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1004 #시라는별 62
편히 잠들려면 몸을 바꿔야만 해
구름에게 배운 것
- 김선우
구름이면서 구름들이지
지금의 몸을 고집하지 않지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스미는 일에
머뭇거림이 없지
두려움 없이 흩어지며
무너지고 사라지는 게 즐거운 놀이라는 듯
다시 나타날 땐 갓 태어난 듯 기뻐하지
그게 다지
곧 변할 테니까
편히 잠들기 위해 몸을 이동시키는 법을
나는 구름에게서 배웠네
모든 것이 지나간다는 것도
그러니 즐거이 변해가는 것
내가 가진 의지는
그게 다지
한 권의 시집을 한 달 넘도록 들여다보는 일은 잘 없는데, 김선우 시인의 『내 따스한 유령들』 은 다 읽고도 자꾸 들춰보게 된다. 그만큼이나 좋다. 지천명에 이른 김선우 시인은 이 시집에서 날선 비판과 둥근 포용이 어떻게 어우러질 수 있는지를 잘 보여준다. 비판의 칼날은 무뎌지지 않은 반면 포용의 품은 넓고 깊어졌다. 시인은 자본의 무한 욕망을 한탄하고, 인간의 끝간 만용을 책망하고, 기후와 생태 위기를 경고하고, 인권과 동물권 수호를 외친다. 그러나 인간이 만든 이런 참혹한 세상이 굴러갈 수 있는 것은 ˝작고 여리고 홀연한˝ 존재들의 ˝고통에 연대하는 간곡한 마음들˝ 때문이라고 시인은 노래한다.
˝고통에 연대하는 간곡한 마음들˝ 중 하나가 변화에 대한 열망이지 않을까. 지구라는 생명체와 지구에 의지해 사는 생명체를 죽이려 드는 삶의 존재 방식을 바꾸는 것. 그것이 어려운 일일 수는 있으나 불가능한 일은 아닐 것이다. 바람결 따라 쉬이 몸을 이동하는 구름처럼, ˝이 몸에서 저 몸으로 스미는 일에 / 머뭇거림이˝ 없는 구름을 닮을 수 있다면, 우리네 또한 ˝즐거이 변해˝갈 수 있으리라.
3개월만에 가을맞이 가족 산행을 다녀왔다. ˝저 나이 되도록 엄마아빠랑 같이 다니는 아이들 두신 거 복이랍니다.˝라는 장사꾼의 말에 어깨 으쓱해진 산행이었다. 덕유산 정상과 도마령 정자와 귀갓길 고속도로에서 구름들을 바라보다 팔을 하늘까지 길게 뻗어 ˝구름 버튼˝을 눌러 보고 싶었다.
오늘은 없는 날
행복하고 싶어서
구름 버튼을 눌러 당신 목소리를 들어요
나야, 바람이 좋아
나와 함께 당신이 살아 있어 이렇게나 좋아
더 많이 아낄 수 있어 더 없이 좋은 날
사랑하는 일 말곤 아무것도 안 할래
어제도 내일도 없는 오늘
많이 행복해서
당신과 함께 산으로 가요
없는 날의 자유
푸른 바람 속을 무한무한 걷고 달려요 (<오늘은 없는 날>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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