딘 쿤츠의 낯선 눈동자 (상)
딘 R. 쿤츠 지음, 김정미 옮김 / 제우미디어 / 2008년 7월
평점 :
절판


 낯선 눈동자(Watchers) 

  - 딘 쿤츠의 매력
 

  딘 쿤츠는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작가다. 판매량이 3억 2천만부에 달하고 스티븐 킹과 함께 스릴러 소설의 양대 산맥이라 불린다. 지금도 매년 1천 7백만부 이상의 소설이 판매되고 있다고 하고, “스티븐 킹이 롤링 스톤즈라면 딘 쿤츠는 비틀즈다(플레이보이誌)”라고 말할 정도로 인지도와 대중성에는 오히려 스티븐 킹을 앞선다는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고 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만큼은 스티븐 킹이 『쇼생크 탈출』 같은 명작 영화의 원작자로 널리 알려진 데 반해 딘 쿤츠는 그리 많이 알려진 작가가 아니다. 최근 들어 스티븐 킹의 소설들이 황금가지 출판사를 통해 전부 정식 번역되어 나오고 있고 이제는 별다른 마케팅을 안 해도 작가 이름만으로도 많이 팔려나가는 것에 반해 딘 쿤츠의 작품은 90년 대 몇 번 소개되기는 했으나 번역이나 편집도 좋지 않았고 큰 반향을 일으키지도 못했다.


  그러나 스티븐 킹의 인기와 국내에서도 스릴러 문학이 자리를 잡아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인지 최근 들어 딘 쿤츠의 소설이 본격적으로 소개되고 있다. 『살인예언자』(다산책방), 『살인의 기술』(세시) 등이다. 그리고 이번에 제우미디어에서 출간된 『낯선 눈동자』는 딘 쿤츠 본인이 가장 사랑한 소설이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주요 인물은 크게 여섯 명이다.(동물을 포함해서) 이 소설은 스릴러 소설이라기보다는 드라마적 성격이 강하다고 느꼈다. 물론 빠르게 읽히고 흡인력이 무척 뛰어난 소설이나, 이야기보다는 인물들에게 느끼는 애정이 이 작품의 매력으로 더 다가온 탓이다. 일단, 이 소설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는 ‘아인슈타인’이다. 그는 놀랍게도 인간이 아니라 동물이다. 하지만 인간만큼 똑똑한 지성을 가졌기 때문에 매우 큰 매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 소설의 실질적인 주인공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인슈타인은 주요 인물인 노라와 트래비스 사이를 맺어주고 여러 갈등을 제시하거나 해결하는 주체가 되는데, 이는 독자와 소설 사이를 연결시켜주고 재미를 주는 역할을 맡고 있기도 하다. 세상에서 가장 똑똑한 개인 아인슈타인은 작가와 독자 사이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아인슈타인은 그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개 중에 하나일 것이다.

  또 다른 캐릭터는 노라이다. 불우한 가정환경 탓에 집안에서만 주로 활동하고 자신감이 결여된 여자다. 그러나 마치 신데렐라처럼 아인슈타인과 트래비스 덕분에 자신을 발견하고 점점 새롭게 변화해 나간다. 이 소설에서 가장 많은 변화를 하는 캐릭터이며,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캐릭터이다. 노라가 새로운 것을 볼 때마다 대견스럽고 뿌듯한 감정은 트래비스 뿐만 아니라 독자도 느낀다. 마치 세상을 처음 본 아기를 바라보는 듯한 기분이다. 순수하고 예쁘고 착한 노라는 그야말로 매력 넘치는 캐릭터가 아닐 수 없다. 이 소설에서는 각 캐릭터별로 심리 묘사가 잘 되어 있는데 특히 노라의 심리 묘사가 뛰어나다.

  그 외에도 조연이면서도 멋진 노라의 변호사라든지(나이 많은 할아버지가 펼치는 활약에 감탄이 절로 나온다), 불행한 운명을 벗어나려고 노력하는 그야말로 독자에게까지 안심을 주는 든든한 캐릭터 트래비스라든지, 갈등을 갖고 수사를 하는 레뮤엘 등 여러 캐릭터들이 이 소설을 구축해나가고 있다. 이 소설은 이런 인물들이 잘 어울리며 소설을 재미있게 이끌어나가고 있다. 스티븐 킹의 『스탠드』를 읽으면서도 캐릭터의 매력에 감탄했던 적이 있는데, 이 작가 역시 캐릭터를 만드는 솜씨가 아주 뛰어나다.

  이야기도 물론 재미있었다. 사실 아쉬운 점은 스릴러라고 보기에는 긴장감이 많이 안 느껴진다는 단점이 있었지만, 그래도 무리 없게 진행되어가는 이야기는 다음 장이 궁금하게 만들었다. 인물들이 사랑스럽게 느껴진 만큼 그들의 뒷이야기가 궁금한 탓도 컸다. 설정 면에서는 SF적으로 느낀 부분도 있었는데 유전자 공학을 이용해서 인간만큼 뛰어난 ‘아인슈타인’이라는 개의 설정이 그렇다. 또한, 그 개가 “당신들에게 아직은 희망이 있어요.”라는 부분을 트래비스가 인류에게 하는 말처럼 느낀다는 부분에서는 SF적 경이감이 잠시 느껴지는 부분이었고 엔딩에서도 비슷한 느낌을 받은 작품이었다. 유전자 공학이라는 설정이나 그 동안 없었던 인간과 유사한 지성의 존재, 또한 최초의 SF 소설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케 하는 아웃사이더의 존재까지. SF 소설 관점에서 봐도 흥미로운 부분들이 보여서 또한 재미있었다.

  이 소설은 전반적으로 잘 만들어진 소설이며 특히 출간된 시기를 감안하고 읽을 경우에(당시에는 참신한 설정이었어도 이제는 진부하게 변했고 몇 가지 기법들도 수차례 많은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식상한 느낌을 벗을 수 없는 것은 역시 시대가 변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잘 쓰였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기도 하다.) 굉장히 흡족하게 읽을 수 있는 소설이다. 딘 쿤츠가 가장 사랑한 소설이라는 말답게 작가가 즐겁게 썼다는 느낌이 잘 느껴지는 것이다.(작가는 『낯선 눈동자』를 쓸 때 난 기쁨만 느꼈다고 말한다.)

  이 책은 400페이지가 넘는 상, 하권으로 구성된 책이지만, 몰입감이 상당하여 금세 읽을 수 있고 읽는 동안 충분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매력적인 스릴러 소설이다. 스티븐 킹의 소설을 즐겁게 읽은 독자라면, 딘 쿤츠를 처음 접하기에도 좋을 것이고, 또 기존에 다른 소설로 딘 쿤츠를 접했다면 이 소설 역시 놓치지 말 것을 추천한다.

  매력이 넘치는 살아있는 캐릭터들과 신비하면서도 경이로운 개 아인슈타인 그리고 쫓고 쫓기는 스릴러적 재미와 완성도 있는 플롯까지 독자를 만족시켜줄 모든 요소가 여기에 있다. 많은 사람들에게 인정받은 딘 쿤츠의 명성을 확인하고 싶다면, 여기 『낯선 눈동자』가 있다. 영화처럼 생생히 머릿속에 그려지는, 긴장과 재미가 결합된 이야기를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딘 쿤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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