

 

2. 비정규직 확대 불러올 비정규직 노동법 개악안…노동자들 총파업 불사하며 결사 저지 태세 (55.8%)

지난해 말 회부된 비정규 개악법안이 노동자들의 강경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9월 정기국회에 또다시 상정돼 분노를 사고 있다.

현장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겪는 현실은 날이 갈수록 참담해지고 있다. 노동자들의 정당한 권리인 단결하고 단체행동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조차 받지 못하고 최저임금 수준을 밑도는 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으로 고통받고 있다. 날로 교묘해지는 감시와 노동탄압은 노동자들의 건강할 권리를 곳곳에서 침해하고 있다. 비정규 개악법안은 비정규직 노동자에 대한 인권침해를 오히려 확산하는 법안으로 비판받고 있다.

2월 임시국회 처리가 무산된 이후 4월 14일 인권위의 의견표명으로 비정규직 권리입법 쟁취를 위한 운동은 가속도가 붙었다. 인권위의 의견은 파견법 자체의 문제를 지적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기준도 마련하지 못하는 등 한계가 있었으나 재계와 여당의 '비정규직 문제가 왜 인권이냐'는 황당한 반응으로 인해 오히려 빛을 발하기도 했다.

노동자들의 투쟁이 계속되는 가운데 10월 16일 전국비정규노조대표자연대회의의 출범은 비정규직 노동운동의 새로운 전망을 기대하게 한다. 근본적인 현실진단에서 출발한 요구안을 들고 끝까지 투쟁을 만들어나갈 연대조직이 탄생한 셈이다. 민주노총 역시 12월 1일 총파업에 돌입해 정부의 비정규 개악법안을 거부하고 있다. 같은 날 발표된 '7개 시민단체 조정안'은 원칙을 저버린 타협안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다. 온몸으로 비정규 개악법안을 막아내겠다는 노동자들의 외침이 비정규 개악법안을 끝장내기를 바라는 마음들이 올해 겨울에도 타들어가고 있다.


3. 세상을 흔든 '초록의 공명' - 지율과 도룡뇽의 친구들 (49.0%)

겨울 칼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2월의 광화문, 하나둘 촛불이 켜지기 시작했다. 방방곡곡 마음을 접어 보내온, 무려 12만마리에 이르는 종이 도룡뇽들도 함께 했다. '지율스님을 살리자! 천성산을 살리자!' 손발은 꽁꽁 얼어붙어도 마음만은 뜨거웠다. 이윽고 놀라운 소식이 날아들었다. 천성산 고속터널공사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민간합동으로 조사하자는 요구를 마침내 정부가 받아들인 것이다. 지율스님이 단식을 시작한 지 꼭 100일째 되는 날이었다.

지율스님과 천성산대책위는 2001년부터 꼬리치레 도룡뇽을 비롯한 천성산 뭇생명들을 파괴하는 고속터널공사의 중단을 요구해왔다. 공사 백지화를 공약으로 내건 노무현 정부가 등장했음에도 달라진 것은 없었다. 약속 뒤집기를 밥 먹듯 하는 정부에 맞서 스님은 2003년부터 모두 4차례나 단식을 결행했지만, 정부는 물러서지 않았다. '도룡뇽 소송' 역시 1심과 2심 모두에서 패배했다. 도룡뇽을 원고로 내세워 공사 중단을 요구했던 이 '자연의 권리' 소송은 그렇게 끝을 보는 듯했다.

하지만 그들은 절망하지 않았다. '도룡뇽의 친구들'은 점차 늘어나 전국 40만에 이르렀고, 2005년을 맞으면서 천성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도 높아졌다. 무분별한 개발과 인간중심주의에 대한 반성을 촉구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그렇게 모아진 힘이 2월 극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9월 어렵사리 시작된 공동조사는 순탄치 않았다. 조사가 마무리되고 분석작업을 남겨둔 11월말, 한국철도시설공단과 정부는 사실과 다른 내용을 의도적으로 흘렸고 스님을 매도했다. 공동조사는 또다시 파국 위기에 몰렸다. 민간조사단은 오는 13일까지 공단이 사과하지 않을 경우 공동조사에서 빠질 계획이다. 그 사이 지난 1일부터 천성산의 심장을 뚫는 발파공사가 재개됐다.

천성산과 도룡뇽의 최종 운명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그러나 '초록의 공명'이라는 울림은 요식절차로 전락한 환경영향평가와 무분별한 개발에 경종을 울렸다. 인간의 존엄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인 '자연의 존엄'을 주장한 이 운동은 인권운동에도 생태주의의 숨결을 불어넣고 있다.


4.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투쟁 '활활' (41.3%)

이라크에서의 거센 저항에 부딪쳐 이라크전쟁을 일으킨 미국이 더욱더 수렁으로 빠져들고 있는 가운데 한반도 평화에 대한 결정권도 미국에 넘겨줄 수 없다는 저항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은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을 통해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 재편 의도를 드러내고 있다. 한강 이북의 용산 미군기지와 미 2사단을 한강 이남으로 전면 후방 배치하겠다는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은 중국과 북한을 겨냥한 주요한 군사적 압박정책이다. 실제로 주한미군의 '작전계획 5030' 등을 통해서 한반도에서 대북 선제공격 군사훈련까지 실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면서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은 한반도 평화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더군다나 주한미군의 '신속기동군화' 재편은 주일미군의 재편과 함께 중동 지역에서 미군의 군사적 전선이 형성된 것과 더불어 동북아 지역에도 한-미-일 합동 군사력을 중심으로 북-중을 대상으로 군사적 긴장감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주한미군 재배치 계획은 한반도와 동북아를 거대한 군사적 화약고로 만드는 치명적인 평화 위협 요소가 될 전망이다.

한편 주한미군의 평택 이전을 통한 평택 미군기지 확장은 팽성 지역에서 수십 년 동안 농사를 지으며 땅을 일궈온 농민들을 삶의 터전에서 쫓아낼 것으로 예상되어 더욱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제로 평택 미군기지 확장 예상지역인 팽성 주민들이 정부의 일방적인 토지 수용정책에 격렬히 반발하고 있는 가운데 정부에 의한 토지수용 절차는 거의 끝나가고 있다. 토지 강제수용이 실시되면 강제철거까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1년 이상 하루도 빠짐없이 팽성에서 촛불을 밝혀온 농민들과의 거센 충돌이 우려된다.

지난 7월 10일 팽성 대추초등학교에서 1만2천여 명이 모여 '한반도 평화와 평택미군기지 확장 반대를 위한 1차 평화대행진'을 성공적으로 마친데 이어 12월 11일에는 평택역 앞에서 2차 평화대행진이 대규모로 진행돼 '미군에게 한반도 평화의 결정권을 내줄 수 없다'는 전민중적인 의지를 모을 예정이다.


5. 배아줄기세포연구를 둘러싼 논란… '국익과 영웅이면 다 돼(?)' (40.4%)

황우석 박사의 배아줄기세포연구에 연구원의 난자 사용이 밝혀지면서 배아줄기세포연구의 윤리문제는 정점에 다다랐다. 문제는 그것만이 아니었다. 난자를 기증한 여성은 난자채취 과정의 고통이며 부작용을 알지 못했다고 증언하고, 매매된 난자가 황우석 연구팀에게 제공됐다는 사실까지 드러났다. 그러나 대부분 여론의 쟁점은 여성의 몸을 위협하고 인권을 침해하는 배아줄기세포 연구가 아니라 '별것도 아닌 일을 드러내는 언론'으로 맞춰졌다.

문제가 불거지면서 언론에서는 '황우석 효과로 벌어들이는 수익'과 기술 '특허' 위기 보도가 연일 계속되었고 황 박사 쫓기에 여념이 없었다. 언론과 인터넷을 통한 국익론의 시작은 제기된 인권문제에 대한 검증과 언급조차도 허용하지 않는 여론으로 자리잡으며 전체주의 양상마저 띠고 있다. 단지, 일부 언론과 단체, 종교계에서만 여성의 인권, 난자 매매를 우려하고 있을 뿐이다. 더욱이 황 박사의 배아줄기세포연구 문제를 보도한 <문화방송>(MBC) PD수첩이 취재윤리 위반으로 중단되면서 애초 제기된 의혹과 문제까지도 거론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매매된 난자의 사용, 연구원 난자 사용의 과정, 기증자의 동의과정, 연구성과의 진위 등에 대해 황우석 연구팀은 여전히 속시원한 답변을 하지 않고 있다.


6. 헌재, 호주제 헌법 불합치 결정…"호주제는 성역할에 관한 고정관념에 기초한 차별" (38.5%)

올해는 여성에 대한 대표적인 차별악법으로 불리는 호주제가 폐지되고, 대안적인 신분증명제도가 공론화 됐다는 점에서 인권운동은 한걸음을 내딛었다. 1957년 민법제정부터 호주제는 '부가 입적' '호주 승계시 남성 우선' 등의 규정으로 가정 내에서 여성을 차별하고, 남아선호 사상을 유지·강화시켜왔다. 또한 호주를 정점으로 가(家) 단위로 편제되는 신분등록제인 호적제는 호주와의 관계를 통해 개인의 신원을 증명해 왔다. 한마디로 호주제와 호적제는 마치 씨줄과 날줄처럼 이 사회에서 부계중심성, 가부장성을 대표해온 제도이다.

지난 50년간 여성단체를 비롯하여 인권단체에서 끊임없이 호주제 폐지를 주장해왔고, 드디어 올해 그 성과가 가시화 됐다. 출발의 단초를 제공한 것은 2월 4일 헌법재판소가 호주제를 규정하고 있는 민법조항들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것. 헌법재판소는 호주제가 성(性)에 기초해 가족구성원의 법적 지위를 차별함으로써 헌법에 보장된 인간의 평등권과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결정했다. 이에 3월 2일 국회는 재적 296명 가운데 235명이 투표해 찬성 161표, 반대 58표, 기권 16표로 호주제 폐지 민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호주제 폐지는 법률적으로나마 '남성이나 가족'을 통하지 않고도 여성이 자신의 시민권을 획득할 수 있는 장치를 마련한 점, 가족 내 평등하고 수평적인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한 점에서는 의미가 있지만, 가족해체에 대한 비판을 우려해 현실과 부합하지 않은 가족개념을 규정하고 있는 점, 자녀의 성을 결정하는 데 있어서 부성원칙주의를 따르고 있는 점은 한계로 지적되고 있다.

한편, 11월 호적을 대신할 신분증명제에 대해 법무부가 호주제 폐지 취지에 어긋나는 입법을 추진하고 있어, 이에 대한 반대의 흐름도 인권단체를 중심으로 지속되고 있다. 호주제 폐지의 성과는 인권의 원칙에 부합하는 '개인기준 목적별 편제방식'으로 입법활동이 이루어져야 결실을 맺을 수 있다.


7. 두발자유화, 인권을 향한 청소년들의 힘찬 비상 (37.5%)

2000년 온라인에서 시작한 두발자유화 운동이 올해 다시 불붙기 시작했다. 강제로 머리를 깎이는 등 두발규제 과정에서 인권침해가 심각해지자 학교 홈페이지에 항의문을 올리고, 일명 '락카 시위'를 하는 등 두발자유화를 향한 청소년들의 외침이 봇물처럼 또다시 터져 나온 것.

청소년들의 이같은 외침은 머리를 조금 더 기르게 해달라는 요구를 뛰어넘어 머리조차도 자신이 선택할 수 없는 현실에 대한 저항행동이었으며, 자유를 향한 힘찬 비상이었다. '두발자유학생운동본부', '두발자유법제화를위한연대', '학생인권수호네트워크' 등 청소년들이 주체가 되어 조직을 만들기도 했으며 촛불집회, 거리축제 등 온라인만이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청소년들의 직접행동이 이어졌다.

그러자 학교측은 두발자유화를 요구하는 청소년들을 징계하거나 자퇴를 권유하는 등 처벌로 일관했다. 교육부와 교육청도 예외는 아니었다. 청소년들의 정당한 요구에는 눈과 귀를 막은 채 '학생집단행동 예방대책' 등을 꾸리며 청소년들을 위협했다.

하지만 청소년들의 저항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았다. 청소년들은 학내 두발규제에 대한 인권침해를 조사해줄 것을 국가인권위원회에 진정했고, 7월에 "학생두발자유는 기본권으로 인정되어야한다"는 결정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철옹성 같은 학교를 무너뜨리기에 청소년들의 저항이 미흡해 두발규제라는 인권침해가 여전히 공공연하게 행해지고 있고, 마치 5년 전을 답습하는 듯이 보이지만 청소년 스스로 인권의 주체로 나서고 있다는 것에서 희망을 발견할 수 있었다. 그리고 2학기 들어 잠잠해졌던 두발자유화 운동이 수원을 중심으로 지난달부터 다시 일렁이고 있다. 아직 두발자유화 투쟁은 끝나지 않았다.


8. 경찰, 강정구 교수 글에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천정배 법무부장관, 검찰총장에게 불구속수사 지휘 (36.5%)

한 교수의 학문적 주장이 또다시 마녀사냥에 걸려들었다. 지난 8월 맥아더 동상 철거 논쟁이 한창일 당시 강정구 교수가 한 인터넷 매체에 "한국전쟁은 북 지도부가 시도한 통일 전쟁"이라고 주장한 것이 매카시의 덫에 걸려든 것이다. 글이 발표된 후 자유개척청년단 등 23개 보수 시민단체 회원 820여명은 '북을 고무 찬양하고 내란을 선동했다는 이유'로 고발했고 경찰과 검찰은 이에 화답하듯 강 교수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해 조사중이다. 또한 2001년 이른바 '만경대 방명록 사건의 재판'까지 2년 11개월 만인 이달 23일 재개된다. 이 사건의 이적성 여부를 판단하겠다는 재판부는 한국정치연구회와 한국역사연구회에 '감정'을 의뢰했고 한국역사연구회는 강 교수의 행동은 '다양한 학문적 견해'라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한 상태이다.

강 교수의 주장이 하나의 의견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국가의 심판과 여론의 뭇매를 맞아야 하는 현실은, 학문이라는 한정적인 영역에서조차 표현의 자유가 자유롭게 숨쉴 수 없다는 사실을 여실히 보여주었다. '불온한 사상'일지언정 말하고 생각하고 실천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인권의 정신에 비추어 볼 때, 모든 사람들의 '사상과 양심의 자유'를 되찾아오기 위해서 갈 길은 험난하다.


9. 첫 이주노동자 독자 노조 출범…정부, 아노아르 위원장 표적연행하고 노조설립신고서 반려 (34.6%)

첫 이주노동자들의 독자적인 노동조합, '서울·경기·인천이주노동자노동조합'이 4월 24일 출범했다. 2001년 서울경인지역 평등노조의 한 지부로 시작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운동은 지난해 380일 동안의 명동성당 농성을 거쳐 단속추방반대와 미등록이주노동자 합법화, 노동허가제 도입을 요구하며 독자적인 발걸음을 내딛은 것이다.

하지만 노동부는 노동조합 가입자격이 없는 불법취업 외국인이 주된 구성원이라는 이유를 들어 6월 3일 설립신고서를 반려했다. 출범을 알리는 기자회견장에는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이 카메라를 들고 나타났다. 이에 앞서 이주노조의 첫 위원장으로 선출된 아노아르 씨가 5월 14일 새벽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지하철 뚝섬역 출구로 나가던 중 출구 앞에서 '대기'하고 있던 출입국관리사무소 직원들에 의해 표적연행됐다. 지난해 샤멀 타파 이주농성단 대표가 추방되었듯이 그도 강제추방될 위기에 처해 있다.

연행과정의 폭력과 출입국사무소장의 직인도 없는 보호명령서로 이뤄진 '보호'가 불법이므로 즉각 석방해야 한다는 이주노조의 진정에 대해 국가인권위는 출입국사무소가 적법절차를 위반한 것은 맞지만 법정시간인 48시간이 지나 재발부된 보호명령서가 적법하다고 결정했다. 분노한 이주노동자들은 인권위원 전원사퇴와 아노아르 위원장 석방을 요구하며 12월 5일 인권위 점거농성에 돌입했다.

자본의 질서는 여성과 남성을, 비정규직과 정규직을 나누는 것도 모자라 외국인과 내국인을 나눈다. 엄연히 이 땅에서 노동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를 출입국관리법이 합법과 불법으로 나눠도 이들이 노동자인 한 노동조합을 만들 수 있는 권리를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결사의 자유는 노동권 확보의 전제조건이기 때문이다.


10. 사회보호법 25년 악명을 끝내고…… (33.7%)

이중처벌, 인권침해로 악명을 떨치던 사회보호법이 6월 29일 폐지되었다. 1980년 전두환 군사반란 정권의 국가보위입법회의에서 만들어진 이래 25년, 2002년 청송 피보호 감호자들이 집단단식을 한 지 3년만의 일이다.

범죄자들에 대한 지독한 편견, 사회보호에 대한 막연한 필요 때문에 불가능할 것이라 여겨졌지만, 사회보호법은 인권침해 당사자들의 끈질긴 몸부림과 어깨 걸고 함께 했던 인권단체들의 행동에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인권신장의 뒤안길로 사라져 버린 것이다.

답답함과 안타까움이 없는 것은 아니다. 청송감호소에 수용되어 있는 피보호 감호자들 그리고 감호가 병과된 채 징역형을 살고 있는 수형자들! 이들에 대한 감호집행은 사회보호법이 폐지된 이후에도 계속되기 때문이다. 최소한 10년여간 사회보호법의 망령을 보아야 한다는 것. 또한 정신장애인들을 격리 수용해 온 '치료감호' 제도를 그대로 유지한 것도 문제다. 인권단체들이 사회보호법 폐지 운동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고 천명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그러나 반인권 악법을 폐지해 본 경험이 일천한 한국사회에서 사회보호법 폐지는 가히 기념비적인 일이라 하겠다. 국가보안법이 여전히 존재하고, 노동악법들이 더욱 개악될 위기에 있는 오늘날, 사회보호법 폐지는 인권보호를 위한 법(률)의 제ㆍ개정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어야 할 것이다.

이 밖에 △철군분위기에 아랑곳하지 않고 이라크 파병연장 동의안 국회 제출(30.8%)이 11위였으며 △'국정원 엑스파일' 폭로로 드러난 도청실태와 물꼬 터진 국정원 개혁논의(28.8%)와 △기륭전자·신세계이마트·하이텍공대위 등 이중의 굴레 안고 투쟁하는 비정규직 여성노동자들(28.8%)이 공동으로 그 뒤를 이었다. 또, △성매매방지법 1년, '성매매는 범죄라는 인식 확산', '실효성 없다' 평가 엇갈려…성노동자운동 제기되기도(26.9%) △공급확대·규제완화 골자 '8.31부동산 종합대책'…시장중심 주거정책에서 주거공공성 확보로 방향틀어야(26.0%) △병역거부 수감자 1000명 넘어서…국회 대체복무제도 논의는 지지부진(25.0%) 등이 올해 주목을 받은 주요 인권소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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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운동사랑방 홈페이지에서 퍼옴.

이런 ' 소식'이 '10대 가수상 수상자 명단'만큼 사람들에게 많이 읽힐 날은 언제나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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