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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번째 산
파울로 코엘로 지음, 황보석 옮김 / 예문 / 199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1998년에 출간된 파울로 코엘류의 『다섯 번째 산』은 그의 대표작인 『연금술사』에 비해 많이 알려지지 않은 책이다. 그러나 이 책은 신비주의에 더 기대고 있는 『연금술사』와 달리 조금 더 기독교적인 소설이며 『연금술사』 이후에 출간되어 문장이나 구성 등에서 훨씬 완성도를 보이고 있다.
이 책의 주제 중 하나는 살아가면서 피해갈 수 없었던 일들에 대해서 받아들이는 자세에 대해 적혀 있다. 하나님이 존재하신다면 왜 우리에게 이런 시련을 주시는가는 수많은 소설에서 그동안 많이 다루어졌던 이야기이다. 이 책은 특히 이런 비극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서 믿음에 대해서 또 비극을 너머서는 일에 대해서 흡인력 있는 이야기로 적혀 있다. 특히 이 책이 초반부터 흥미를 끄는 것은 성경에서 가장 유명한 선지자 중 하나인 엘리야를 다루고 있다는 것이다. 엘리야는 성경에서 기록된 유일하게 죽지 않고 하늘로 승천한 인물이다. 또한 예수가 감람산에 오를 때 모세와 함께 제자들에게 목격되기도 한 인물이다. 그만큼 성경에서 많은 비중을 가지고 있는 ‘엘리야’를 소재로 했다는 사실부터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 소설은 전작 『연금술사』와 마찬가지로 밀도가 높지 않고 파울로 코엘류 특유의 부드러운 문체로 인해 뛰어난 흡인력을 자랑한다. 이야기의 몰입이 쉬우며 간혹 등장하는 신비주의와 관련된 이야기들은 환기의 효과를 주고 이야기를 더욱 재미있게 하는 요소이다.
이 책은 기원전 870년대 초의 이야기이다. 이 소설은 성경에 나오는 구절인 열왕기상 18장 8~24절에 이서 영감을 받아 작가가 쓴 엘리야의 이야기이다. 그렇기 때문에 성경에서 볼 수 없는 이야기들이며 오히려 성경에서 알 수 없었던 엘리야에 대해서 더 이해하게 되고 운명에 맞서는 것과 순응하는 것에 대한 주제의식을 생각해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야기가 상당히 잘 짜여져 있고 종교적인 소재뿐만 아니라, 전쟁과 알파벳이 교묘하게 구성되어 있고 악바르를 재건하는 이야기들이 긴장감있게 펼쳐진다. 특히 초반부터 긴박한 상황에서 시작하고 있는데 엘리야는 페니키아의 공주로 이스라엘의 왕비가 된 이세벨에 의해 쫓기는 상황에서 시작한다. 독자는 처음부터 엘리야가 죽을 위기를 보면서 순식간에 이야기에 빨려드는 것이다.
이 소설은 어째서 시련과 비극이 나타나고, 그런 잔인한 운명에 순응하고 따라야 하는지 벗어나야 하는지에 대해서 계속 선지자가 아닌 인간으로서 고뇌하는 엘리야를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이 무척 새로웠으며 이 책을 아주 흥미롭게 만드는 요소였다. 책을 다 읽고 나서도 크게 만족감을 느꼈는데, 성경에 많이 나온 부분은 삭제하고 그 사이에 작가가 생각해낸 부분을 잘 채워넣었기 때문이었다. 이 책에서는 어떤 상황에 처하든 운명에 몸을 맡기지 말고 눈을 똑바로 응시하고, 최선을 다해 살고 이겨내라고 말하고 있다. 우리에게는 고난과 비극은 피할 방법이 없다. 어느 날 어떤 일이 벌어지고 어떤 사고가 날지 알 수 없다. 이 소설에서 인상적이었던 부분들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하나님은 전능하기 때문에 선악의 구분없이 인간의 이해 범주를 넘어서서 계획하고 모든 일을 실행한다는 것. 따라서 인간에게는 때로는 하나님을 믿고 말고에 따라 그의 인생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욥기나 엘리야나 수많은 선지자들이 고행을 겪었던 것처럼(예수처럼) 피할 수 없는 일, 즉 비극적인 운명이 기다리지만 그 모든 것에는 결국 하나님의 뜻이 있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감당할 수 있는 시련이기 때문에 감내하고 이겨내며 오직 믿음을 잃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운명에 순응하고 하나님과 싸우면서 나약한 의지와 싸우면서 계속 앞으로 나아가는 것. 무슨 일이 있든 멈추지 말고 주저하지 않고 되돌아가지 않는 것. 성장하는 것. 발전하는 것. 성취하는 것. 이 소설에서는 그런 것들을 느낄 수 있었다. 또한 소설적 재미에도 충실하여 초반의 긴박감은 물론이고 물 흐르는 듯이 간결한 문체로 인해 이야기가 재미있게 다가오고, 과부와 사랑도 매우 로맨틱하다. 소년을 살려내는 기적은 경이롭고 전쟁이 벌어지는 부분은 비극적인 운명을 잘 은유로 나타내고 있다. 몇몇 부분은 계속 반복적인 강조로 보이는 것도 있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체적으로 이야기는 짧고 강렬하며 오히려 끝에는 아쉬움 느낌마저 준다. 물론 그 이후의 이야기는 성경에 잘 적혀 있으므로 상세하게 적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글 안에서 미래를 잠시 예지하는 부분은 현대 전쟁을 연상케 하면서 소설적 재미가 더 극대화된 부분이기도 했다.
『연금술사』도 재미있게 읽었지만 이 책 역시 1998년에 출간된 이후로 현재까지 재간이 안 되는게 의아할 정도로 꽤 재미있게 읽었다. 구성도 잘 짜여져 있고 캐릭터도 살아있으며 글도 잘 쓰인 작품이었다. 지금 나온다면 파울로 코엘류의 명성도 많이 쌓인 상태이므로 좋은 평가를 받고 많이 팔릴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비극적인 운명과 시련 그리고 고난에 대해서 믿음을 어떻게 가져야 할지, 이 책은 그런 비극과 인간의 관계를 잘 형상화한 수작이며 기독교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읽을 만한 훌륭한 기독교 문학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