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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K에 어서 오세요 - 소설
타키모토 타츠히코 지음, 아베 요시토시 그림 / 학산문화사(만화) / 2006년 5월
평점 :
품절
『NHK에 어서오세요!』
"NHK에 어서오세요!"라는 독특한 제목을 가진 소설이다. NHK라면 일본 방송사 아닌가? 거기에 왜 오라는 거지? 처음에 드는 생각은 그럼 것들이었다. 환타지 문화 웹진 워터가이드가 있던 시절, 게시판에서 "NHK에 어서오세요!"라는 소설에 대해서 처음 들어보았다. 거의 극찬에 가까운 글로 기억하는데, 한국에 번역되어 출간된다면 꼭 읽어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게 되었다. 그리고 이제 드디어 완독하게 되었다.
국내에서는 만화책으로 먼저 출간되었던 모양이다. 그러나 만화책을 그렇게 많이 보는 편이 아닌 나로서는 그 사실을 알지 못했다. 우선 제목 만큼이나 내용은 독특하다. 소재는 히키코모리. 우리나라에서는 은둔형 외톨이라고 불리는 존재이다. 개인적으로 나도 히키코모리 성향이 있다고 생각하고, 또 히키코모리를 소재로 한 단편을 썼던 만큼 관심이 가는 책이었다.
이 책은 일단 라이트 노벨이다. 그러나 표지를 제외화고는 삽화가 일체 들어있지 않고, 내용도 비일상을 다루고 있지 않다. 우리 주위에서 흔히 일어날 수 있는 일을 다룬 것이다. 물론 오타쿠와 히키코모리를 다루면서 장르적인 특성들이 엿보이기는 하지만, 일반 소설이라고 해도 크게 무리가 없다. 그래서 라이트 노벨처럼 출간되지 않고 양장본으로 출간되어서 마음에 들었다. 라이트 노벨이라고 하지만, 라이트 노벨이라는 것에 얽매일 필요가 없는 소설인 것이다.
주인공은 사토 타츠히로. 대학교를 중퇴하고 백수로 히키코모리 생활을 하고 있다. 그러나 나이는 젊은 편. 그는 환각제를 먹는 동안 이렇게 된 것은 누군가의 음모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 음모의 정체는 NHK. 바로 일본 히키코모리 협회의 약자란 것이다. 그는 조직에 맞서 싸우며 음모를 타파할 생각을 갖게 되지만, 히키코모리이기 때문에 방에서 나오는 것조차 힘겨워 한다. 히키코모리. 자신에게 자신감이 없고, 남들이 전부 자신을 비하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사람. 그에게는 사회에 나가 맞서 싸울 자신감이 없었다. 그가 비록 음모를 파악했다 하더라도 그는 이미 패전한 전사였던 것이다. 그런 그에게 구원의 손길(?)을 내미는 소녀가 있다. 나카하라 미사키. 그녀는 히키코모리 탈출을 도와주겠다고 말한다. 자신은 그 방법을 알고 있다면서. 그러나 막상 만난 나카하라 미사키는 엉뚱하다. 그게 그녀의 매력이겠지만.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는 무척 제한적이다. 방에서만 있으려 하는 인간에 대해서 다룬 소설이 과연 읽힐 수 있을까? 재미를 가질 수 있을까? 독자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을까?
그러나 이 소설은 성공했다. 히키코모리라는 소재를 다룬 것만으로도 화제를 얻고, 캐릭터성을 통해 독자들에게 재미를 선사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이야기(아니면, 버텨나가는 이야기. 일어서는 이야기)를 통해 감동과 여운을 주고 있다. 소설이 독자들에게 동질감을 느껴 감정이입을 하게 하고, 공감대를 형성하고 나아가서 메시지를 전달하고 여운을 준다면, 충분히 성공한 것이다. 이 소설은 분명 특정 독자층을 성공적으로 공략했고, 그들의 마음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또한, 라이트 노벨 다운 재미를 갖추고 있어 만화책으로 나왔고 현재는 애니메이션이 방영 중에 있다. 작가 본인도 히키코모리였던 만큼, 자신의 경험을 잘 녹여내고 있고, 비슷한 경험이 있거나 성향이 있는 사람의 마음도 사로잡을 수 있었다.
읽으면서 감탄했던 것 중에 하나는 속도감 있는 문체였다. 스피드 있는 문체가 이런 것이구나. 문체의 힘만으로도 글이 이렇게 살아나는구나, 를 느꼈다. 빠르게 읽혀서 더욱 재미있었다. 위트가 있으면서도 속도가 있는 문체를 배우고 싶을 정도였다. 이런 문체가 아니었다면, 이 책은 재미를 반 이상 떨어트렸을 것이다.
소녀와 소년의 만남이라는 뻔한 공식. 뻔한 패턴. 그러나 라이트 노벨에서는 그것이 장르의 법칙이고 로망이다. 우리네 삶 속에서 사랑이 영원불멸한 테마이듯이. 히키코모리인 주인공이 소설의 주인공이 될 수 있었던 것은, 적이 있어서가 아니다. 음모가 있어서도 아니다. 중요한 건, 서로 구원해주길 바라는 또 하나의 사람을 만났다는 것이다. 사람은 소통을 통해서, 만남을 통해서, 교류를 통해서 구원받을 수 있고, 비로소 사회에 나갈 수 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사람이다.
"NHK에 어서오세요!"는 속도감 있는 문체, 참신한 소재, 안정된 구성, 독특한 위트, 마음이 따뜻해지는 치유계 이야기로 재미를 주고 있다. 한 번 읽어볼만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아쉬운 점은 필자가 워낙 많은 비일상의 이야기들을 읽어온 탓인지, 끝까지 일상으로 진행되는 이야기에서 적잖이 허전한 느낌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것은 클라이막스 부분에서도 큰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못한 요인이라고 생각한다. 게다가 마지막 부분도 '엥? 여기서 이렇게 끝나는 거야?'라고 할 정도로 담백하게 끝을 맺고 있어서 아쉬웠다. 다른 사람들의 감상을 돌아봐도 엔딩에서 아쉬웠다는 사람들이 꽤 보였다. 하지만, 그건 그것대로 어쩌면 "NHK에 어서오세요!"의 장점일지도 모른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이야기에 거창한 이야기가 들어갔다면(주인공이 NHK 본사를 폭발시킨다든지!) 오히려 밸런스가 붕괴되어 엉망진창이 되지 않았을까? 이 이야기가 최대한 할 수 있는 것이 지금의 완결이라는 생각을 한다. 그러니 한 번 히키코모리의 세계로 들어와 보지 않겠는가? 사회에 대한 두려움, 망상, 그리고 신뢰, 믿음, 사랑. 인간. 결국 그들이 찾아낸 NHK란?
자, 그럼 여러분
NHK에 어서오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