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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나프리카 -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무슨 일을 벌이고 있는가
세르주 미셸.미셸 뵈레 지음, 파올로 우즈 사진, 이희정 옮김 / 에코리브르 / 2009년 4월
평점 :
절판
중국인들의 이주 역사는 2000년을 거슬러 올라갈 만큼 오래 되었지만 19세기 말 유럽인들의 흑인 노예 대신 중국인과 인도인 쿨리들을 데려다 부리면서 이주민이 현저하게 늘어났다. 노예제가 폐지되면서 호주의 광산, 파나마 운하, 벨기에령 콩고와 모잠비크의 철도 공사, 시베리아 횡단 철도와 미국 센트럴퍼시픽 철도공사 등 당대의 대규모 토목공사에 200~800만 명의 중국인 노동자가 필요했다.
중국이 아프리카에 진출한지는 우리가 아는 것보다 훨씬 오래됐다. 2005년 중국 언론들은 명나라 시절 정화의 원정대 600년을 기념하는 기사들을 내보냈다. 호랑이 담배 먹던 시절 이야기를 오늘에 되살려 아프리카와의 관계를 강조하려는 속셈이 그대로 보이긴 하지만, 사실(史實)은 사실(事實)인 것이다. 실제로 동아프리카 해안에는 ‘정화 원정대의 후손들’로 알려진 이들이 아프리카인들과 피와 문화와 언어가 섞인 채로 살아오고 있다. 겉보기엔 그냥 ‘흑인들’이지만, 그들에게는 정화 원정대의 흔적(유물들과 이야기들)이 남아있다. 중국은 그들 중 유학생을 받아 공부를 시켜주며 우애를 과시했다.
물론 중국이 ‘최근에’ 아프리카 자원을 넘보며 협력관계를 부쩍 키우고 잇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늘 그렇듯, ‘하루아침에 이뤄지는 것은 없다’. 근시안적으로 남의 떡 빼내올 궁리만 하는 우리 행태를 돌아보게 만드는 대목이다.
프랑스 저널리스트들이 쓴 이 책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중국과 하나가 되고 있는 아프리카’를 다룬다. 저자들은 알제리·이집트·수단(북아프리카), 니제르·나이지리아·카메룬·콩고공화국·앙골라(서아프리카), 에티오피아(동아프리카)를 돌며 중국과 아프리카국가들이 얼마나 밀접히 결합해가고 있는지를 전한다.
마음에 안 드는 점이 있다면 ‘옛 식민 종주국’의 후손들답게 중국을 흘겨보면서 “그들이 (한때 아프리카의 주인이었던) 우리 프랑스를 웃돌려 한다”는 뉘앙스로 얘기를 한다는 것.
그 외에는 여러 가지 주워들을 것이 많은 책이었다. 첫째, 곳곳을 돌며 생생하게 전하는 르포다. 중국과 아프리카를 엮은 보도들은 몇 해 전부터 쏟아져 나오고 있다. 나 또한 아프리카를 여행하면서 중국의 영향력을 실감한 적이 있다. 하지만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과연 어디서 얼마나’ 하는 세부적인 것들이다. 그런 fact 들을 모른 채 ‘들은 풍월’로 ‘중국의 아프리카 점령’을 얘기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니는 매년 보크사이트 2000만 톤을 생산한다. 맥주 캔 3000억 개를 만들고 자동차 차체 3500만대를 만들기에 추분한 양이다. 하지만 제련 과정 없이 곧바로 수출되는 보크사이트는 일자리를 만들어내지 못하고 부가가치도 없으며 세금 수익도 내지 못한다. 기니 국민들은 자동차는커녕 캔 맥주를 사먹을 돈조차 없다. 자동차가 다닐 만한 도로도 거의 없다. 기니에서 생산되는 보크사이트로 컴퓨터 하드디스크 2000억 개를 만들 수 있지만 국민들은 컴퓨터는 물론 컴퓨터를 돌릴 전기도 없다. 코나크리의 대학생들은 시험이 다가오면 공항 주차장에서 밤샘 공부를 한다. 전깃불을 밝힌 곳이 공항밖에 없기 때문이다.
희망은 어디에 있을까? “중국인들이죠! 중국인들만이 유일하게 우리에게 광산, 댐, 수력발전소, 철도, 제련소를 묶어서 패키지로 지어주겠다고 제안했어요. 중국수출입은행에서 모든 자금을 대고 산화알루미늄으로 상환하기로 했지요. 우리 정부에 자금 부담은 전혀 없고 오히려 세금을 거둬들이고 일자리와 인프라, 에너지를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똑같은 조건으로 거대 알루미늄 회사 알코아에 제의했더니 자기들이 취급하는 건 댐이 아니라 알루미늄이라고 하더군요.”
콩고공화국 시코포르의 벌목꾼들이 22미터 높이의 모아비 moabi 나무를 베는 모습이 보였다. 나무는 트럭에 실려 푸앵트누아르로 운반되고, 배에 선적되어 몇 주 후에 상하이 근처 장자항(張家港)에 도착했다. 장자항은 전세계에서 열대 목재가 가장 많이 거래되는 항구도시다. 단단한 고급 목재인 모아비나무는 상판용으로 영국에 대량 수출되고 이케아 가구에도 사용된다. 중국은 이케아의 가장 큰 공급처이다.
하지만 현상을 나열하는 것에서 그친다면 ‘기사 모음’에 불과할 것이다. 세상 어떤 관계든, 일방적이고 일면적이지는 않다. 중국은 아프리카에서 ‘자원만 빼내가는’ 것이 아니며 아프리카 국가들 또한 푼돈에 그저 자원을 내주는 것만은 아니다. 중국 ‘사람들’과 아프리카 ‘사람들’이 대거 교류하면서 아프리카 내에서는 ‘새로운 만남’이 이뤄지고 있다. 중국은 아프리카를 깨우고, 아프리카는 중국을 깨운다.
그리하여 쥐도 새도 모르게 세계화의 마지막 단추가 꿰어졌고 지구상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두 문화의 만남이 이루어졌다. 중국인들은 새로운 개척지인 아프리카에서 몸으로 부딪히며 넓은 공간, 이국의 정치, 거부(拒否), 인종주의를 발견하고 개인적이고 내면적인 모험을 해나가고 있다. 세상은 인민일보에서 보도하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사실도 깨닫고 있다.
중국 이주민들은 때로 약탈자, 중국 역사의 영웅, 또 때로는 정복자나 자선가의 모습을 보인다. 수천 년 동안 만리장성 뒤에 틀어박혀 있었기 때문인지 중국인들은 다른 문화를 받아들이거나 함께 공존하려는 마음을 잃어버린 듯하다. 그렇다고 그들이 아프리카에서 아무런 영향도 받지 않는 건 아니다. 중국인들이 아프리카에서 보고 느낀 것들은 무기력에 빠진 중국을 뒤흔들어놓았다. 그 위력은 1980년대 중국이 자본주의로 전환했던 때와 비슷하다. 아프리카로 이주한 중국인들은 중국에 새로운 사상과 야망을 불어넣고 있다.
중국인이 세네갈에 진출하면서 의도치 않게 세네갈에 시민사회가 조직됐다. 세네갈소비자협회가 여러 인권단체, 노조 등과 결합해 중국인 상인들의 편에 서서 세네갈국가상공인연합의 무관용과 인종주의, 외국인 혐오증을 규탄하는 항의시위를 벌였다.
세네갈 정부는 이웃 아프리카국가들보다 훨씬 영리하게 처신했다. 상인들의 분란 초기에 세네갈은 아직 대만과 수교하고 있었다. 하지만 2005년 10월 중국과 수교하면서부터 협상을 유리한 방향으로 이끌어갔다. 베이징 주재 자국 대사관에서는 비자 발급을 까다롭게 하고, 다카르 주재 중국 대사관에서는 비자 발급을 쉽게 해주도록 조치했다. 그러자 세네갈 상인들이 중국으로 들어가기 시작했다.
중국에서 세네갈 상인들이 정착한 곳은 저장성에 위치한 인구 65만 명의 이우(義烏)라는 도시였다. 이우라는 이름은 생소하지만 전 세계가 그곳과 관계를 맺고 있다. 세계의 모든 상품과 짝퉁들이 이우에서 유통되기 때문이다.
중국의 아프리카 진출을 ‘또 다른 제국주의’로 볼 것이냐, 아니냐에 대해서는 한 마디로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모든 관계에는 조금 더 많이 갖는 쪽, 조금 덜 갖는 쪽이 있다. 한쪽이 일방적으로 몽땅 가져갈 뿐만 아니라 또 다른 쪽을 상처 입히고 짓밟기까지 한다면 그것은 제국주의다. 최소한 지금 중국과 아프리카의 관계는 그런 것 같지는 않다. 더군다나 중국을 비아냥거리는 것이 옛 제국주의 국가들인 것을 보면, 우습다는 생각마저 든다.
물론 비판하는 자에게 결함이 있다 해서 비판의 내용까지 흘려버릴 수는 없다. 유럽의 비판은 타당한가? 아직 답하기 힘들다. 오히려 아프리카에서 중국이 하는 행동을 제대로 비교하려면 식민 시대의 유럽보다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미국과 비교하는 편이 나을 것 같다. 미국인들은 ‘미국이라는 제국’이 다른 나라를 영토적으로 점령하는 데에는 관심 없다고 말한다. ‘그러니 제국이 아니다’라거나, ‘제국은 제국이지만 과거의 제국과는 다르다’는 얘기다. 중국 또한 아프리카를 영토적으로 점령하는 것에는 전혀 관심이 없어 보인다. 자기네 나라 사람들을 대거 아프리카로 내보낸다는 면에서 문자 그대로의 식민(植民)인지는 몰라도 분명 중국은 ‘윈-윈’을 노리고 있는 것 같다.
다른 이들은 불편하다며 낭비할 생각밖에 하지 않는 아프리카에서 중국인들은 기회를 보았다. 서구인들은 더 확실한 이익을 챙기려 손을 놓고 있지만 중국인들은 끈질기게 노력했다. 중국은 더 멀리 내다보고 있다. 목표는 옛 식민 지배 국가들의 영향력을 뛰어넘어 장기적으로 대륙적인 이상을 펼치는 것이다.
사실 중국은 아프리카의 자원만 독점하는 게 아니다. 저렴한 단순노동 제품을 팔고 도로와 철도, 공공건물을 보수한다. 에너지가 부족하다면? 콩고공화국과 수단, 에티오피아에 댐을 건설하고 이집트가 민간 핵 프로그램을 재개할 수 있도록 도울 준비가 되어 있다. 전화가 없다면? 중국은 아프리카 전체에 무선통신과 광통신망을 구축한다. 현지 주민들이 망설인다면? 병원과 급식소, 고아원을 연다. 백인들은 무례하고 잘난 척했지만 중국인들은 겸손하고 과묵하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중국인들에게 감명을 받았다.
책은 중국과 아프리카가 서로에게서 배우고 깨우치는 있음을 보여준다. 누가 뭐라 하건 “중국은 한 가지 중요한 역할을 해냈다. 아프리카인들과 외국인들에게 아프리카의 진정한 가치를 알려준 것이다. 중국이 적극 진출하기 전에는 어떤 서구 국가도 아프리카에 그토록 관심을 갖지 않았다.” 유럽 저널리스트들의 정직한 고백.
그리하여 관심은 다시 미래로 간다. 중국은 아프리카에 과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인가. ‘긍정적인 영향’에는 아프리카의 부(富)를 키우고 개발을 진전시키는 것 이상의 것들이 포함된다.
중국의 기세가 꺾이지 않는다면 추진하는 모든 프로젝트가 무사히 끝나 아프리카를 하나로 묶을 것이다. 기차가 강을 건너고 전기망과 송유관, 자본이 국경을 넘나들며 사람들이 자유로이 오갈 것이다. 중국의 이익을 위해서 아프리카에 평화가 정착돼야 한다. ‘팍스 시니카’가 아프리카에서는 이미 시작됐다. 중국은 이집트, 수단과 관계를 강화함을써 나일강과 관련된 두 나라 간 긴장 완화에 일조했다. 콩고민주공화국 동부에 투자, 무장반군들을 조금씩 무력화하고 르완다의 간섭 의지를 잠재우고 있다. 우간다에서 인프라를 건설하고 석유를 탐사하면서 신의 저항군(LRA)과 인민해방군(PRA) 반군이 끼치는 해악을 줄이고 있다.
이것이 얼마나 고무적일지는 모르지만, 과연 ‘팍스 시니카’가 진정 아프리카인들의 ‘팍스’를 강화시켜줄 지는 모르지만, 관심 끄는 미래의 테마가 하나 생겨난 것은 확실하다. 아프리카 ‘자원 외교’를 외치면서 근시안적인 행태와 섣부른 자랑부터 해대는 한국 정부 관리들이야말로 아프리카에서 ‘상호 감정의 교류’를 좀 배우고 왔으면 좋겠는데 말이다.
(책 속에서)
▶ 중국이 아프리카에 구애를 하게 된 중요한 두 가지 계기가 있다. 첫 번째는 프랑스의 롤랑 마르샬 연구원이 주장한 것으로 1989년 6월 4일 톈안먼 사태다. 국제사회의 비난에 직면한 중국 정부는 고립에서 벗어나기 위해 모든 외교력을 총동원했다. 유엔총회에서 4분의1 이상의 투표권을 가진 아프리카에서부터 시작하는 게 유리했다.
두 번째는 1995년 권력을 장악한 장쩌민 국가주석이 경제성장을 강조하며 중국 대기업들에게 “해외로 진출하라[쩌우추취(走出去)]” 즉 세계의 주역이 되라고 선언한 것이다.
▶ CITIC는 1979년 덩샤오핑이 만든 반국영 투자대행사다. 44개국에 지사가 있고 자산보유액이 9220억 위안에 달하며 5개 대륙에서 다리, 댐, 지하철, 항구, 터널, 경기장 등 100여건의 대형 건설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진행했다. 직원이 22만명으로 중국에서 두 번째로 큰 회사다.
▶ ‘우라늄 러시’로 니제르의 투아레그 반군이 이득을 얻고 있다. 반군은 이미 다각도로 외국 열강들의 지원을 받고 있으며 그 때문에 니제르 정부는 최악의 방법도 서슴지 않고 반군을 진압하려는 의지를 다지고 있다. 휴먼라이츠워치에 따르면 정부군의 북부 반군 진압작전은 벌써 전쟁범죄의 양상을 띠고 있다.
▶ 중국에게 카메룬은 최상의 목표다. 서아프리카·중앙아프리카·사하라 이남(사헬)·아프리카 열대우림의 경계지역이라 아프리카 대륙의 축소판이고, 프랑스와 영어 이중언어권의 중심이며, 석유·천연가스·보크사이트·주석·금·우라늄·목재가 풍부하다. 국토 면적은 프랑스와 비슷한데 인구는 4분의1 수준에 불과하다.
카메룬과 중국이 맺은 협정에 따라 이제 카메룬에서는 중국인이 외국인으로서는 유일하게 고용계약 없이 1년6개월 동안 체류할 수 있게 되었다. 2007년 2월말 현재 베이징 주재 카메룬 대사관에는 비자 신청이 벌써 70만건에 달했다.
▶ 청나일과 백나일이 만나는 수단 다르푸르에 수단 정부는 미래형 도시인 무그란 mugran 시티를 건설하려 한다. 공항 가는 도로 옆에 있는 아르카우이트 지구는 벌써 작은 두바이같았다.
수단은 아프리카에서 유일하게 중국이 자체 생산시절에서 석유를 생산할 수 있는 나라다. 중국 정부는 이를 대단한 쾌거로 여기고 CNPC 임원 전체의 공산당원 계급을 한 등급씩 올려주었다. CNPC는 중국의 거대 석유회사이지만 해외에서는 거의 활약을 못하던 상태였다.
▶ 중국은 아프리카의 ‘검은 금’을 향한 돌진 행렬에 끼어들었지만 몇 가지 약점이 있다. 기니 만에서 심해유전 굴착을 할 기술이 부족하다는 것도 그중 하나다. 전문가들 사이에서 기니만은 ‘페르는 시아만을 대체할’ 지구상에서 ‘가장 관심이 뜨거운’ 지역으로 평가받는다. 미국도 수입량의 4분의1을 기니 만에서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제정책센터(CIP)는 향후 12년간 석유가격이 배럴당 50달러 이상을 유지한다면 기니 만 연안 국가들이 1조 달러 이상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전망했다. 이는 지난 50년간 서구가 아프리카 전체에 제공한 원조의 두 배가 넘는 액수다.
미국은 전체 석유 수입량의 15%를 아프리카에서 조달하지만 중국은 30%를 수입한다. 기니 만은 서구 메이저들이 틀어쥐고 있으므로, ‘놀랄 일’은 아프리카 동쪽 해안에서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CNOOC는 케냐에서 석유개발 허가권 여섯 건을 싹쓸이했고 단독으로 전체 석유 탐사지역의 28%를 관리하고 있다. CNOOC보다 규모가 작은 선펙(중연석유화공국제유한공사)은 마다가스카르에서 석유개발 허가권 세 건을 얻었다. 중국은 우간다에서 두 곳의 나일강 수력발전 댐 건설에 자금을 댈 예정인데, 그 계약에는 CNOOC가 두 곳의 석유탐사 사업권을 받는다는 조건이 포함돼 있다.