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으로, 문예창작과의 제도 교육을 비판적으로 성찰해보면서 가다듬어야 할 게 있다. 문예창작과의 모든 구성원들을 작가로 성장시킬 수 없기에, 다른 일에 종사할 문예창작과 학생들을 아우르는 문예창작과의 독특한 문학 교육이, '훌륭한 시민 만드는 것'* 이라는 점을 가볍게 인식해서는 안 된다는 점이다.

그러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스스로 문학작품을 많이 읽고 직접 글을 많이 써보는 것이고,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일부는 문인이 된다. 그런데 '문인'이 직업이 되는 경우는 거의 없으므로 졸업생이 많이 갖는 직업은 학원 논술 강사, 광고회사 카피라이터, 만화와 게임의 스토리 작가, 잡지사 기자, 기업체 홍보실 직원, 출판편집회사 직원, 방송국 스크립터 등이다. 글을 잘 쓰면 어디에서 무슨 일이든 할 수 있지만 아예 다른 일을 하는 경우도 있고, 그 방면에서 일가를 이루기도 한다. 젊은 날의 문학 공부가 올바른 사람을 만들기 때문일 것이다.**

  '젊은 날의 문학공부가 올바른 사람을 만든다는 것' 이야말로 문예창작과의 문학교육이 토대를 두고 있는 교육철학이자 미적 교육의 실천이기도 한 셈이다. 조선대 문예창작과 교수인 소설가 이승우는 최근 창작 기법을 나름 대로 기술한 『당신은 이미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마음산책, 2006)를 발간하였는데, 문예창작과를 비롯한 창작 실기를 위주로 하는 제도 교육이 한결같이 '기교'만을 중시하는 데 비판을 가한다. '기교'와 '기예'보다 '작가적 태도나 정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음을 힘주어 강조하고 있는 것이다. 사실, 문예창작과가 '기교'만 승한 작가가 아니라 '작가적 태도나 정신'이 깃들인 훌륭한 작가를 배출하는 데에는 문학교육을 통해 '훌륭한 시민'을 배출해내는 것과 맥락을 함께 하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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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학의 아웃사이더인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극작가인 장정일은 2006년 1학기부터 동덕여대 문예창작과에서 희곡을 가르치는 문학 교수로서 새로운 인생을 살기 시작했다. 문학 교수로서의 새로운 삶을 출발하면서 2006년 3월 11일 <문화일보>와 가진 인터뷰에서 그는 다음과 같이 언급하였다. "문창과가 작가 만드는 교육을 한다는데, 나는 문창과든 철학과든 모든 인문학을 가르치는 곳은 최종 목표가 '훌륭한 시민을 만드는 것'이어야 한다고 본다. 내 수업목표는 훌륭한 시민을 만드는 것이다. 가령 극렬 '황빠'가 돼서 한 서울대 여교수의 머리채를 휘어잡는 아줌마 속에 동덕여대 문창과 학생은 없었으면 하는 것이 나의 소망이고 이런 것들이 제대로 된 인문학 교육이라고 본다."
** 이승하, 「글쟁이를 만들기 위한 실기 수업」, <교수신문>, 2006. 2. 22

―― 2006 『문학수첩』 여름호, <특집|대학에서 문학은 살아남을 것인가?>, 「문예창작과의 쇄신:미적 모험과 인문학적 지성」, 고명철, 53~54쪽


  『문학수첩』은 『창작과 비평』, 『문예중앙』 같은 계간지로 내 흥미를 끄는 문예지는 아니었다. 다만 우연찮게 알라딘을 둘러보다가 이 작년 여름에 나온 『문학수첩』의 목차를 보게 되었고, 아직도 품절이 아니라는 사실 때문에 구입을 하게 되었다.(대부분의 문예지들이 계절이 바뀌자마자 각종 서점에서 품절로 뜨던데 문학수첩만큼은 품절이 아닌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무려 작년에 나온 잡지인데도 구입할 수 있었다.) 내가 흥미를 가졌던 것은 특집 기사였다. 대학에서 문학은 살아남을 것인가? 라는 주제로 5명의 필자들이 글을 쓰고 있었는데 그 중 「신세대 보고서」라고 하여 서울대 국어국문학과와 중앙대 문예창작학과 학생들의 의식 비교를 통해 본 우리 문학의 현주소라는 설문조사 내용이 궁금했던 것이다. 그러나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막상 설문조사 결과를 보자 별로 특이할 사항은 없었다. 반영된 인원도 한 수업을 들었던 40명 내지 60명의 인원이었을 뿐이고, 국어국문학과는 문학이 좋아서, 문예창작학과는 창작이 좋아서 들어왔다는 점만 크게 대비되었다. 그외에 몇 명이 문예지를 보는지(어차피 소수다.) 어떤 문예지가 인기 있는지, (가장 큰 인지도를 가진 건 역시 창작과 비평) 좋아하는 소설가, 시인들(몇몇 유명한 작가들을 그냥 댈뿐) 구입하는 인문학 도서 수(어차피 적게 구입한다.) 등 별로 유익한(?) 정보는 찾을 수 없었다. 한 마디로 그저 그랬다. 그래도 이왕 산김에 전체적으로 쭉 읽고 인상에 남았던 부분을 옮겨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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