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우스트 2008.봄 - vol.5
학산문화사 편집부 엮음 / 학산문화사(잡지)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파우스트 5호 리뷰


  제1특집 집중조명, 카도노 코헤이!


  첫 번째 실린 글은 『부기팝은 웃지 않는다』로 유명한 카도노 코우헤이의 글이다. 총 두 편의 글이 실렸는데 「아웃랜도스의 사랑」, 「포르셰식 야크트티거」 등이다. 이 두 개의 글은 동전의 양면처럼 같은 사건을 가지고 각각 남자와 여자의 시각으로 쓰인 연작이다. 세계관은 역시 카도노 코우헤이 특유의 세계관으로 『부기팝』 시리즈를 읽은 독자라면 무척이나 반가워할 세계이다. 통화기구가 나오기 때문이다. 카도노 코우헤이의 매력은 무엇보다도 그 세계관에 기인한다. 그가 만들어낸 세계는 『부기팝』 시리즈뿐만 아니라 『나이트 워치』 시리즈나 『비트의 디시플린』 등 그의 다양한 작품들에 뻗쳐 있고 독자는 이 점에 큰 매력을 느낀다. 이 작품도 그 세계관이 소설의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카도노 코우헤이 세계관의 팬이라면 필시 놓치지 말고 읽어야 할 것이다.

  첫 번째 실린 「아웃랜도스의 사랑」은 코료 쿠니오라는 남자를 다루고 있는데, 그는 기존에 『부기팝』 시리즈에서도 이질적인 존재이다. 『부기팝』 시리즈가 능력 배틀물로 변해가는 시점에서 주로 특수한 능력에만 집중이 되었다면 코료 쿠니오는 다른 세계의 존재, 즉 이세계인으로 보이며 그가 가진 능력 또한 초능력으로 판단할 수 없는 ‘마법’에 속하기 때문이다. 이는 기존의 세계관보다 한 단계 확대되는 것으로 독자의 시선을 단번에 사로잡는 역할을 한다. 이렇게 세계관의 비밀이 드러나는 매력 말고도 이 소설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두 남녀의 사랑이다. 이 사랑의 모습은 기존에 카도노 코우헤이가 그리는 남녀의 사랑과 유사하다. 두 남녀는 지나치게 강력하며 또한 순수하고 순진하기 짝이 없다. 가느다란 줄에 매달려 있는 것처럼 위태롭기 그지없는 상태에서도 그들은 순애보 같은 사랑을 한다. 똑같은 패턴이 쓰였지만 역시나 재미있는 점은 어쩔 수 없다. 이것이 카도노 코우헤이의 매력이기 때문이다.

  그 다음에 실린 것은 ‘슈퍼 토크 섹션’이라는 기사로 『잘린머리 사이클』로 유명한 니시오 이신과 카도노 코우헤이의 대담이 적혀 있다. 카도노 코우헤이는 일본 라이트노벨의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작가로 부기팝 시리즈로만 300만부 이상을 판 작가이다. 이 기사의 서문에는 이 ≪파우스트≫ 잡지의 원점 중 하나를 이루고 있는 카도노 코우헤이의 인물 특집을 다루지 않으면 안 되었다고 한다. ‘소설가 측면에서 본 카도노 코우헤이’라는 관점에서 니시오 이신이 호스트로 참여했다.

  소설가 니시오 이신에게는 다섯 명의 신이 있다고 한다. 바로 니시오 이신이 이 바닥에 들어온 계기가 된 소설가 다섯 분이 있는데 바로 ‘카사이 키요시, 쿄고쿠 나츠히코, 모리 히로시, 세이료인 류스이, 카도노 코우헤이’ 라고 한다.

  조금은 니시오 이신이 말이 많고 부산스러운 느낌이긴 했지만, 그래도 작품으로만 접할 수 있었던 카도노 코우헤이 가지고 있던 생각 등을 엿볼 수 있는 기회라 상당히 유익했다.


  신본격마법소녀 리스카 / 니시오 이신


  소설가 니시오 이신이 꾸준히 ≪파우스트≫에 연재하고 있는 소설. 재미있게 읽는 소설이지만 원패턴으로 변하면 어떻게 될까 걱정했는데 다행히 이번 편에서는 새로운 패턴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굉장히 몰입감 있게 읽었으며 즐거웠다. 그리고 중간에 끊는 솜씨도 절묘해서 다음 편이 무척 궁금해졌다. 기존에는 한 에피소드에서 이야기가 정리되었는데 이번에는 상, 하 편으로 나뉜 느낌이다. 다음 편이 기대된다. 다만 이제는 패턴 문제는 걱정이 사라졌는데 주인공의 비중은 상당히 높고 잘 되었지만, ‘리스카’라는 존재가 도구적으로만 존재하는 것 같아서 걱정스럽다. 여주인공이 도무지 속내가 보이지 않고 사랑스럽지 않다니. 이건 앞으로 큰 문제가 아닐까. 뭐, 이 소설이나 니시오 이신의 소설들 전반적으로 인간미가 떨어지는 캐릭터들이 나오지만 말이다.


  경성탐정록 - 광화사 / 한동진, 한상진


  오랜만에 만나는 경성탐정록. 셜록 홈즈를 오마쥬한 이 소설은 시대 배경이나 캐릭터가 매력적인 소설이다. 그 대신 추리에서는 큰 매력을 얻기 힘들다는 단점도 존재하지만 아무튼 간에 재미있다. 단행본으로 나온다는 소리도 들었는데, 부디 멋지게 나오기를 기대해본다.


  화염소녀 / 김미리


  역시 한국 작가의 작품이다. 판타지적인 설정과 반전이 들어간 공포 소설인데 그렇게 재미있지는 않았다. 적당히 어둡고 읽을만 했던 소설이다.


  용기사 07 롱 인터뷰


  애니메이션으로도 만들어져 유명한 『쓰르라미 울적에』 게임을 만든 용기사07의 인터뷰이다. 소설가는 아니나, 이 작가의 창작법이나 창작을 대하는 태도 등은 굉장히 유익한 정보가 많았다. 바로 이어서 나스 기노코와의 좌담도 실렸는데 이 역시 재미있는 읽을 거리가 많았다. 국내에도 정식으로 게임 등이 번역되어 나온다고 들었는데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사토 유야 - 나인 스토리즈(3편 동시게재!)

 

  사토 유야의 소설 「나의 나약한 오빠」, 「대로봇 전쟁 전날 밤」, 「나오미에게 바친다 ― 사랑의 오욕 속에」 3편이 실렸는데 전반적으로 실망이었다. 분량도 각기 짧고 내용도 적었고 상황 파악도 힘들었다. 소품 같다는 느낌.


  우라가 카즈히로 미스터리 연작 2편


  「주머니에 너와 아메리카를 담고」, 「당신과 여기 있다는 것」. 이 두 편은 굉장히 인상적으로 읽었다. 미스터리 연작이라고 하지만, 배경이나 설정 등은 SF적으로 볼 수도 있는데 굉장히 신선하기도 했고 생각할 거리도 많았다. 두 소설 다 끈적끈적한 심리묘사가 뛰어났고, 이야기에 몰입감도 좋았다. 재미있게 읽었다.


  첫 출근 / 장은호


  이번에 실린 한국 작가의 작품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많은 은유와 상징으로 읽힐 수 있는 멋진 발상과 이야기가 결합되었다고 할까. 근사하게 읽었다. 1980년생 공포 소설가라고 하는데, 마음에 드는 공포 소설이었다. 첫 출근은 어떤 남자가 알 수 없는 회사의 첫 출근을 하게 되는데 전화를 받고 지령을 전달하기만 하면 된다. 그러나 그 지령들은 하나 같이 이해할 수 없거나 섬뜩하기만 하고, 그 시스템을 벗어나려는 시도 역시 위험하기만 하다.


  파우스트 5호를 읽고 나서


  ≪파우스트≫의 매력은 일단 국내에서 접하기 힘든 일본 라이트노벨 작가들의 좌담회나 인터뷰 등을 읽을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에서도 이제는 ≪판타스틱≫ 같은 장르 월간지가 생겼지만 아직은 국내 장르 작가들의 좌담회조차 그리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하고 있지는 않기 때문이다. 또한 장르를 정의 내리기 힘든 독특하고 묘한 소설들을 읽을 수 있으며, 국내 공포소설 작가들의 단편들을 읽을 수 있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하시이 치즈의 만화는 중간에 끊겨서 다음 편을 봐야 할 것 같고, 마이조 오타로의 만화는 그의 그림체와 작품 세계가 여실이 드러난다. 다만, 작품이 지나치게 적나라하게 하고 싶은 말을 보여주는 만화라 심심한 것이 흠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도 파우스트 소설상이 수상자를 못 냈다는 것은 또한 아쉬웠다. 다음 호에는 멋진 수상자가 등장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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