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린 독서 일기, 또 한꺼번에 왕창 정리하기.

 도구라, 최구라 라고 한다던가. 확실히 말발이 장난 아니다.
 인문학자와 생물학자가 만나서 나누는 대화는, 생각보다 어려운 얘기는 아니다. 최재천 교수는 인문학적 소양이 상당한 듯하고, 도정일 교수 역시 생물학에 관한 지식이 해박하므로, 이들의 대화를 따라가면 재미있고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유전자와 문화, 복제와 윤리, 창조와 진화, DNA와 영혼, 육체와 정신, 신화와 과학, 인간과 동물, 아름다움과 과학, 암컷과 수컷, 섹스.젠더.섹슈얼리티, 종교와 진화, 사회생물학과 정신분석학'으로 이어지는 다양한 논의의 종착점은 '인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가'가 되겠다.
도정일 교수는 다양성, 다수성, 다원성의 '두터운 세계'를 주장한다. 대립적이고 모순적인 것들까지 모두 공존할 수 있는 관용과 존중의 세계다. 최재천 교수가 말하는 '호모 심비우스' 역시 다른 인간, 다른 생물과의 공존, 공생을 도모하는 인간형이다. 서로 다른 주장을 펼치는 듯하던 두 사람/두 학문은 이렇게 접점을 만든다.
무려 4년에 걸쳐 벌인 10차례의 대담과 4차례 인터뷰를 엮었다고 하는데, 출판사의 기획에 박수를 보내는 바이다. 대담집이라고는 박노자, 허동현 교수의 책 두 권 말고는 기억나는 것도 없는데, 그 두 권의 경우 메일로 주고받다보니 생생한 토론이 이루어지지 않고 대충 마무리되어 아쉬웠다. 이 책은 훌륭한 대담의 모범을 보여주는 듯하다. 글이 아니라 말로 이만큼 토론이 가능하다니, 하여간 대단한 사람들이다.
 

 페터 빅셀은, 언제부터 읽어야지 하면서도 정작 구입하지 않던 작가다. 오랜만에 숨어있는 책방에 들렀다가 눈에 띄어 얼른 빼들었다. 단돈 1,500원. 
 장편(掌篇)소설은 해학이 살아있어야 읽는 재미가 있다. 간간히 피식피식 웃어가며 제법 재미나게 봤는데, 2부에 들어가면 작품 말미에 '아름다운 자연과 문명이 상충되는 이야기' 어쩌구 하는 식으로 해설을 달아놔서 상상하고 생각하는 재미를 앗아가버렸다. 
 좀 더 일찍 알았으면 좋았을 작가.

 

 영화로 이미 본 내용을 확인.
 영화와 어떤 차이가 있는지, 어떤 표현이 어떻게 영상화되었는지 확인한 것을 제외하면 그다지 재미는 없었음.






 고색창연한 세계의 이야기. 
 헤인 시리즈의 <어둠의 왼손>이나 <빼앗긴 자들> 만큼은 재미있지 않다. 어쨌거나 <유배 행성>과 <환영의 도시>까지 모두 볼 참.





 몇 년 전에 봤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에 없고 별로 재미없었다는 느낌만 남아있었다. 도대체, 어째서 재미가 없었다고 생각한거지. 흥미진진하구만.
 히라노 게이치로, 앞으로도 쭈욱 팬으로 있겠다. 얼른 얼른 새 책 써라.
 문학동네는 제발 제때 책 좀 내라. <장송>처럼 몇 년씩 기다리게 하지 말고.




 <맛>만큼의 재미는 주지 않는다. 벌써 로알드 달에 물린 것인가.
 제대로 사기도 치지 못하는 어리숙한 사기꾼이 등장하는 [클로드의 개] 연작은 재미있지만, 다른 작품들은 그냥 그렇다.
 '로열 젤리' 같은 작품은, 뭐랄까, 지식의 부족이랄 수 밖에. -_-




 퇴근 후 하루에 한 편씩 읽었다.
 시작은 좋았으되 결론은 별루. 지나친 기독교 알레고리가 불편하다.
 이 담에 아이를 키우게 되면, 이 책은 못 읽게 하겠다. 다 클 때까지.





 


댓글(7) 먼댓글(0) 좋아요(4)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하루(春) 2005-12-16 23: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좀 무식한 탓도 있겠지만, <대담> 정말 밑줄 그을 부분이 많더군요. 계속 놀라면서 깊이 공감했어요.

urblue 2005-12-16 23:1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포스트잇을 붙이려다가, 다닥다닥이 될 것 같아서 포기하고 그냥 읽었습니다. ^^;
좋은 책이지요?

바람돌이 2005-12-16 2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대담 지금 사놓고 읽고 싶어서 근질근질하는 책입니다. 근데 요즘 워낙에 바빠서리 책읽을 시간이 별로 안나네요. 근데 블루님이 불을 지르시는구만요. 저도 나니아연대기는 합본호 사서 봤는데 님과 마찬가지로 우리집 아이들에게는 지녀석들이 많이 커서 스스로 찾아 읽는거 아니면 안보여줄겁니다. 그럼 이 두꺼운 책은 안보이게 어디다 치워놔야겠는데 확 방출이나 해버릴까요? ^^

urblue 2005-12-17 09:1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바람돌이님, 대담은 재미있지만 워낙 두껍기도 해서 읽는데 시간이 좀 걸리더군요. 한가해지시면 보시는게 좋을 듯 합니다. ^^
나니아연대기에 대해 공감하시는군요. 저는 차마 방출할 생각까지는 못했는데, 안 보이게 치우려면 역시 방출이 방법일까요. ㅋㅋ

2005-12-17 10:57   URL
비밀 댓글입니다.

로드무비 2005-12-17 10:5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책상은 책상이다 보니까 반갑네요.
예전에 읽었던 책인데.
나니아 언젠가 방출할 거면 저를 주세요. 김칫국.^^

2005-12-17 11:04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