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에 부는 서늘한 바람 밀리언셀러 클럽 120
돈 윈슬로 지음, 전행선 옮김 / 황금가지 / 2011년 9월
평점 :
절판



 

 밀리언셀러클럽 120번째로 출간된 책이자 닐 캐리 시리즈의 첫 번째 책입니다. 사립 탐정이 나오는 추리소설입니다. 흔히, 추리 소설이라고 하면 살인사건과 밀실 트릭을 먼저 떠올릴 수도 있겠지만, 이 작품에서는 살인사건이 범인을 추리하는 내용은 아닙니다. 이 밖에도 이 소설은 일반적인 추리 소설들과는 다른 점들이 있는데, 이점이 매력적인 요소로 다가옵니다.

 첫째는 이 소설은 실종 사건을 다룬다는 것입니다. 부통령 후보인 하원의원의 딸을 찾는 이야기죠. 마약과 매춘 등의 소재가 등장하기 때문에 선정성이 없지는 않지만, 연쇄 살인이 벌어지지는 않으므로 강력 범죄를 다룬 소설들보다는 소재의 강도는 약합니다.

 둘째는 주인공의 성장담이 같이 들어있다는 점입니다. 주인공은 마약에 빠진 홀어머니 밑에서 소매치기로 살아갔었는데, 소설의 첫 시작에는 대학원에 다니며 교수를 꿈꾸는 청년으로 나옵니다. 이 갭이 소설의 흥미를 불러일으킵니다. 도대체 주인공은 어떤 성장을 거친 것인가. 소설은 실종사건을 메인으로 다루면서도 중간중간 주인공인 닐 캐리를 조명합니다.

 아니, 닐 캐리의 성장소설이자 모험 소설로 봐도 무방할 정도입니다. 특히 실제로 사립탐정을 일을 한 적이 있는 작가가 공들여 쓴 사립탐정으로 훈련받는 장면들은 이 소설의 백미입니다. 마치, 닌자가 되기 위해 수련을 받는 것처럼, 미행을 하는 법, 빈 건물에 숨어드는 법 등을 현실감 있게 배우는 장면들이 인상 깊었습니다. 사립탐정은 어떻게 만들어지는가, 에 대해 흥미를 가진 분이라면 재미있게 읽을 부분입니다. 주인공은 놀라운 재능을 보이며 사립탐정으로서 훈련을 받지만, 또한 대학교에 들어가고 대학원까지 가면서 교수가 되는 꿈을 갖게 됩니다.

 소매치기라는 범죄자의 신분에서 사립탐정으로 이끈 것은 가문의 친구들이라는 조직입니다. 이름부터 매력을 느낀 설정이었는데, 지방 은행에서 고객들의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탄생한 조직입니다. 소소한 사건보다는 중요한 고객들의 문제를 처리하며, 은행에서 탄생된 조직이라 자금이 풍부한 점 등이 재미있는 설정이라고 느끼게 만들었습니다.

 18세기 영문학을 공부하는 대학원생이자, 어렸을 때는 소매치기였고 우연히 가문의 친구들에 속한 조 그레이엄의 지갑을 훔치다가, 인연을 맺어 사립 탐정으로 길러지고 그러면서도 교수가 되기를 꿈꾸는 주인공 닐 캐리’. 그는 자신을 가문의 친구들이 맡긴 사건, 상원의원의 문제아 딸 앨리 체이스를 찾기 위해 런던으로 향합니다. 닐이 앨리를 만나는 부분에서는 추리보다 우연과 끈기의 잠복이 더 큰 영향을 끼친 것 같아 아쉬운 점도 있었습니다만, 앨리를 만나고부터는 더 흥미로워지더군요.

 닐이 앨리에게 정체를 밝히지 않고 모임에 녹아든 다음에 모두를 속이는 부분에서는 마치 뛰어난 사기꾼이 등장하는 영화를 보는 듯했고, 쫓기고 숨는 과정에서는 스파이 영화를 보는 듯했습니다. 가장 텐션이 높은 부분이 아닐까 싶습니다. 번역된 책이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가독성이 높지는 않지만, 그걸 이기고도 끝까지 읽고 싶게 만드는 책이었습니다. 무엇보다도 닐 캐리라는 인물에게 매력을 느껴서 어떻게 될지 궁금했기 때문입니다.

 돈 위슬로 작가의 데뷔작인 이 작품은 첫 작품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안정적이고 매력적인 인물들을 잘 그려낸 작품입니다. 특히 읽고 나서는 빨리 닐 캐리의 다른 사건들도 읽고 싶어져서 안달이 나고, 도무지 머릿속에서 이 특이한 사립탐정이 지워지지 않습니다. 잘 훈련되었고, 침착하며, 빠른 판단력과 행동 그리고 시종일관 어떤 때든 수시로 등장하는 유머감각은 독자에게 읽는 내내 잔잔한 미소를 짓게 만듭니다. 아마도 이 위트 때문에 닐을 더 마음에 든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사건이 벌어지는 내내 좀 더 일처리가 간단히 될 수는 없나, 하는 답답함 마음도 들었지만 다 읽고 난 뒤에는 충분히 재미있었다는 느낌을 받는 책입니다. 사립탐정이 등장하는 모험을 한 편 즐기고 싶다면 좋은 선택이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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