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점심을 혼자 먹고 있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모두들 휘리릭 나가버리면, 사무실에 나만 덜렁 남는다. 혼자 있는 사무실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지 뭘. 일 조금 해 놓고 맘 편하게 놀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밥을 혼자 먹어야 한다. 물론 혼자 밥을 못 먹거나, 싫어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집에서도 늘상 마주보는 상대 없이 밥상머리에 앉아야 하는 사람이 점심마저 그렇다는 건, 하루 종일 혼자 놀아야 한다는거다.
같이 밥 먹을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번 개발 독재 사건 이후로 그들과는 절대 점심 시간을 함께 하지 않겠노라 혼자 작정하고 있는 바다. 오늘도 같이 가자고 하는 걸 할 일 있다고 김밥 사가지고 들어왔다. 그 사람들,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하는데, 흥이다. 일 외엔 전혀 마주치지 않을테다.
김밥 먹으며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읽었다. 이 편이 훨씬 유익하고 마음도 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