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이라는 제목과 '첫사랑'이라는 제목, 두 가지로 나와있네요

슈토름의 '호수'는 아마도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실 것 같아요(제 서재에서도 한번 글을 올렸더랬어요).
독일 낭만주의 작가의 짧은 단편인데, 계몽사 동화집에서 읽었고 뒤에 을유문화사에서 나왔던 두꺼운 책으로 다시 읽었던 듯해요. 너무나 순수했던 첫사랑을 훗날 다시 만난다는, 아주 단순한 줄거리인데 주인공 이름이 라인하르트와 엘리자베스였어요. 두 사람은 서로 좋아했지만 어찌어찌 하다보니(그런걸 어른들은 '인연이 아닌게벼' 하지요;;) 엘리자베스는 에리히라는 남자와 결혼하게 돼요. 둘이 나중에 다시 만나서... 어떻게 되었을까요? ^^

아무튼 줄거리는 뭐 로맨틱 신파였습니다만 그 이름들이 어찌나 멋있게 들렸던지... 호숫가, 멋진 이름의 주인공들, 그런 것들이 겹쳐져서 여전히 햇살받고 반짝이는 호수처럼 아름다운 느낌으로 기억되고요.

슈토름의 단편과 같이 있었던 것은 아마도 '집 없는 천사'와 '인형놀음장이 폴레'였던 것 같네요. 꼭두각시 인형극단의 단장 아들인 신분 낮은 폴레와 어느 아가씨의 첫사랑 이야기였는데, 폴레가 '자투리 천'(이 말을 그 책에서 처음 보았어요)을 가지고 인형을 만들던 모습이 생각나고요, 좀 슬펐던 것으로 기억해요. 

   

독일동화집에 나왔던 '황새가 된 임금님'은 얼마전 딸아이 책으로 다시 읽었어요. 빌헬름 하우프라는 작가의 작품인데 아주 유명해서 아마도 아이 책으로 읽으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임금님이 마법사의 속임수에 넘어가 재상과 함께 황새가 되어버리고, 주문을 잊어버려서 헤매고 다니는. 둘은, 현명한 부엉이 아가씨 덕에 ‘무타불’이라는 주문을 기억해내게 되지요. 그리고 마법에서 풀린 임금님은, 역시 마법에서 되돌아온 부엉이 공주님과 결혼한다는 줄거리예요. 글의 배경이 바그다드이고, 주문이라든가 분위기가 아랍풍인데 어째서 이 이야기가 독일동화집에 있었을까 두고두고 궁금해 했었어요. 이번에 아이 책을 보면서 의문이 풀린 셈입니다.


 

독일동화집에는 저 이야기와 함께 또 다른 재밌는 이야기들이 잔뜩 있었는데요, 특히 하우프의 또다른 작품들인 꼬마 요리사 이야기(지금 검색해보니 '난장이 코'라고 되어있네요)와 '난장이 무크'는 어찌나 재미있게 읽었던지. 지금도 달밤이 되면 밖에 나가 버섯을 찾아야할 것 같은 기분;;이랍니다. ^^ 독특한 버섯으로 너무나 너무나 맛있는 음식을 만드는 요리사와 마법에 얽힌 이야기였지요.
이 이야기들에는 '무스타파'라는 이름이 나왔는데 어째서 터키식 이름이 들어가 있었는지 역시 궁금했었어요. 아마도 하우프는 아랍풍, 혹은 오스만풍에 심취해있었는지도 모르겠네요. :P
저 이야기들은 모두 하우프가 어느 집 아이들에게 들려준 것이라고 하는데, 지금 언급한 것들 모두 묶어서 '사막의 카라반' '카라반 이야기'라는 두 종류 책으로 나와 있군요.


그리고 또 손꼽기 힘들 정도로 기억에 새겨진 것들이 많지만 --

조르주 상드의 ‘사랑의 요정’, 일곱 남매 이야기가 나오는 ‘사랑의 집’, ‘사랑의 학교’로 번역됐던 쿠오레, 이렇게 ‘사랑의~’로 시작되는 책들 이야기랑, 네덜란드라는 나라에 대한 환상을 심어주었던 ‘은 스케이트’, 일본 동화집에 나왔던 모모타로오와 잇손바시 이야기, 또 세계명작동요동시집(이게 아마도 맨 끝권이 아니었던가 싶어요)에 나왔던 마더구스의 동시들, 기타하라 하쿠슈의 드문 동시들... 이런 이야기는 다음에 또 해볼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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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nine 2007-01-20 04:3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꺅~ 세계명작동요동시집까지...저 오늘부터 딸기님을 존경하기로 ^ ^

nemuko 2007-01-20 10:5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오오....역시나 대단한 기억력이십니다. 전 빌려 읽어서인지 기억이 가물가물... ㅠ.ㅜ <황새가 된 임금님>은 그래도 기억이 나네요.

딸기 2007-01-22 14:57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기억력을 자랑하려고 한 건 아니고, 기억력이 특별히 좋지도 않습니다. 그만큼 여러번 읽은 거지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