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금해 할까봐 미리 설명하자면, 사진에서 내가 들고있는건 Graduated ND 필터라고 불리는 놈이다. 아래쪽은 그냥 투명하고 위쪽으로 올라갈수록 짙어져서 빛을 덜 통과시킨다. 땅에 비해 하늘이 너무 밝거나 할 때 밝기의 균형을 맞춰주기 위해 사용하곤 한다. 저 날도 필터를 사용하다가 문득 한 화면 안에 다 보여주면 어떨까 싶어서 찍어본 사진이다.
사진이 주는 매력 중 하나는, 세상을 눈으로 볼 때와 다르게 보여준다는 점이다. 이렇게 필터를 쓰는 편법부터 시작해서, 야간에 장시간 노출을 통해 얻을 수 있는 효과, 그리고 프레이밍을 통해 사물을 새롭게 해석하는 등, 눈으로 직접 볼 때와 다른 방식으로 세계를 볼 수 있게 해준다는거다. 때문일까, 사진을 찍는 동안은 잡생각은 거의 사라진다. 뷰파인더를 통해 세계를 볼 때 내 머리 속을 사로잡는 질문은 하나, 이 세계를 어떻게 하나의 프레임 안에 담을 것인가 이다.
잡념을 버리고 집중할 수 있다는거, 정말 좋은 취미 맞다. 카메라를 통해 보면, 익숙한 장소도 미지의 신세계로 바뀐다. 그래서, 나는 정말 사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