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째 점심을 혼자 먹고 있다.

아침에 출근했다가 모두들 휘리릭 나가버리면, 사무실에 나만 덜렁 남는다. 혼자 있는 사무실은 나쁘지 않다. 오히려 좋지 뭘. 일 조금 해 놓고 맘 편하게 놀 수 있으니까. 그런데 밥을 혼자 먹어야 한다. 물론 혼자 밥을 못 먹거나, 싫어하는 건 전혀 아니지만, 집에서도 늘상 마주보는 상대 없이 밥상머리에 앉아야 하는 사람이 점심마저 그렇다는 건, 하루 종일 혼자 놀아야 한다는거다.

같이 밥 먹을 사람들이 있기는 하다. 그러나 지난 번 개발 독재 사건 이후로 그들과는 절대 점심 시간을 함께 하지 않겠노라 혼자 작정하고 있는 바다. 오늘도 같이 가자고 하는 걸 할 일 있다고 김밥 사가지고 들어왔다. 그 사람들, 저녁에 술 한잔 하자고 하는데, 흥이다. 일 외엔 전혀 마주치지 않을테다.

김밥 먹으며 <감옥에서 보낸 편지>를 읽었다. 이 편이 훨씬 유익하고 마음도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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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리꼬 2004-11-18 14:4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우리방 여직원들이 월수금으로 점심때 요가를 다니는 바람에, 그 날은 이제 혼자 밥 먹게 되었습니다. 다른 방 사람들과는 별로 친하지도 않고 여러 사정상 밥을 같이 먹기는 힘들고요... 아니면 혼자서 구내식당가서 꿋꿋하게 먹어야 하나요... 사실 혼자서 밥 먹는거는 할 수 있는데... 사람들이 불쌍하게 쳐다보는 것은 견디기가 힘들더라고요.. 너무 남들을 의식하나요? 저도 님처럼 김밥이나 도시락 싸와서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나 읽을까요? 여유있게... (님 반갑습니다. 첫 리플)

비로그인 2004-11-18 15:1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익숙해지면 혼자라는게 훨씬 더 편한데 익숙해지기까지가 쪼~끔 거시기 하죠. ^^ 맛나게 드셨나요? ^^

진/우맘 2004-11-18 15:3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밥 먹을 땐, 절대로 책 or 신문이 있어야 합니다.

그나저나 김밥으로 끼니가 되겠어요?

비연 2004-11-18 15:5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래요...혼자가 어떨 땐 더 편할 때가 있는 것 같아요. 특히 왁자왁자 밥먹느라 그냥 보낼 시간에 책이라도 한자 보며 지낼 땐 오히려 뿌듯~ 블루님...힘!^^

urblue 2004-11-18 16: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서림님, 반갑습니다. ^^ 며칠 전부터 님 방에 들락거리고 있었는데.

혼자 밥 먹는다고 설마 불쌍하게 쳐다보기야 하겠어요? 그냥 그렇게 느끼시는게 아닌지... 저야 원래 혼자 밥 먹으러 잘 다닙니다. 오늘만 김밥이에요. ^^ <소걸음으로 천리를 가다> 저도 가지고 있습니다. 곧 읽을건데, 괜히 반갑네요.



폭스님, 이미 학교다닐 때부터 혼자 먹어 버릇했으니까 이젠 뭐 더 익숙해지고 말고 할 것도 없죠. 그치만 내처 혼자니까 좀 심심해서요.



진/우맘님, 이 동네 김밥집 아주머니, 어찌나 두툼하게 김밥을 싸는지, 입에 넣고 씹기도 힘들 정도랍니다. 그걸로 두 줄을 거의 다 먹었어요. 으흑. 먹는 것 좀 줄여야 되는데. 요즘 살쪄서, 이대로 조금만 더 있으면 바지를 몽땅 새로 사야 할 판이에요. ㅠ.ㅠ



비연님, 힘! 네, 책보며 느긋하게 먹는 점심이 더 좋아요. ^^

chika 2004-11-18 18: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와 -

어제 전 고추짬뽕을 먹었습니다. 그런데 옆 테이블에 혼자 짬뽕을 먹는 여자분이 너무 맛있게 먹는거예요. 전 혼자 먹는 음식도 그리 맛나게 먹는 사람이 부러웠어요. ^^

urblue 2004-11-18 23:3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고추짬뽕 먹고 싶어요. 낮에 먹은 김밥으로 속이 꽉 차서 저녁을 안 먹었더니 이제야 배가 고프네요. ㅠ.ㅜ

하얀마녀 2004-11-18 23: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밥 먹는 것도 싫지만 마음 맞지 않는 사람들하고 먹어봐야 산해진미가 모래죠. ^^

urblue 2004-11-19 00:0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노웨이브님, 제가 조금 더 살이 쪄도 괜찮다는 건 아는데, 바지가 문제라니까요. 지금 입는 거 다 버리고 새로 사려면 돈 들잖아요.



마녀님, 저도 먹는 거 무지 좋아하는데, 역시 마음이 불편하면 소용없죠.

IshaGreen 2004-11-19 01: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제 혼자 식당에서 먹는것도 가능해졌어요 저는...ㅋㅋㅋ

urblue 2004-11-19 01:3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해 보면 별거 아니죠? ^^

플레져 2004-11-19 01:5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그저께, 조제... 를 보고 나서 조제한테 감염되버린 나머지 미용실에서 머리 자르고 (종로 3가를 헤매는 바람에 머리에 땀이 나서 가려워졌음. 머리 감고 싶어서...ㅎ) 틈새 라면에서 빨계떡 먹었어요. 너무 맛나서 내가 혼자 였는지 잘 몰랐다지요, 아마...

내가없는 이 안 2004-11-19 10: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혼자 먹는 김밥과 <감옥에서 보낸 편지>라니 저도 그 둘을 함께 해보고 싶네요. 그런데 블루님 글에서도 느꼈지만 단호한 분이시군요. ^^

urblue 2004-11-19 11:18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플레져님, 머리 짧게 자르신거 아니죠? (길에서 만나면 못 알아볼까봐.. ^^;) 혼자였는지 모를 만큼 맛있는 빨계떡 저도 먹고 싶어요. (그런데 빨계떡이 뭔가...)



이 안님, 단호한 사람은 아니구요, 그냥 좀 까칠한 사람이죠. ^^

숨은아이 2004-11-20 00: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전 서른 두셋 넘어가니까 혼자 영화 볼 때도 전혀 신경 쓰이지 않는데(전에도 혼자 잘 봤지만 그래도 좀 신경 쓰였거든요), 식당에 혼자 들어가는 건 잘 안 되더군요. ^^ 햄버거집이나 포장마차, 커피숍은 괜찮은데, 보통 식당에서는...

urblue 2004-11-20 13:2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포장마차 쪽이 혼자 있기 뭐하던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