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티칸의 베드로 대성당.
신의 권능을 웅변하듯 웅장함을 자랑했지만, 사실 내가 그 곳에서 확인한건 다름아닌 인간의 힘이다.
이것은 인간의 기념비이다.
San Diego의 어느 작은 공원에서
모든 기억은 사적이다.
그것이 어떻게 발화되고, 어떻게 표현되어, 어떻게 공공연히 회자되더라도, 기억은 본질적으로 사적인 영역에 속하며 공유될 수 없다.
머리칼을 스치던 바람과, 등을 따뜻하게 덥혀주던 햇살과, 주변을 감싸던 공기의 미묘한 움직임, 그 소름 돋게 생생한 기억을 나는 아무래도 표현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다.
당신께, 이렇게 내 기억의 그림자밖에 보여줄 수 없어서, 정말 유감이다.
폴 오스터의 <뉴욕 삼부작> 중 첫 소설인 "City of Glass" 를 보면 주인공인 퀸이 뉴욕을 정처없이 헤메는 장면이 나온다. 그 때 퀸은 센트럴 팍의 서쪽을 따라 남쪽으로 내려온 후 다시 동쪽을 향해 돌아서 바로 이 사진의 장소인 Columbus Circus 를 지나간다. 사진 속의 유리 건물은 Warner Bros 빌딩인데, 아마 폴 오스터가 <뉴욕 삼부작>을 쓸 때는 존재하지 않았던 건물일게다. 하지만 나중에 <뉴욕 삼부작>을 다시 읽으며 위 구절을 만났을 때 이 사진 생각이 퍼뜩 나더라. City of Glass. 제목 참 멋지게도 졌다.
사실 좀 추웠다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