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9 #시라는별 29
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사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곳에선, 두 가슴과 그곳까지 내논
아사달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쇠붙이는 가라.
<52시인선. 1967년>
오늘은 4.19혁명 61주년. 1960년은 내가 세상에 태어나지도 않은 해였다. 나이를 먹어갈수록 역사에 대해서도 전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보인다. 내가 누리고 사는 많은 것이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이들의 투쟁과 눈물과 희생 덕에 가능해졌다는 것을. 나는 불가능의 가능을 이뤄내고자 애쓴 이름 모를 이들의 노고를 기억하기 위해 24년 전 구매한 시집을 꺼내들었다.
1979년 창비 시선 20호로 출간된 신동엽 시선집 《누가 하늘을 보았다 하는가》는 간행과 동시에 판매금지 처분을 받았다. 4년 전 출간되었던《신동엽 시선》 역시 같은 처분을 받았었다. 내가 대학 다닐 시절에도 신동엽 시집은 불온서적에 속했다. 교과서에 실린 시들 외에 다른 시들을 몰랐던 내게 신동엽, 김수영, 박노해 시인들의 시들은 생경하고 충격적이었다.
‘껍데기는 가라‘는 1967년 《52인 시집》에 수록된 신동엽의 대표적인 시이다. 1연에 등장하는 ˝사월˝은 4.19를 의미한다. 출간 당시 감히 입 밖에 내서는 안 되었던 이 시는 현재 교과서에도 실리고 대학 수능 시험 문제로도 종종 출제되는 시가 되었다. 마치 내가 학교 다닐 때 배운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나 이육사의 《절정》처럼 말이다.
그러나 ˝껍데기는 가라˝고 외치며 민족주의와 통일을 바란 그의 염원은 44년이 흐른 지금도 실현되지 않고 있다.
1930년생인 신동엽 시인은 ‘껍데기를 가라‘를 발표하고 난 2년 뒤 1969년 간암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나이 마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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