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무슨 책 읽고 계세요?

바닥

가을에는 바닥이 잘 보인다

그대를 사랑했으나 다 옛일이 되었다

나는 홀로 의자에 앉아

산 밑 뒤뜰에 가랑잎 지는 걸 보고 있다

우수수 떨어지는 가랑잎

바람이 있고 나는 눈을 감는다

떨어지는 가랑잎이

아직 매달린 가랑잎에게

그대가 나에게

몸이 몸을 만질 때

숨결이 숨결을 스칠 때

스쳐서 비로소 생겨나는 소리

그대가 나를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었듯

누군가 받아주어서 생겨나는 소리

가랑잎이 지는데

땅바닥이 받아주는 굵은 빗소리 같다

후두둑 후두둑 듣는 빗소리가

공중에 무수히 생겨난다

저 소리를 사랑한 적이 있다

그러나 다 옛일이 되었다

가을에는 공중에도 바닥이 있다

 

                                                                              ──문태준,「바닥」전문

 

 

시는 모르겠다. 문태준 시인의 『가재미』를 읽고 나서도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그 중에서 마음에 들었던 시 중 하나가 이 시. 몇 권의 시집을 읽고 수업을 듣고 시를 써봐도, 시는 어렵다. 더 읽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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