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구라치 준 지음, 김은모 옮김 / 검은숲 / 2011년 11월
평점 :
절판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 : 본격 미스터리의 논리

 

 

 본격 미스터리라는 편협한 장르 속에서 걸작이 탄생하는 것은 기적에 가깝다. 하지만 그 기적이 지금 이렇게 독자의 눈앞에 있다. 이것이 진정한 행복이 아니면 무엇이겠는가.” - 니시자와 야스히코(작가)

 

 검은숲에서 구라치 준의 추리 소설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이 출간되었다. 국내에 첫 소개되는 작가인데 2001[항아리 속의 천국]이라는 작품으로 제1회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한 작가이다. [별 내리는 산장의 살인]1996년에 발표하여 제50회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 장편 부문 후보에 오른 작품이다. 검은숲 브랜드에서는 꾸준히 아직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재미있는 추리소설들은 소개하고 있다. 특히 성분 함량표라고 해서 고전의 반열, 대반전, 속도감, 캐릭터, 논리정연, 선정성 등 6개의 항목의 5점 만점으로 점수를 채점한다는 것이다. 처음 열어보는 색지에 적혀 있는데, 이것은 독자가 이 작품이 어느 지점에 중점을 두고 있다는 것을 미리 알고 읽을 수 있다. 혹은 서점에서 이 성분 함량표를 보고 작품을 살지 말지를 정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대반전에 4.5점을, 캐릭터에 4, 논리정연에 5점 만점을 넘게 받았다.(무려 물음표로 표기되었는데, 이 성분 함량표는 독자들에게 강력한 추천의 역할도 함을 알 수 있다.) 그만큼 논리적인 해결이 뛰어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SF에서 하드 SF가 과학과 기술에 초점을 맞추고 엄밀한 과학적 이론과 원칙에 입각하여 적힌 가장 SF다운 SF라고 한다면 본격 미스터리는 수수께끼 풀이와 논리에 집중하는, 말 그대로 미스터리의 핵심, 가장 미스터리다운 미스터리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그런 본격 미스터리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물론 90년대에 나온 작품인 만큼 기존 본격 미스터리의 영향을 받으면서 또한 다르게 변주한 지점도 분명히 가지고 있다.

 [별 내리는 산장]은 눈 내리는 산장이라는 클로즈드 서클을 소재로 한 본격 미스터리다. 폐쇄된 산장, 그 안에 고립된 아홉 명의 사람들, 바로 전날까지 웃고 이야기하던 사람이 다음날 변사체로 발견되고 연쇄 살인이 일어나고 경찰이 해결해줄 수 없는 상황. 그야말로 추리 소설하면 바로 떠올릴 수 있는 기본적인 설정임에도 불구하고 진부하다거나 뻔하지 않고 오히려 독자를 매혹적으로 끌어들인다. 그만큼 탄탄한 이야기 전개 실력과 이야기를 전개하는 화자의 캐릭터를 친숙하게 그렸기 때문일 것이다.

 본격 미스터리에서 중요한 것은 치밀한 논리로 사건을 해결하는 것이다. 이 작품은 후반부의 뛰어난 논리 전개를 볼 수 있다. 그 전에 이 작품은 [일흔 다섯 마리의 까마귀]라는 쓰즈키 미치오라는 대가가 한 것처럼 각 챕터마다 작가가 독자에게 보내는 말이 적혀 있다. 이 말들은 정확히 사실만을 말하면서 독자를 안내하는 듯이 보이면서 한편으로는 오히려 이런 친절이 독자를 방심하게 만드는 역할도 하고 있다. 다 읽고 나서도 챕터마다 적혀 있는 글들이 모두 사실이며 동시에 그러면서 독자를 혼란케 할 수 있다는 사실에 작가의 능력에 감탄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아홉 명이 산장에 갇힌다. 희생자는 두 명이고, 탐정은 한 명이며, 이야기를 관찰하는 주인공은 바로 탐정의 조수이다. 소거법을 적용하면 다섯 명 중에 한 명은 반드시 범인이다. 과연 범인은 누구일까. 본격 미스터리의 장점이라면 독자가 충분한 힌트를 제공받고 탐정보다 먼저 사건을 해결할 수도 있다는 점일 것이다. 정정당당하게 탐정과 혹은 작가와 게임을 하듯 대결을 하는 재미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작가에게 기분좋게 당했고 그 당함 덕분에 더욱 만족스럽고 재미있었던 독서가 되었다. 오랜만에 본격 미스터리를 읽고 본격 미스터리에서만 얻을 수 있는 재미를 느꼈다고 할까. 처음에는 눈 내리는 산장에 아홉 명이 갇히고 그 중 두 명이 연쇄적으로 살인된다는 정보를 접했을 때는, 너무 뻔한 설정에다가 맥없이 범인이 밝혀지는 게 아닐까 싶었지만, 이 소설은 그렇게 만만치 않았으며 놀라운 흡인력을 가지고 있었다. 하루만에 금세 읽어내려 갈 수 있는 소설이었고 논리도 탄탄했고 사건이 해결되는 순간에는 카타르시스를 느낄 만큼 재미있었다. 미스터리를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 읽어보기를 추천하는 책이다. 국내에 소개가 안 된 작가인 만큼 과작이라고는 하나 이 작가의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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