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심한 듯 시크하게 : 범죄의 시대 Nobless Club 20
한상운 지음 / 로크미디어 / 2009년 12월
평점 :
품절


 

무심한 듯 시크하게 : 범죄의 시대




  한상운 작가는 무협 소설 『무림사계』 및 일곱 종의 무협소설을 쓴 무협 작가입니다. 그러나 한상운 작가가 노블레스클럽에서 출간한 책 『무심한 듯 시크하게』는 현대 수사물이었습니다. 무협작가가 주 장르가 아닌 다른 장르에 도전한다면 엉성한 부분이 많이 보일 거라고 생각하기 쉬운데 『무심한 듯 시크하게』는 작가가 많은 공부를 하고 썼기에 사실감이 있었고 캐릭터 조형을 잘해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습니다. 싸움을 잘하는 열혈 형사 정태석이라는 주인공을 결점으로는 연애나 사랑에 대해서는 초보로 그려놓아서 캐릭터에 애정을 느끼고 독자가 더 몰입할 수 있는 여지를 주었죠. 그뿐만 아니라 파트너인 유병철 형사 역시 공감할 수 있는 소시민적인 고민을 가지고 있어서 캐릭터가 살아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게다가 태석과 엮이게 되는 현경의 캐릭터는 『무심한 듯 시크하게』에서 주된 수사 이야기뿐만 아니라 진지한 연애에 관한 서브플롯으로 충분한 재미를 주었습니다. 이처럼 읽고 나서 등장한 캐릭터들에게 전부 정이 갔기 때문에, 이들의 이야기를 더 읽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후속작이 출간되었습니다. 바로 『무심한 듯 시크하게 : 범죄의 시대』입니다. 한편으로는 후속작이라 걱정되는 마음도 있었습니다. 소포모어 징크스, 즉 히트한 영화들의 후속편이 전편만 못한 것처럼 이 책도 전편만큼 재미를 주지 못하지 않을까, 라는 우려가 들었던 것입니다.

  하지만 막상 책을 펼치고 읽어나가자 이런 우려는 사라졌습니다. 물론 이 책이 완벽한 재미를 보장한다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전편보다 더 흥미진진하게 읽어내려갔습니다. 전편처럼 이번에도 한 번 책을 잡으면 끝까지 순식간에 읽게 만드는 강렬한 흡인력을 가진 책이었습니다. 정태석, 유병철 콤비는 여전했습니다. 게다가 전편의 아쉬움이었던 단순한 사건이 보다 복잡하고 황당무계하게 바뀌었습니다. 그러면서 소설을 읽는 재미가 늘어났습니다. 반대로 사실성은 떨어질지언정 현실에서 있을 법하진 않지만 도무지 어디로 튈지 모르고 보다 더 주인공들을 다방면에서 압박하는 이야기 전개가 흥미로웠습니다.

  전편은 좀 안전하게 가는 느낌이었습니다. 적으로 나오는 캐릭터도 마지막까지 미워할 수 없는 캐릭터였고, 사건도 마약 사건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았습니다. 주인공에게 큰 위기도 생기지 않았고 주위 사람들이 말려들어 고통을 당하는 일도 없었습니다. 그래서 긴장감이 떨어지는 면이 있었습니다. 밋밋한 느낌이었다고 할까요. 그런데 이번에는 달라졌습니다. 사건의 스케일이 커졌고 주인공들이 벌이는 일도 대담무쌍합니다. 적으로 나오는 캐릭터들도 수가 늘어났고 개성도 뛰어납니다. 주인공들은 더 많이 얻어맞고 다칩니다. 억울한 상황에 놓이기도 하고, 스스로 위험을 자초하기도 합니다. 아슬아슬한 경계에 서서 이야기가 진행되니 그만큼 긴장감이 있습니다. 때로는 소설이나 영화에서 전편을 뛰어넘는 후속작이 나오기도 하는데, 『무심한 듯 시크하게: 범죄의 시대』는 제게 그런 작품으로 다가왔습니다. 물론 아쉬운 점도 있습니다. 뒤로 갈수록 마치 분량을 의식하기라도 한 것처럼 이야기 전개가 빠르고 쉽게 넘어가는 경향이 있습니다. 약간 더 처절하게 가도 됐을 법한 부분이나, 보다 자세하게 나와도 됐을 법한 부분이 금세 넘어가는 기분이었습니다. 뒷 부분으로 갈수록 긴장이나 흡인력이 떨어지는 것 같아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전편을 읽고 쓴 리뷰에서도 썼지만 읽으면서 영상으로 장면이 떠오르는 책입니다. 그래서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지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진짜로 드라마 계약이 되었다고 해서 반가웠습니다. 이 매력적인 캐릭터들과 재미있는 스토리가 영상으로 하루 빨리 옮겨지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보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재미있는 책을 읽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충분히 더 많이 팔릴 만큼 퀄리티가 있고 재미있는 작품인데도 사람들 사이에서 인지도를 얻을 방법이 없는 것 같아 안타까운 책 중에 하나입니다. 국내에서 이런 유쾌하고 속도감 있는 수사물 소설을 찾는 것은 힘들 것입니다. 편견이나 고정관념 없이 재미있는 책을 읽고 싶다면 한 번 서점에서든 도서관에서든 읽어보시기를 권합니다. 몇 페이지만 넘기면 어느새 마지막 페이지를 넘기고 있을 지도 모릅니다. 연이어 재미있게 읽은 만큼, 이들의 이야기를 앞으로 몇 편 더 보고 싶은 생각도 드는군요. 아니면 새로운 작품도 좋습니다. 무심한 듯 시크하게 한상운 작가의 멋진 글이 또 출간되기를 바라며 이만 짧은 리뷰를 마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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