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의 종말 한마음신서 6
프랜시스 후쿠야마 지음 / 한마음사 / 199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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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지난해 마지막으로 읽은 책이었는데, 읽은 지 한달이 넘도록 미처 정리를 못했다. 책 읽으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고 읽고 나서 며칠 정도는 머리 속에 잔상이 남았는데 그걸 제대로 곱씹지를 못하고 넘겨버렸더니 기억 저편으로 잘도 사라져버렸다. 그다지 감동적인 책은 아니었다고 봐야겠다.

너무 유명한 책이고 너무 유명한 제목인 까닭에, 독자로서 뭔가 해석을 붙이기도 뭣하다. 지금과는 다른 용어들(예를 들면 ‘자유민주주의’라든가)이 쓰이고 있어서, 사실 따지고 보면 그리 오래된 책이 아닌데도 낡은 듯한 느낌이 든다. 현실사회주의가 망한 뒤 20년이 아직 안 되었는데 그 사이의 변화는 너무나 빨라서 어느새 어떤 종류의 개념어들은 역사의 유물처럼 느껴지게 된 모양이다.

앞부분 읽으면서는 너무나 직선적 이분법적 단선적이고 또 오만한 듯해서 기분 나쁘다 못해 좀 우습기까지 했는데 다 읽고 나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는 생각도 든다.

후쿠야마 <역사의 종말>, 하면 새뮤얼 헌팅턴 <문명의 충돌>이 커플로 묶여서 비판을 받곤 한다. 전에 <문명의 충돌> 읽을 때에 너무너무 재미있게 읽었던 터라, 헌팅턴 사고방식의 문제점을 지적하는 숱한(정말로 많은!) 글들을 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난 그래도 재밌었는데’ 이렇게 생각했었다. <역사의 종말>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너무나 많이 인용되고 또 너무나 많이 욕을 먹는데, 참 너무나 재미있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따지고 보면 내가 이 책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는 알 수 없다.

후쿠야마는 사회주의의 몰락을 계기로 근대적 세계관에 각인된 하나의 역사는 끝났다고 하는데, 그것이 ‘하나의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 ‘영원한 역사의 종말’을 이야기하는 것인지는 잘 모르겠다. 후쿠야마는 헤겔이나 칸트니 ‘최후의 인간’이니 하는 것들을 이야기하지만 나는 헤겔을 모르니 말이다. 그러면서 후쿠야마는 왜 역사를 비관적으로 보냐며 낙관론을 주장한다.

인간에겐 인정받고 싶은 욕망이 있다는 헤겔 등등 누구누구의 말을 끌어들이면서 계급적 갈등 중심으로 문제를 풀어가는 맑스류에 반대를 하는데, 읽다보면 재미있지만 너무 단순하다. 냉전 끝난 이후 이렇게 단순한 낙관론이 히트를 쳤었구나, 난 그냥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읽었다. 자유주의와 민주주의를 구분하여 이란 이슬람공화국을 설명한 부분 같이, 단편적이지만 재미난 분석들이 눈에 띄기는 했다. 뭐 아주 극악무도한 꼴통 보수의 책도 아니고, 약육강식을 외치는 현실주의자의 논리와도 좀 다르다. 오히려 요즘 프리드먼이 보여주는 글로벌리즘의 좀 예스런 버전 정도로 여겨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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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산타 2025-01-31 11:1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극악무도한 꼴통 보수? 무엇이 님의 인식에 깊게 각인케했나? 소신인가 편견인가?
 
아인슈타인의 베일 - 양자물리학의 새로운 세계
안톤 차일링거 지음, 전대호 옮김 / 승산 / 2007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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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200년 전에 영국의 영(Young)이라는 과학자는 빛이 ‘파동’임을 보여주기 위해서 두개의 좁은 틈으로 빛을 비추어 물결무늬 그림자를 보여주는 ‘이중 슬릿(틈새)’ 실험을 생각해냈다. 이중슬릿은 과학책을 한두 번이라도 들춰본 사람이라면 도저히 피해갈 수 없는, 현대물리학에서 빠지지 않는 획기적인 실험이었다.
양자역학을 연구하는 과학자들은 이중슬릿 실험을 여러 용도에 응용하면서 놀라운 사실을 알아냈다. 빛은 입자(광자·光子)처럼 행동하기도 하고, 파동처럼 행동하기도 한다. 언제 입자가 되고 언제 파동이 되는 것일까? 우습게도 빛은, 이중슬릿을 관찰하는 내가 광자의 위치를 알고 있을 땐 입자처럼 행동하고, 모르고 있을 땐 파동처럼 행동한다! 놀랍지 않은가? 빛이 내가 지켜보는 것을 어떻게 알고 내 눈길에 따라 행동방식을 바꾼단 말인가.

과학자들에게 가장 유명한 고양이, ‘슈뢰딩거의 고양이’라는 것이 있다. 물리학자 에르빈 슈뢰딩거는 듣기에 따라선 좀 잔인하게 생각될 수도 있는 실험 하나를 제안했다(어디까지나 생각과 논리만으로 이뤄지는 사고실험이니 크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상자 안에 고양이를 가두고 스위치를 눌러, 상자 속 방사능 폭발장치를 가동시킨다. 스위치를 누른 순간 폭발이 일어날 확률은 50%. 스위치를 누르고 5분 뒤에 당신은 상자 뚜껑을 연다. 고양이는 살아 있을까 죽어있을까?

고양이의 운명은 5분 전에 결정됐지만, 당신이 뚜껑을 열 때까지 5분 동안 고양이의 생명은 ‘결정돼 있지 않다’. 과학자들은 고양이의 생사를 ‘파동함수’로 표현을 한다. 그들의 어법을 빌자면 5분 동안 파동함수는 ‘중첩’돼 있는 것이 된다. 바꿔 말하면 고양이는 ‘살면서 또한 죽어있는’ 것이다. 고양이의 생명을 가르는 파동함수는 당신이 상자를 여는 순간에야 비로소 고정되는 것이다.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는데, 양자물리학자들 버전으로 바꾸면 “내가 그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을 때 그는 내게 와서 실재(實在)가 되었다”가 된다.


그저 말장난처럼 들릴 수도 있다. 살고도 죽었다니, 내가 쳐다보는 순간 정체를 바꾸는 빛이라니. 내가 가진 정보가 물질세계를 규정한다고 하니, 이만저만한 유아론(唯我論)이 아닌 셈이다. 정보가 실재를 만든다는 것은 아무래도 믿기 힘든 소리다.

때로 현대물리학은 직관으로 이해하기 힘든 것을 받아들이라고 요구한다. 아인슈타인의 베일 뒤에 가려진 양자의 세상은 우리의 직관, 상식을 완전히 던져버리기 전엔 상상조차 하기 힘든 공간이다.

안톤 차일링거

안톤 차일링거는 오스트리아 비엔나대학에서 일하는 유명한 물리학자다. 비엔나대학 실험물리학연구소는 현대물리학의 선조 격인 루드비히 볼츠만과 에른스트 마흐, 앞서 말한 고양이의 냉정한 주인 슈뢰딩거가 여기에서 연구를 했다. 차일링거 박사의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공상과학소설의 단골 소재인 순간이동이 가능함을 입증해보였다. 방법은, 여기 있는 양자의 ‘정보’를 저리로 옮겨 일종의 재생을 하는 것이다.
차일링거는 우리가 가진 세상을 정보가 결정한다는 주장을 넘어, 정보가 물질세계를 구성하는 근본적인 존재라고 주장한다. 그 단위로는 비트(bit)를 개량(?)한 ‘큐비트(qubit)’이라는 것을 제안한다.

여기 이 입자는 내가 측정하기 전에는 여기 있지 않았다. 여기 이 고양이는 내가 상자를 열어보기 전에는 산 것도 죽은 것도 아니었다. 정보가 곧 세계이다. 고대인들은 우리를 둘러싼 세상을 에테르(ether)라는 물질이 둘러싸고 있다고 믿었다. 현대 과학자들은 자기장, 전기장 같은 장(場)들이 세상을 감싸고 있다고 말한다. 차일링거는 에테르와 장을 ‘정보’로 바꾸었다.

‘정보 환원주의’라는 비판이 나올 법도 하다. 하지만 빛이나 전기, 자기, 에너지처럼 지금은 잘 알려진 것들도 예전엔 미지의 것들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저런 개념들이 물질세계를 지배하는 존재로서 과학의 영역에 들어온 것은 몇 백 년 동안의 일이다. 비트, 디지털 같은 말들이 우리 귀에 들려오기 시작한 것은 불과 수십 년 간의 일일 뿐이다.

양자의 세계로 들어가면 우리의 일상이 펼쳐지는 ‘뉴턴적(的) 공간’의 물리학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 이 작고 미묘한 세계에서 실재성(實在性)이나 객관성은 너무나 취약한 개념들이다. 상대성이론과 양자역학 이후 물질세계에서 절대적인 것, 객관적인 것은 사라져버렸다. 양자들의 세계는 측정불가능하며, 확률적인 정의만이 가능한 세계다. 그곳은 불확정성의 원리가 지배하는 곳, 세상의 천재과학자들마저 아연케 만드는 당혹스러운 공간이다. 관측자가 가진 ‘정보’가 관측 대상과 피드백을 해 존재의 조건을 바꾸는 것이 양자들의 세상인 것이다. 차일링거의 ‘정보’가 세상의 구성요소로 격상될 순간이 오지 말란 법은 없는 것이다.


이 책은 쉽지는 않다. 하지만 재미있다. 원래 양자역학은 어려운 법이다. 노벨물리학상을 받은 아인슈타인도, 리처드 파인만도 양자역학은 어렵고 이해하기 힘들다고 했다. 책에서 차일링거는 양자역학의 기본개념들을 재치 있게 설명한다.
차일링거가 보여주는 탁월함은 어려운 개념에 대한 쉬운 설명들과 ‘정보 물리학’에 대한 통찰력을 넘어서, 철학적 질문들로 향해갔을 때 빛을 발한다. 정보가 실재를 만들어내는 과정을 스무고개 같은 간단한 사고실험 등을 통해 보여준 뒤, 차일링거는 과학과 철학의 전면적인 만남을 시도한다. ‘정보는 물질세계의 근본이다’라는 것이 사실이라면 우리의 세계관은 어떻게 변할 것인가. 책의 후반부는 양자역학의 주요 개념들이 어떻게 철학적 질문들로 이어지는지를 보여주는 데에 할애돼 있다.

 

“우리는 많은 것이 아직 불분명하고 몇 가지 매우 중요한 질문이 아직 대답을 기다리고 있는 영역에 발을 들여놓기 시작했다. 실재와 정보를 포괄하는 개념의 본성에 대한 질문, 즉 앎의 본질에 대한 질문도 그런 질문들 중 하나이다.”


양자물리학을 흥미진진하게 풀어놓은 것을 보면 차일링거는 물리학자이자 철학자이면서 작가적 역량 또한 탁월한 사람이다.


 

같은 출판사에서 같은 시기에 출간된 ‘과학의 새로운 언어, 정보’ (Information - The Language of Science. 승산)는 미국 물리학자 한스 크리스천 폰 베이어가 차일링거의 연구와 아이디어에 감복해 내놓은 ‘정보 물리학 소개서’다. 이 책을 먼저 읽고 ‘아인슈타인의 베일’을 읽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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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쟈 2007-01-29 17:4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덕분에 보관함에 집어넣습니다.^^

깍두기 2007-01-29 21: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요^^

깍두기 2007-01-29 21:1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보>책이 더 쉬우니 먼저 읽으란 말씀인가요?

딸기 2007-01-30 07: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한번 읽어들 보시면 재미있을 거예요. 저도 과학책 읽으면 한개도 이해 못하지만 재밌거든요 ^^ '정보'라는 책은 사실 영양가가 별로 없는 것 같아요. 저는 '정보' 먼저 읽고 '아인슈타인의 베일'을 읽었는데, 하나를 골라서 읽는다면 당연히 후자쪽을 읽어야 할 것 같고, 시간과 돈이 있으시면 ^^;; '정보' 먼저 읽고 '아인슈타인의 베일' 읽으셔도 괜찮고요. 순서를 거꾸로 하면... 뒤에 '정보'를 읽는 것은 시간낭비가 될 것 같아요.

이네파벨 2007-01-30 10:0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흥미진진한 리뷰네요...퍼가도 되죵?

딸기 2007-01-30 10:2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당그니죵~

책읽기는즐거움 2007-03-29 23:5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시인은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고 했는데, 양자물리학자들 버전으로 바꾸면 “내가 그에 대한 정보를 확인했을 때 그는 내게 와서 실재(實在)가 되었다”가 된다.


딸기 님께서 만드신 비유이신가요?
제 생각에는 정말 괜찮은 비유라고 생각되요.
깔끔하게 정리해 주시는 센스가 느껴지는 걸요ㅋ
좋은 책에 대한 정보도 얻고
좋은 글도 잘 읽고 갑니다^^

p.s)아, 참 생각해 보면 출판사 '승산'은 과학을 대중들에게 알리는데
정말 큰 역할을 하는 것 같아요. 위 두 책도 승산 출판사 꺼내요
제가 수학과학관련 도서 관심있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의도하지도 않았는데 승산이라는 이름이 저절로 외워지기까지 했다는ㅋ
(박병철이라는 분도요ㅋ 제 입장에선 다 감사드려야 할 분들이에요ㅋㅋ)
 

  

'호반'이라는 제목과 '첫사랑'이라는 제목, 두 가지로 나와있네요

슈토름의 '호수'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제 서재에서도 한번 글을 올렸더랬어요).
독일 낭만주의 작가의 짧은 단편인데, 계몽사 동화집에서 읽었고 뒤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던 두꺼운 책으로 다시 읽었던 듯해요. 너무나 순수했던 첫사랑을 훗날 다시 만난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인데 주인공 이름이 라인하르트와 엘리자베스였어요. 두 사람은 서로 좋아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그런걸 어른들은 '인연이 아닌게벼' 하지요;;) 엘리자베스는 에리히라는 남자와 결혼하게 돼요. 둘이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

아무튼 줄거리는 뭐 로맨틱 신파였습니다만 그 이름들이 어찌나 멋있게 들렸던지... 호숫가, 멋진 이름의 주인공들, 그런 것들이 겹쳐져서 여전히 햇살받고 반짝이는 호수처럼 아름다운 느낌으로 기억되고요.

슈토름의 단편과 같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집 없는 천사'와 '인형놀음장이 폴레'였던 것 같네요. 꼭두각시 인형극단의 단장 아들인 신분 낮은 폴레와 어느 아가씨의 첫사랑 이야기였는데, 폴레가 '자투리 천'(이 말을 그 책에서 처음 보았어요)을 가지고 인형을 만들던 모습이 생각나고요, 좀 슬펐던 것으로 기억해요. 

   

독일동화집에 나왔던 '황새가 된 임금님'은 얼마전 딸아이 책으로 다시 읽었어요. 빌헬름 하우프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아주 유명해서 아마도 아이 책으로 읽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임금님이 마법사의 속임수에 넘어가 재상과 함께 황새가 되어버리고, 주문을 잊어버려서 헤매고 다니는. 둘은, 현명한 부엉이 아가씨 덕에 ‘무타불’이라는 주문을 기억해내게 되지요. 그리고 마법에서 풀린 임금님은, 역시 마법에서 되돌아온 부엉이 공주님과 결혼한다는 줄거리예요. 글의 배경이 바그다드이고, 주문이라든가 분위기가 아랍풍인데 어째서 이 이야기가 독일동화집에 있었을까 두고두고 궁금해 했었어요. 이번에 아이 책을 보면서 의문이 풀린 셈입니다.


 

독일동화집에는 저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들이 잔뜩 있었는데요, 특히 하우프의 또다른 작품들인 꼬마 요리사 이야기(지금 검색해보니 '난장이 코'라고 되어있네요)와 '난장이 무크'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지금도 달밤이 되면 밖에 나가 버섯을 찾아야할 것 같은 기분;;이랍니다. ^^ 독특한 버섯으로 너무나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마법에 얽힌 이야기였지요.
이 이야기들에는 '무스타파'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어째서 터키식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지 역시 궁금했었어요. 아마도 하우프는 아랍풍, 혹은 오스만풍에 심취해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P
저 이야기들은 모두 하우프가 어느 집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언급한 것들 모두 묶어서 '사막의 카라반' '카라반 이야기'라는 두 종류 책으로 나와 있군요.


그리고 또 손꼽기 힘들 정도로 기억에 새겨진 것들이 많지만 --

조르주 상드의 ‘사랑의 요정’, 일곱 남매 이야기가 나오는 ‘사랑의 집’, ‘사랑의 학교’로 번역됐던 쿠오레, 이렇게 ‘사랑의~’로 시작되는 책들 이야기랑,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은 스케이트’, 일본 동화집에 나왔던 모모타로오와 잇손바시 이야기, 또 세계명작동요동시집(이게 아마도 맨 끝권이 아니었던가 싶어요)에 나왔던 마더구스의 동시들, 기타하라 하쿠슈의 드문 동시들...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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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1-20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세계명작동요동시집까지...저 오늘부터 딸기님을 존경하기로 ^ ^

nemuko 2007-01-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역시나 대단한 기억력이십니다. 전 빌려 읽어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ㅠ.ㅜ <황새가 된 임금님>은 그래도 기억이 나네요.

딸기 2007-01-2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을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고, 기억력이 특별히 좋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여러번 읽은 거지요. ^^
 

서정주는 '나를 만든 팔할은 바람이었다'고 했는데, 저의 경우는 아마도 어릴적 갖고 있었던 두 종류의 동화집들이 나를 만든 팔할이 아니었을까 싶어요.


벌써 몇차례나 이야기를 했던 것 같은데요, hnine집 서재에 들렀다가 계몽사 동화집 이야기를 읽었는데, 저는 이 책 이야기만 나오면 말이 많아지거든요(저는 조금 친해진 이들에게는 거의 100% 이 책 이야기를 합니다).

이 책의 1, 2, 3권 제목을 말씀드렸더니 hnine님과 네무코님이 기억력 좋다고 칭찬해주셨어요(히히). 이야기 나온 김에 댓글 길게 달다가 아예 포스팅으로 넘어왔습니다. 추억 속 이야기, 조금 올려볼까 해서요.


실은 저는 계몽사 전집에 대해서라면 정말이지 한권 한권(비록 순서는 못 외우더라도^^) 생생하게 기억해낼 수 있을 것 같아요. 47, 혹은 48권 정도 됐었던 것 같은데, 한국현대동화집에 나왔던 마해송 선생의 '바위나리와 아기별'이라든가, 민들레 홀씨를 먹고 사람이 된 인어 이야기, '언네'(인형) 만들어달라고 조르던 가난한 아이 이야기... 생각해보면 참으로 가난했던 시절의 동화였지요.


혜란이라는 아이가 있었는데요, 엄마는 폐병으로 자리에 누워있고 그렇게 모녀가 살아가고 있었답니다. 친구들은 다 엄마가 만들어준 언네를 갖고 노는데 혜란이만 없어요. "넌 네 언네 갖고 놀렴." 친구들에게 설움받던 혜란이는 몸져누운 엄마 곁에 가서 바늘을 들고 팔뚝을 찌르려고 합니다.

놀란 엄마가 왜 그러냐고 물으니, "주사(바늘)맞고 빨리 나아 언네 만들어달라고 그런다" 이렇게 말합니다. 엄마가 얼마나 가슴이 아팠을까요. 각혈을 하면서 엄마는 언네를 만들어주고, 그걸 들고 혜란이는 밖으로 나가요. 그날따라 친구가 안 보이네요. "군자야, 놀자~" 혜란이가 새 언네를 들고 친구를 부르는데 대답이 없으니 계속 목소리가 커집니다. 그동안 방안에선 엄마가 밭은 기침을 하면서 혜란아, 혜란아, 하는데 골목길 아이 목소리는 점점 커지고 방안 엄마 목소리는 점점 잦아듭니다.

생각하면 너무 슬픈 이야기이지요. 친구 이름이 '군자'였던 것, 인형을 옛스럽게 언네라 썼던 것은 생생한데 아이 이름이 혜란이였는지 혹은 군자 말고 딴 친구 이름이 혜란이였는지는 조금 혼란스럽네요. 얼마나 가난했던 시절의 이야기였을까요.


홀씨 먹고 사람이 된 인어 이야기는, 조금 독특해서 우리나라 동화 같지가 않았었어요.

어떤 남자가 바닷가에서 인어를 만나요. 인어는, 자기를 사람이 되게 해달라고 부탁합니다. 남자는 아주 담담하게, 어떤 마법도 격정도 없이, 자기 사는 곳으로 돌아와 이꽃 저꽃 홀씨를 섞어 인어에게 가져다준답니다. 그걸 먹고 인어는 사람이 되어 사내의 각시가 되었어요.

그런데 항상 신부의 마음 속엔 바다가 있었답니다. 항상 숨기고 있었고, 남자는 이제 아내가 바다를 잊었나보다 했지요.

어느날 양장점 앞을 지나쳤는데 집으로 돌아온 아내가 사라져버립니다. 남자는 그제서야 깨달았어요. 아내가 보았다는 양장점의 '짙은 하늘빛 옷감'이 실은 바다빛이었다는 것을. 그렇게 아내는 가버립니다. 둘 사이에 태어난 어린 아들이 있어요. 남자는 아이에게 바다빛 같은 것은 보여주지도 않고, 바다를 떠올리게 하는 것은 모두 피해가면서 아들을 키웁니다.

그러던 어느날 아이가 바로 그 '짙은 하늘빛'으로 푸른 바다를 그리고 있는 것을 보고는, 헛된 노력이었음을 깨닫고 아이와 바닷가 여행을 떠납니다. 내용이 좀 휑하니 이상하지요?

글이 길으니깐, 다음 글로 이어서 갈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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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muko 2007-01-20 11:0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둘 다 좀 담아갈께요^^

딸기 2007-01-2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네, 그러셔요 ^^
 

프랑스가 자랑하는 루브르박물관과 퐁피두센터가 해외 분관을 만들어 소장품들을 장기대여하는 `사업'을 벌일 모양이다.
AFP, 로이터통신 등은 벌써 이달 초부터 루브르박물관이 아랍에미리트(UAE)의 수도인 아부다비에 분관을 낼 계획이라고들 보도를 했다. 조르주 퐁피두 전대통령의 이름을 따 지어진 퐁피두센터는 이달 말로 개관 30주년을 맞는데, 국제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중국 상하이(上海)에 분관을 낼 계획이다. 상하이 분관은 2010년에 문을 여는데 중국이 소유권을 갖고 운영과 프로그램만 퐁피두 측이 맡는다고 한다.

프랑스 예술계는 이 문제로 발칵 뒤집혔다. 현지 언론들에 따르면 박물관 큐레이터등 3000여명이 "돈 때문에 프랑스의 자랑거리인 유물과 미술품들을 밖으로 돌릴 수는 없다"며 박물관의 상업화에 반대하는 청원서를 냈다고 한다. 루브르가 앞으로 10년 동안 소장품 대여료 등으로 UAE에서 받을 돈이 3억5000만 유로(약 4250억원) 안팎이라고 하니, 유물 내돌려 돈다발 챙긴다는 말이 나올법도 하다.

하지만 따지고 보면, `프랑스의 자랑'이라는 그 소장품들이 어디 프랑스의 것들인가. 루브르의 3대 소장품이라는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는 이탈리아 것이고, 승리의 여신 니케상(像)과 밀로의 비너스는 그리스에서 온 것이다. 고대유물실의 이집트 미라와 석상들, 앗시리아의 날개달린말과 사르곤왕 부조 같은 것들은 대개 돈 한푼 내지않고 중동 아시아 등지에서 가져간 것들 아니냐는 말이다.
이런 유물들을 가리켜 세계 문화계는 `약탈미술품'이라고 부른다. 훔치고 빼앗아간 것들을 거액 받고 빌려주면서 "프랑스의 보물들이 밖으로 떠돈다"며 유난을 떤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다.
프랑스 언론들은 아부다비에 세워질 루브르 분관을 가리켜 `사막의 루브르' `모래 속 박물관'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 아부다비의 루브르와 상하이의 퐁피두센터가 도마에 오른 것을 보면 속내엔 비(非) 서구지역에 대한 예의 그 경시가 깔려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문제의 루브르 분관은 아부다비 정부가 270억달러를 들인 해안관광지구 개발프로젝트에 따라 걸프의 사아디야트섬에 세울 계획이라고 하니 정확히 말하면 `사막의 루브르'도 아닌 셈이다.

지난해 6월 한명숙 총리가 프랑스를 찾았을 때 외규장각 도서 문제를 다시 끄집어내자 프랑스 측은 유물을 한국에 빌려주겠다면서 반환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언급도 안 했다는데, 외규장각 도서가 한국에서 혹시 전시라도 되면 프랑스 큐레이터들이 또 "우리 것 왜 빼가느냐"며 항의하지 않을지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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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 2007-01-19 17:4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울고짜고 또 그러겠죠.

마노아 2007-01-19 21:3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쿨럭... 아마도 그럴 테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