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터 앤드 커맨더 1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1
패트릭 오브라이언 지음, 이원경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9월
평점 :
절판


마스터 앤드 커맨더


  ― 망망대해 속으로 떠나는 모험!


  ‘망망대해’라는 말을 들으면 떠오르는 것은 무엇이 있을까? 영화 《캐러비안의 해적》을 재미있게 본 나로서는 해적, 선원, 배, 보물 등 사나이들이 망망대해 속에서 펼치는 화려한 모험들이 떠오른다. 영화는 끝이 났고, 바다는 멀기만 하다. 이럴 때 다시 바다 위에서 배를 타고 거친 풍랑을 겪어볼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 책은 당신을 어디로든 데려다 줄 수 있다. 땅 속이든, 하늘 위든, 우주 끝이든. 그리고 이 책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바로 나폴레옹과 넬슨 제독이 살아 숨 쉬는 시대 속으로 당신을 데려갈 것이다.

  이 책은 “「20세기에 등장한 가장 뛰어난 역사 소설」 ― LA타임스”라 는 말처럼 나폴레옹 전쟁이 절정으로 치닫던 19세기 초를 배경으로 한 해양소설이다. ‘역사소설’이라는 말에 지레 겁을 먹거나 지루할 거라는 편견을 가질 필요는 없다. 이 소설은 ‘역사’ 보다는 ‘모험’ 쪽에 더 비중을 둔 소설이다. 바다를 배경으로 펼치는 환상적인 모험이 책을 펼치자마자 독자들 앞에 나타난다. 한편으로는 19세기 유럽의 철학적, 정치적, 성적, 사회적 시대상을 작가가 능숙하고 자연스럽게 다루고 있어서 절로 감탄이 나온다. 때론 이런 점들 때문에 읽기가 버거울 수도 있지만, 그보다는 주인공들이 처한 상황이나 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에 계속 페이지를 넘기게 된다.

  이 책의 작가인 패트릭 오브라이언은 영국 소설가이자 저명한 번역가이며 외국에서는 상당히 유명한 작가라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는 이번 책을 통해 처음 소개되었다. 이 책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두 권으로 황금가지에서 출간되었지만, 「오브리-머투린 시리즈」의 첫 권에 불가하며 전체 21권에 달하는 작가의 대표작이라고 한다. 앞에서도 말했지만 19세기 초반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있어 실제 그 세계의 이야기를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게 된다. 뛰어난 필력은 낯선 시대와 배경에 쉽게 몰입하게 해주고 작품 전체에 안정적인 힘을 실어준다. 한 마디로 제인 오스틴, 톨스토이와 비견되는 유명한 작가의 근사한 대표작인 것이다.

  오래 전 상당히 유명했던 게임인 <대항해시대>라는 바다와 배를 주인공으로 한 게임이 있었다. 배를 구입하고 선원들을 모집하고 물건을 사서 다른 지역에 팔고, 때론 해전을 벌이는 게임이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처음 든 느낌은 바로 그 게임을 글로 읽는 듯하다. 이 책의 두 주인공 중 한 명인 잭 오브리는 생애 처음 함장으로 발령이 난 해군 대위다. 그는 소피 호라는 배를 맡게 되나, 전임 함장이 소피 호의 유능한 선원들을 데리고 갔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이제 그는 새로 선원들을 모으고 배를 재정비해서 바다로 나가야 한다. 여기서 그는 우연히 음악회에서 마주친 스티븐 머투린을 알게 되고 그를 자신의 배의 군의관으로 초빙한다. 그리고 이 둘은 우정을 나누며 온갖 모험을 앞으로 같이 하게 되는 것이다.

  이 책에는 당시 시대를 그대로 그리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로 배에 대한 상세한 묘사가 인상적이다. 각 배마다 어떤 돛이 달렸고 어떤 기능을 하며 어떤 구조로 이루어져 있는지 상당한 분량을 사용해서 설명하고 있다. 이 책만 읽고도 당시 시대와 배에 대한 유익한 정보를 얻기에는 충분할 듯싶다. 책도 깔끔한 디자인에 정성스럽게 만들어진 느낌이 든다. 표지도 마음에 들고 책날개에 그려진 소피 호의 그림과 설명이라든가 부록으로 이미지들과 제공된 ‘돛의 명칭’, ‘풍향과 배의 이동’, ‘방위도표’, ‘거리 환산 도표’ 등은 매우 친절하게 느껴졌다.

  만약, 바다에 관심이 있거나 평소 해양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이 책은 결코 놓쳐서는 안 될 작품일 것이다. 이렇게 시대를 반영한 역사 소설이면서 마치 한 편의 판타지 소설을 읽는 것처럼 뛰어난 모험이 가미된 책은 찾아보기 힘들다. 작품에 주 무대인 소피 호는 작은 군함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해적선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한다. 선원들은 상금을 노리고 잭 오브리 역시 상금과 명성을 위해 배를 나포하는 것에 집중한다.(처음에 받는 느낌은 완전 해적선이 따로 없구나, 였다.) 이 소설은 상당히 쉴 틈을 주지 않고 숨 가쁘게 전개되는데 이것이 이 소설을 지루하지 않게 하고 끊임없이 페이지를 넘기게 하는 원동력이다. 페이지를 넘기는 동안 이들은 끊임없이 상선이나 적선을 발견하고 전투를 벌이고 승리한다. 흥미진진한 모험이 연이어 펼쳐지고 중간 중간 캐릭터들의 묘사나 갈등도 잘 되어 있어서 읽는 재미가 있다.

  이렇게 칭찬만 계속 늘어놓아도 끝이 없을 정도로 충분한 재미를 가진 멋진 소설이었지만,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번역은 전체적으로는 잘 되어 있는 편이었지만, 가끔씩 문장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문장들도 보이곤 했다. 조금 더 신경 써서 읽기 편하게 문장을 손봤으면 좋았을 거라는 느낌을 받았다. 가뜩이나 낯선 지명들과 외국어들이 난무하여 주석이 많은 소설인데 문장까지 쉽게 읽히지 않아 몇 번씩 다시 읽는 문단들이 있었다. 또한 상황 전환이 너무 순식간에 한 두 문장으로만 진행되어 뜬금없다거나, 지금이 어디에 언제인지 상황 파악이 힘든 부분이 있기도 했다. 즉, 아주 매끄럽게 읽히는 책은 아니며 독자가 좀 더 신경을 쓰고 세심하게 읽어나가야 하는 소설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는 두 주인공이 등장하는데 한 명은 함장인 잭 오브리이고 또 한 명은 군의관으로 활동하는 스티븐 머투린이다. 잭 오브리는 진취적이며 야심이 크고 지휘를 잘하는 유능한 함장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둔한 면도 있고 실수를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속물적이고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이는 캐릭터였다. 이런 다양한 면 때문에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이 『마스터 앤드 커맨더』의 실질적인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잭 오브리가 아니라 바로 스티븐 머투린이다. ‘의사’라는 직업을 가진 존재는 어디서나 주목 받을 수밖에 없는 것일까? 미국 드라마 《로스트》에서 가장 주목 받는 존재 중 하나가 ‘의사’라는 직업이었듯이, 스티븐도 역시 ‘의사’라는 점 때문에 선원들에게 가장 환영 받는 존재이다. 물론 그는 의사이면서 잭 오브리와 함께 음악을 즐기기도 하고 한 편으로는 동식물을 연구하는 학자이기도 하다. 이런 이지적인 모습들 그대로 스티븐은 실수하는 모습보다는 오히려 잭 오브리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고 조언해주는 모습을 보여준다. 또한 부상당한 선원들을 의술로 구해내는 영웅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때로는 남들에게 비밀로 하는 과거를 가지고 있으며 멋 부리듯 혼자 시간을 갖기도 하는 등 거친 선원들 사이에서 독자들이 쉽게 감정 이입을 하며 이야기에 몰입할 수 있는 존재이기도 하다. 개인적으로 이 시리즈의 다음 권이 궁금한 이유를 하나 찾자면 잭 오브리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바로 이 스티븐의 뒷이야기가 궁금하기 때문일 지도 모르겠다. 게다가 역자 후기를 보니 나중에는 영국 첩보원으로 활동한다고 하니 더욱 더 기대가 되지 않을 수 없지 않은가.(후기를 보니 이 『마스터 앤드 커맨더』가 나오기까지 2년이 걸렸다고 하는데 전체 21권이라는 이 시리즈가 어느 세월에 다 나올 수 있을지는 알 수 없지만.)

  푸른 바다 위 함선을 타고 역사 속 모험에 뛰어들고 싶다면, 이 책을 찾아 읽어라. 『마스터 앤드 커맨더』는 최고의 안내자가 되어줄 것이다. 바다를 동경하는 사람, 역사에 관심이 있는 사람, 모험 소설을 좋아하는 사람, 해양 소설에 빠진 사람이라면 이 책은 필독서다. 거창한 모험은 아니지만 사소한 것부터 시작해서 점점 발전하는 다양한 모험들과 우정과 용맹한 선원들의 이야기가 여기에 있다. 때론 유쾌한 부분들에서는 웃음이 나고, 긴박한 순간에는 같이 긴장하게 되고, 승리했을 때는 최상의 기분을 맛볼 수 있다. 감탄할 만한 소설이었고 충분히 잘 쓰인 우수한 작품이다. 이 「오브리―머투린 시리즈」 말고도 작가의 다른 작품들도 읽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책 속에 바다와 모험이 있다. 소년들이여, 무엇을 망설이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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